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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70th] 장례식 때

레무이 2017. 3. 15. 23:49

그러고 보니 우리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라서 실제로 겪은 일은 없지만.



식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무사히 끝났다



장례가 끝나자 모인 친척들도 돌아가서, 할아버지의 자식들 (나의 어머니와 삼촌 두 명)은 취한 상태로 부의금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설거지를 하던 삼촌의 부인이 와서


"여보, 조문하고 싶다는 사람이 와있는 데요···"


라고 했다.


상당히 취해 있었던 어머니와 삼촌들 역시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것은 조문을 하는 척 부의금을 훔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삼촌들도 당황해 있었기 떄문에.


"모처럼 오신 분에게, 실례 잖나."


그렇게 생각하고, 또 부의금을 잘 넣어두고, 만일의 경우에는 남자 둘이서 어떻게든 될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한 결과, 그 남자를 안으로 들이게 되어버렸다.



어머니에게 듣기로는, 남자의 용모는 불분명하다고 한다.


어쨌든 남자인 것은 확실하지만, 중년이었던 것 같기도 동시에 노인이었다는 느낌도 든다.


또한 복장도 올 때와 돌아가는 길에 다른 것을 입고 있던 것 같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자의 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났다."는 것이다.


또한 남자의 인상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종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웃고 있었는데, 왠지 기분이 나빠서 오싹했다."고 말했다.





남자는 불간에 들어가자마자 "향을 꺼주지 않겠습니까"라고 묘한 말을 꺼냈다.


"무례한 놈" 이라고도 생각했지만, 뭐 모처럼 와준 손님이니까라고도 생각해서 말하는대로 해줬다.



그런 남자는 "저와 고인, 둘만 있겠습니다." 라고 했다.


이것 역시 무례한 부탁이지만, 부의금도 넣어뒀기 때문에 값 나가는 물건이나 불이 날만한 것도 없어서 그 사람의 뜻대로 해주었다고 한다.



미닫이를 닫고 옆의 다다미 방에서 안쪽의 눈치를 살폈지만, 독경을 읊는 등의 기미조차 없었다.


이건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 시신을 손상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살짝 들여다 봤다고 한다.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남자는 시신의 얼굴의 코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고,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들은 바로는 그 남자는 어떻게 봐도 할아버지를 건드리려고 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시신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잠시 보고있으니, 남자의 중얼거림이 명확하게 커져있었다.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무념."




남자는 그렇게 명확하게 반복했다고한다.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서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 얼굴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있었지만 왠지 분노한 듯 했다.



삼촌들은 두려워져서, 미닫이를 살짝 닫고 옆 방에서 부지런히 경을 주창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부스럭, 그리고 미닫이가 열리면서 남자가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하고는, 이쪽의 대답도 듣지 않고 황급히 돌아갔다.



안심 한 것도 잠시, "시신에 무슨 짓을 한 것 아니냐"하며 관을 확인하자


관의 바깥 쪽에 무수한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에는 많은 짐승의 털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시신에는 손톱 자국은 커녕 짐승의 털도 한 가닥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안심하는 동시에 전신에 소름돋아서 황급히 청소했다고 한다.





다음날 스님이 왔을 때, 집에 들어서자 마자,


"짐승 냄새구만. 혹시 모르니까 고인의 방에 향을 피워 놓는게 좋겠어."


라고 해서, 어제의 사건은 역시 현실이었다고 생각하여 다시금 섬뜩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은 여우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해서 어머니께 이야기했는데,


"바보야, 설마 그렇겠냐. 여우님은 그런 나쁜 행동은 안해.


우리 집에서는 모시지 않지만, 여우씨를 나쁘게 말해서는 안돼."고 주의받았다.



그럼 뭐야? 라는 물음에 갑자기 입을 다물고 그 날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 남자가 무엇이었는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건 여기까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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