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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매우 긴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괜찮다면 읽어주세요.
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어린 시절에 취미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족과 친구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내가 만든 무서운 이야기인데, 들어보세요."
라고 제대로 먼저 밝히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반갑게 들어주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열심히 들어주기도 하고, 동시에 무서워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기에, 내가 만든 이야기가 같은 반에서 유행했습니다.
방과 후의 남자 화장실에서 빈 칸을 노크하면 노크가 되돌아 온다. 같은 흔한 이야기입니다.
같은 반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유행했고, 소문은 학년으로 번졌고, 곧 학교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남자 화장실 앞에서 손짓하는 소년을 보았다"는 말을 하는 여자아이도 나왔기에, 나도 그 소문을 겨우 듣고는 "내가 지어낸 이야기라니까."라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도 정말로 소문은 계속해서 퍼져나갔습니다.
마침내 거기에다가 담력시험을 한다는 그룹까지도 나타나 버렸습니다.
그 담력시험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일어날 리가 없는데도, 그 그룹의 아이들이 모두 "노크 소리가 되돌아왔다."는 거예요. 굉장한 소동이 되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생각해서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는걸 어필하려고 싶었습니다만, 당시의 나는 모두가 나를 차갑게 대할까봐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사이에 내 이야기가 사실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너무 무서워져서 자작의 무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 소동이 있고 나서 얼마 후,
할아버지가 무서운 이야기를 그만둔 나에게 "이제 무서운 이야기 안해주니?"라고 물어 왔습니다.
난 울먹이며 그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했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 부드럽게 들어주면서 이런 것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네 이야기를 정말 무섭다고 생각한거야.
너의 이야기를 계기로 모두가 제멋대로 무서운 것을 만들어 버린거야.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고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퍼지고 더 무섭게 가공되거나 더 위험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리게되면,
언젠가 "그것"을 알게 된 우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그것"의 모습으로 변해 정말로 나타나는 걸지도 몰라.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나타나는 걸지도.
"공포"는 사람도 짐승도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
"공포"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도록 해버린다. 그건 본능이니까.
그래서 부끄러운게 아니니까 무서우면 강한척 하지 말고 제대로 무서워하는거야.
그리고 결코 다가가지 않도록 해. 그러면 크게 곤욕을 당할 일은 없을거야.
나는 할아버지도 뭔가 그런 경험을 했을까봐, "할아버지도 무서운 생각을 한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뜬금없게도 할아버지의 무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옛날 할아버지는 굉장히 먼 산속 마을에 살았는데.
거기에서 할아버지는 친구들과 함께, 산에 담력 시험을 간 적이 있었어.
그래요, 할아버지가 요즘으로 치면 고등학생 정도 무렵일 때?
지장보살이 잔뜩 늘어서 있었지만, 친구도 있어서 전혀 두렵지 않았단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의 친구가 지장 보살을 처음부터 모두 쓰러뜨리기 시작하더라구.
"전혀 안무섭잖아, 재미없어."
라고 말했어.
할아버지는 그떄부터 그 곳에 있는 것이 무서워졌어. 왠지 지장보살들이 노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친구를 두고 황급히 도망쳐버린거야.
그랬더니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을거라 생각하니?
죽었을까?
아니, 전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평범하게 돌아왔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그 때 부터 귀신이 무서워져서 친구들과 담력시험에 절대로 가지 않게 됐어.
그 친구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담력시험이라는 이름으로 신사에 숨어들어가거나,
묘지를 배회하거나 지장보살에 장난을 치는 등 여러가지로 장난을 쳐댄거야.
그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마음이 멀어지고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게 되었어.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천구*를 봤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지.
(*천구: 텐구, 일본 전국의 심산유곡에 살면서 마계를 지배하는 요괴의 일종으로, 일본판 악마나 다름없다. 수험자 같은 차림으로 얼굴은 붉고 코는 높으며, 높은 게다를 신고 허리에는 큰 칼을 차고 깃털부채를 들고 있다. - 출처: 나무위키)
할아버지에게 "두고 봐라, 소문을 퍼뜨려줄거야"라고 말하고는, 웃고 있었어.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거야.
할아버지를 포함한 모두가 여러모로 찾아다녔어.
그랬는데···.
산속의 큰 나무의 아래에 친구가 죽어있었단다.
나무 줄기는 발을 걸 수 있게 깎아낸 흔적이 띄엄 띄엄 남아있었어.
친구는 나무에 올라가다가 발이 미끄러져서 떨어졌던거야. 바보 같은 놈이었구나.
세상에는 사람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곳이 있어.
그 건 무서운 곳인거야.
네 방이라면 옷장의 위도 그런 곳인거야.
떨어지면 무서운 일이잖아. 그런 거란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무서운 곳을 분별할 수 없었어.
무섭네. 천벌이라도 받은 건가.
아니, 무서운 것은 이제부터였어.
친구가 죽고 나서 마을 안의 사람들이 차례 차례로 "천구를 보았다"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할아버지는 "그건 친구의 엉터리 상상일 뿐이야"라고 말했거든.
친구가 천구의 노여움을 사서 불러온 재앙이고, 저주라고.
그리고 모두들 자신들 점점 불안을 키워간거야.
밤새 마을을 지키려고 파수 불까지 피웠어.
모두가 얼굴을 마주 할 때마다 천구의 이야기를 했기에, 마을의 분위기는 술렁술렁했어.
그런 때인데, 병에 걸리거나 마을에서 부상을 당하는 일이 4건이나 발생했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접지르는 일 까지 몇번이나 생겼고, 누가봐도 이상한 일이었어.
또 소문에 소문이 붙어서 '천구에게 제사를 내지 않으면 모두 몰살당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거야.
그리고 마침내 정말로 제사를 지내자는 이야기가 진행되었어.
친구가 죽은건 나무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것 때문인데 완전히 천구 때문인 것이 되어있었어.
마을사람 모두가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지.
그건 바로, 사람의 생명이야. 아무도 그것을 빼앗을 권리는 없는 건데도···.
할아버지는, 천구보다도 마을 사람 모두가 너무 무서웠던거야.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 마을에서 도망쳐 나왔어···.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이후에도 떼를 써서 2번 정도 들었습니다만,
"절대로 비밀이야"라고 약속해서, 부모님이 있는 곳에서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리 집에는 아버지의 친가는 없습니다.
농가의 차남인 할아버지가 촌장의 딸인 할머니를 데리고 도피 해 왔기 때문이라고,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직접 지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아마 아닐겁니다.
그 긴 이야기가 끝났을 때,
할아버지는 굵은 눈물을 뚝뚝, 내 작은 손등에 떨어 뜨리셨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샘이 느슨해졌습니다.
장문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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