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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74th] 방공호가 있던 곳

레무이 2017. 3. 19. 13:06

어느 날 친구 몇 명이서 집 근처에서 놀고 있었는데, 숨바꼭질을 하기로 했고, N군이 술래가 되었습니다.


나는 비장의 은신처를 알고있어서 거기에 숨기로 했습니다.



그 비장의 장소란


논 둑에 있던 오래된 방공호입니다.



그곳은 흙을 파고 반듯하게 나무로 보강 한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어진 곳인데, 부모님꼐서도 들어가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나는 그 안에 촛불이나 만화책 등을 몰래 가지고 들어가서 비밀기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낡은 탓인지, 입구 부근은 무너져 있어서, 어린아이였던 나조차 쪼그려 앉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입구로부터 2미터 쯤 들어가면 다다미 2장 넓이의 작은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촛불이나 만화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어떻게든 안에 들어간 나는 초에 불을 붙이고 만화를 술술 읽고있었습니다.


방공호 안에는 흙이 단단히 다져져있어서 여름에도 시원했습니다.


서늘한 흙의 감촉이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잠시 후 멀리서 N군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이 이제 항복이야. 그러니까 나와라."


나는 '이겼구나!' 생각하고, 초를 불어 끈 뒤에 방공호에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우르르릉 쿵하는 소리가 나고, 등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덮쳐오는 느낌이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입구에서 1미터 정도의 근처였을까요?


내 몸은 토사로 메워져 완전히 꼼짝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이것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힘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도와 주세요- 도와 주세요- 도와줘---"


공포로 인하여 이젠 단어나 비명이라고 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내어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들리는 것은 내 목소리 뿐.


방공호의 안은 고즈넉하기만 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바깥에서 듣고있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가 근처의 어른을 데리러 갔다고 기대하고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어둠과 토사의 압력으로 인한 공포는 이상하게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숨 쉬기가 힘들어지고 있었고, 어린 마음에도 "이대로 죽는 걸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문득 어떤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내 희미한 숨소리와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토사가 무너지는 후드득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분명히 그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귀를 기울여 보니, 아이의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확실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일제히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목소리는 어느정도 계속해서 들렸습니다만, 어느 순간 뚝 하고 멈추었습니다


내가 머릿속에서 "이제 괜찮아···."라고 중얼거린 순간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다리를 누군가가 만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다리 뿐만 아닙니다.


몸, 팔, 얼굴.....


나의 전신을 서늘한 손 같은 것이 더듬거리듯 내 몸을 차닥차닥 만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손의 수는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굉장한 공포를 느끼고는, 엉망진창 비명을 질렀다고 기억합니다.


내가 비명을 지르며 우는 동안에도 손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게다가 내가 방공호 안쪽으로 끌어가는것 같았습니다.



그 손은 토사에 묻혀있던 나를 쓱 빼내고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내 귓가에 이렇게 속삭 것입니다.


"찾았다!"


나는 그때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우리 집의 거실이었습니다.


주변에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보고있었습니다.


그 방공호 속에서 온몸에 빨간 손자국이 생긴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나오지 않아서, 친구가 부모님께 알려줬다고 합니다.


나는 호되게 혼났는데, 하나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입구가 무너져 나올 수 없게 되었던 일을 부모님에게 설명했지만, 부모는 무너진 것은 없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그 방공호 입구가 무너져서 난 생매장 되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그걸 확인고자 방공호에 갔습니다만, 부모님의 말 그대로 입구는 제대로 열려 있었으며, 마치 나를 유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방공호에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었습니다만,


내가 방공호라고 생각했던 구멍은,



전쟁 중에 군의 착취로 인해 식량이 다 떨어졌을 때, 입을 줄이기 위해서 아이들을 그 구멍에 넣어 가두고 굶겨죽이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몇 명의 아이들을 그 구멍에 넣고 한 달 정도 방치하고는 시체를 들어내고, 또 다시 아이들을 넣고...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내 사고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구멍은 완전히 막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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