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th] 수호신이라는 뱀(카가)을 모시는 신사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어떤 산중의 무의촌에 부임했을 때의 이야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에 맡겨지는 모양새로, 당시 6세 였던 나도 그 마을에서 함께 살게되었다.

천식 환자였던 나의 전지요법(기후·풍토가 적합한 곳으로 옮겨 가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겸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마을 차원에서늬 대 환영이었다.

수호신이라는 뱀(카가)을 모시는 신사로부터 성대한 축제가 개최되고,

"신님의 가호" "신님의 인장"로 문앞과 뒷문에 거대한 방울이 달린 헤이소쿠(종이를 길게 늘어뜨린 막대기)가 걸려졌다.

진료소 겸 주택으로 주어진 건물은 아주 새롭게 일부러 손질 한 토지에 신축되어 있었다.

나의 천식 발작은 순식간에 안정되었고 마을 사람은 "카가(뱀) 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나에게 말했다.

상냥한 마을의 아이들도 곧바로 친해졌지만 곧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너는 좋겠구먼, 카가(뱀) 님이 마중오시면 어무니가 섬겨 모실 것이여"

그 의미를 조부모에게 물었지만 조부모는 표정을 흐리며 "넌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할 뿐.

그러고 보니 밤중에 해가 지자마자 집 전체가 죄어오는 듯한 '기기기... '하는 집 울림소리이 신경쓰였다.

조부모는 "신축 목조 주택이라는건 원래 그런 거다."라고 설명해주셨지만, 일단 신경쓰이고나니 공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윽고 나와 조부모는 "카가(뱀) 님의 마중"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태풍이 다가온 어느 날의 밤이었다. 안색을 바꾼 아버지와 형이 조부모와 나를 데리러왔다.

당황하던 할아버지를 아버지가 퍽 하고 주의를 끌고는 목소리를 죽이고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우리들을 차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다음날 상륙한 태풍에 의해 산의 표면을 깎아내는듯한 산사태가 발생하여 취락은 토사에 밀려버렸다.

단 한 채만 무사했는데, 조부모와 우리들의 있던 진료소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상한 것이었다.

모든 창문과 출입문이 안에서 탈출 할 수 없도록 외부에서 빗장이 걸리고 쇠사슬에 얽혀있던 것이었다.

감이 좋은 사람은 눈치 챘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카가(뱀) 님에게 드리는 제물이었고, 방울과 헤이소쿠는 제물의 표식이었다.

제물인 우리들이 달아난 카가(뱀) 님의 분노때문인지, 마을주민들의 집들은 한 채 남지 않고 토사에 휩쓸려 있었다.

우리들을 제물로 만들었다는 안심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은 자가용으로 겨우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피난처까지 가지 않고 모두 집에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