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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내가 독감으로 드러누웠던 때의 이야기.
무려 42도라는 인생 최고의 체온까지 올라갔고,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호한 상태에서 나는 자고있었는데, 소변 마려움이 나를 습격해서 비틀비틀 일어 섰다.
문을 연 건지 열지 않은 건지도 모를 정도로 비척대며 복도를 걸었지만, 화장실까지는 처절할 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천장도 굉장히 높게 느껴졌다.
아, 이것이 앨리스 증후군이구나... 하면서 화장실에 걸어가고 있었다.
화장실까지 앞으로 조금 남은 지점에서 뭔가가 오른쪽 가까이에 쿵하고 내려왔다. 떨어진게 아니라 착지했다.
그쪽을 보니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였다.
너무 크다. 중형차 정도였다.
그런 고양이가 나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이상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나는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잠을 자고 싶었고, 만약 진짜라면 큰일이었기에. 천천히 뒷걸음질 했다.
고양이는 가만히 이쪽을 보고있었다.
나는 가만히 있어 달라고 생각하면서 뒷걸음질하고 있자, 고양이의 뒤에서 큰 그림자가 나타났다. 높이가 이층 집 정도는 되었다.
거인? 라고 생각했는데,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다.
우리 집의 4살 짜리 딸이었다.
이상하다는듯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딸이 고양이와 함께 다가왔다.
평소처럼 나를 보는 표정이 아니라 뭔가 이상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이쪽으로 온다.
잡히면 위험하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내 방까지 달렸다.
방이 멀다. 몇 미터가 너무 멀다.
뒤에서는 딸의 기척이 있었다.
어떻게든 방에 도착했다.
이불도 크다. 어떻게든 기어들어가서 깜깜한 이불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훗- 하고 의식이 멀어졌고 졸린 와중에 다리쪽이 근질근질하는 감각이 들어 정신을 차렸다.
열도 조금 떨어진 느낌이어서 스윽-하고 상체를 일으키자, 다리근처의 이불이 굼실굼실 움직이고 있었다.
들춰보니 딸이 뭔가를 찾고 있었다.
"뭐하니? 전염되면 안되니까 이 쪽으로 오면 안돼요." 라고 하자,
딸이 "작은 것이 있었어. 털이 잔뜩! 그게, 아빠의 발치에 들어가고 있었어."라며 약간 흥분하면서 말했다.
주위를 보자 크기의 감각도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화장실로 걸었다.
복도 중간에 내가 목에 감고 있었던 보냉제를 감싼 수건이 떨어져 있었고, 고양이가 그것의 냄새를 맡고있었다.
일단 화장실까지 가려고 했던 것은 꿈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이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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