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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72th] 바다에서 오는 것

레무이 2017. 3. 18. 04:30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왠지 모르게 바다에 가는 것만은 완강하게 거절한다.


이유를 물어봐도 별로 얘기하고 싶지않은 눈치여서, 술을 마시게 해서 억지로 들었다.


여기서 부터는 그의 이야기. 하지만, 취해서 두서없는 이야기였기​때문에 내가 정리했다.




아직 학생이었을 무렵 친구들과 여행에 나섰다. 분명 그떄는 기말시험이 끝난 뒤였기 때문에 한겨울이었다.


여행이라고는 해도 친구의 애견과 함께 밴을 타고 정처없이 달리는 가벼운 것이었다.


며칠 째 였을까, 어느 해변의 한촌에 도달했을 무렵 이미 해는 저물어 버렸다.


산이 바다와 접해있고, 그 사이에 거의 달라 붙어있는 것 같은 작은 마을이었다.


난감한 것은 휘발유 잔량이 좀 걱정스러웠다.


해안의 오솔길을 달리며 주유소를 찾자, 즉시 발견했지만, 가게는 이미 닫혀있었다.


일단 뒤쪽으로 돌아가 봤다.


현관의 차양에 큰 소쿠리가 매달려있었다.


출입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헤치고 초인종을 울려 보았다.


"실례함다~ 휘발유 넣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아~?"


약간 인기척이 있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무시 당한 것 같구만."


"왠지 열받네, 다시 한번 눌러보겠어."


"실례함다!"


끈질기게 부르니 현관의 불이 켜지고 유리문 너머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누구쇼?"


"휘발유 필요한데요···."


"오늘은 휴일이야."


내가 말을 마치기 전에 화난 듯한 목소리가 되돌아 왔다.


"아니, 뭐 그걸 어떻게든···"


"안돼. 오늘은 이만 영업 종료라고."


더이상 매달릴 여지가 없었다. 포기하고 차에 돌아갔다.


"이래서 시골을 어쩔 수 없다니까."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여기서 자자. 내일 아침 일찍 휘발유 넣고 가자."


차를 댈만한 곳을 찾아 마을을 어슬렁대자, 주유소 뿐만 아니라 모든 상점과 민가의 문이 닫혀있는 것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모든 집에는 처마 아래에 바구니나 소쿠리가 걸려있었다.





"무슨 축제라도 하는건가?"


"그렇다기엔 조용하네."


"바람이 강해서. 어, 저기에 세우자."


거기는 산 중턱의 작은 신사였고, 바다를 향해 곧게 만들어진 돌계단의 아래턱이었다.


작은 주차장인데, 울타리가있어서 바닷바람을 견딜만 해 보였다.


홍살문의 그늘에 차를 세우자 주변은 이미 어두워서 할만한 일도 없었다.


우리들은 투덜대면서 운전석에서 담요로 감싸고는 잠들었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개의 으르렁대는 소리에 깨어난 나는, 주변의 강렬한 비린내를 눈치챘다.


개는 바다 쪽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하고있다.


평소 얌전한 놈인데 아무리 달래도 전혀 얌전해지지 않는다.


친구도 일어나서 밤의 저편을 응시했다.


달빛이 비치는 바다는 아까까지와는 달리 기분나쁠 정도로 잔잔했다.


콘크리트의 살풍경한 가파른 벼랑의 가장자리에 꿈틀거리는 뭔가가 보인다.


"뭐야, 저거···."


친구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르겠어."


그것은 처음엔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굵은 파이프라거나 통나무처럼 보였다.


뱀처럼 몸부림치면서 천천히 육지로 올라오는 듯 했지만, 이상하게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보다, 그 녀석의 몸은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뭉친 덩어리처럼 생겼고, 실체가 있는지 여부도 모른다.


대신 우우···라고 할까, 워오오···라고 할까, 형용하기 어려운 이명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의 비릿함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해지고 있었다.



그놈의 끝은 해안 도로를 가로 질러 건너편의 집까지 도달하고 있는데, 다른 쪽은 아직 바다 속에 잠겨있었다.


민가의 처마를 들여다 보고있는 그 끝에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얼굴 같은 것이 있었다.



나도 친구도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의 모습은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불길한'이라는 말 그 자체였고,


한 눈에 봤을 때부터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을 움켜쥔다는 것은 그런 감각일 것이다.


그 녀석은 처마에 매달린 소쿠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윽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해서 다음 집으로 향했다.


"어이, 차를 빼라···."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어떻게든 올려 시동을 걸자 고즈넉한 주변에 엔진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녀석이 천천히 이쪽을 돌아봤다.


(위험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고 직감이 알려왔다.


앞만 바라보며 액셀에 힘껏 발을 디뎌 차를 급발진시졌다.


뒷좌석에서 미친듯이 짖던 개가 "휴웃···."하고 천식같은 소리를 내며 쿵 하고 쓰러지는 기척이 있었다.


"타로-!"


무심코 뒤돌아 본 친구가 "히익"하고 숨을 삼킨 채로 굳어 있었다.


"바보!!! 이쪽을 봐!"


나는 정신없이 친구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돌렸다.


돌아선 친구의 얼굴은 구겨진채 굳어있었고, 눈의 초점이 완전히 풀려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정체 모를 공포에 울부짖으며 악셀을 계속해서 밟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던 길을 휘발유가 떨어질 때까지 달려서 고개를 넘었고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지만,


친구는 거의 의식이 혼탁하여 인근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정도 고열로 드러누웠다.


회복 후에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면 심하게 정서불안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돌아본 그녀석이 무엇을 보았는지 듣지 못한 채 졸업하고는 멀어지고 말았다.


개는 심한 착란증세를 보이며, 상대를 가리지않고 물어뜯으려고 달려들다가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어, 불쌍한 일이지만 안락사 시켰다고 한다.



결국 그게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나는 바다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이상이 동료의 이야기.


예전에 읽은 '야나기다 쿠니오'의 소쿠리나 대바구니를 액막이로 사용하는 풍습과 바다를 보면 안되는 날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수중에 없기 때문에 확인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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