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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96th] 신문 배달

레무이 2017. 4. 2. 04:15

내가 수십 년 전에 시모노세키시에 살던 시절의 일입니다.


당시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었는데, 너무나 배달하기 싫은 집이 한 집 있었습니다.


왜내하면 일반 배달하는 경로는 크게 벗어나 있었으며 울창한 숲속의 긴 언덕길의 막다른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3면이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집, 게다가 거기 배달 시간은 오전 3시 정도 였으므로, 항상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8월의 어느 날, 언제나처럼 배달하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그 집으로 배달하러 갔는데, 작은 소년이 담 위를 타고 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시간에 왜?"


생각했지만, 담의 높이는 1m 정도 였고, 집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으므로,


"마침 여름 방학이니까, 어딘가 여행이라도 가는걸까? 부모님이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밖에서 놀면서 기다리고 있을까."


좀 위험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른 시간에 가족끼리 여행가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도 두근두근 했으니까.


그립네... 하면서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유치원 고학년(?) 정도였는데, 담 위에 서서는 반대편으로 뛰어내리고 또 올라오는 것을 담담하게 반복했습니다.


그날은 그것 뿐, 아무일도 없이 배달을 완료했는데 다음 날, 그 다음날도 그 소년은 담 위에 서서는 반대편에 뛰어내리는 놀이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4일째가 되어서 이젠,


"이봐, 이런 시간에 뭐하는거야? 위험하잖아. 아빠, 엄마는?"


라고 담에 올랐을 때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조용히 언제나처럼 반대편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앗!"


소년이 뛰어내린 담 너머를 보고 죽을만큼 놀랐습니다.


무려 이쪽에서는 1m 정도의 무난한 담이지만 반대편은 절벽으로 되어있고, 게다가 아래쪽에서 "쏴-쏴-"하는 파도 소리까지 들려옵니다. 높이도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볍게 10m는 넘을 것입니다.


물론 소년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켜져 있던 집의 불빛도 사라져 깜깜했습니다.


나는 무서워져서 정신없이 도망쳐 돌아갔습니다.



대리점에 도착 해서 소장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면,


소장 "너 어디에 배부하는거야? 거기는 우리 배달 지역이 아니잖아!"


나 "어, 하지만 순로 표에는 분명히..."


그리고 배달에 사용하는 배달 순로 표를 보자, 확실히 있어야 할 그 집의 항목은 비워져 있었습니다.


"이제 알았으니까 일단 오늘은 돌아가라."


소장의 권유로 그날은 그대로 귀가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았고, 무서웠지만 밝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점심무렵 그 집에 가보았습니다.


밝을때 가서 봐도 왠지 섬뜩했습니다.


그 집은 문패도 없었고, 뜰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고, 유리창도 군데군데 갈라져 있고, 굉장히 사람이 살고있는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아까의 담 너머를 들여다 보니 절벽이 있었고, 높이 10m는 확실히 넘어보였습니다. 아래쪽은 바위에 파도가 끊임없이 쳐오고 있습니다. 역시 바다였습니다.


차근차근 봐도 아이가 내려갈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문득 밑의 바위에 하얀 것이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흰 꽃의 꽃다발과 내가 배부한 신문이 바위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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