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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술에 취한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신 이야기이다.



우리 집은 예선업··· 간단하게 말하면 뱃사람을 쓰는 일을 하고있다.


바다에서는 이상하거나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속삭이는 목소리와 검은 그림자'라는 것이 있다.


밤에 배를 타고 있으면 사람의 속삭임 소리가 들려 온다.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속삭이는 목소리임이 분명하다.


그 목소리가 들렸다면 수면에 서있는 그림자가 반드시 보인다.


나도 한번 그 그림자를 본 적이 있다.



그건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따라간 오징어 낚시 때다.


소근소근 속삭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서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4~50m 앞에 그림자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부표라고 생각했지만, 그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파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 만 갈라진 구멍이 뚫린 듯, 시커먼 그림자가 미동도 하지 않고 거기에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옆을 바라보자, 배에 손님으로 타고있던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별로 보지 않는게 좋단다. 저것의 얼굴을 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




여기부터가 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20년 전, 회사 직원 8명 정도를 데리고 술마시러 나갔다.


그때 직원 1명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밤이 아니더라도 바다는 거리감을 잡기 어려웠고, 당시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게다가 그는 평소 심약한 면이 있었다.


그해서 아버지는 피로와 두려움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득했고, 그는 며칠 휴가를 주고, 그 날은 해산되었다.


그가 사망 한 것은 2개월 정도 후의 일이었다.


배가 침몰 한 것이다.




그때의 일은 단편적이지만 나도 기억한다.


한밤 중에 허둥지둥 정신없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아버지가 큰 짐을 들고 서둘러 집에서 나가셨다.


다음날, 할아버지댁에 맡겨졌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1개월 정도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했다.


해양 재해로 조사받는다거나 사망 한 직원의 장례식 등


자세한 것 까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어린 나이었던 나도 알 수 있었다.


배가 침몰한 이유는 결국 뚜렷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능성으로는 엔진계통의 결함이 가장 높았다고 하고,


정비 불량 등의 책임을 물어 아버지가 해양 재해에 조사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출항 전 검사 결과와 평소 관리 상태로 보아, 아버지와 회사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혀졌다.



그 소동이 일단락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다른 직원에게 말씀 하셨다.


"그 녀석, 그 후에도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역시 착각이 아니라고, 다가오고 있다고. 바다에 나오는 것이, 밤이 무섭다고···."




"내 손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걸 알고는 있지만, 후회가 막심하구나.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도록 해. 바다를 얕잡아 보지 마라. 바다는 네가 생각하는 몇 배나 무서운 곳이야."


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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