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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35th] 꿈에서 본 풍경

레무이 2017. 4. 18. 14:40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꿈에서 보이는 풍경이 있다.




다리 건너에 오솔길이있다.


그 너머에는 오래된 신사.


걸으면 발밑의 자갈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나무로 만든 홍살문.


인적이 없는 신사에는 자갈 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만 들려오고, 그 곳에 있으면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 든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그 꿈은 아마도 나의 불안이 그런 형식으로 꿈에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내가 아기였을 때 부모가 이혼했고 아버지 쪽에 거두어졌다.


생후 6개월 때에 이혼했기 때문에 1개월 차이로 태어난 사촌 여동생의 어머니 (나를 기준으로 보면 고모)에게 키워졌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난동을 부렸지만 촌구석인데다가 장남이었던 탓인지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고,


나도 어렸을때부터 구타당하고 걷어차이는 것은 당연, 술병에 맞는 날도 있었다.



본 적도 없는 경치는 누군가 보호해 줄 사람을 찾는 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며,


신사(= 신)에게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사회인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있었다.


아버지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지만, 고모가 가르쳐 주었다.


장례식은 이미 끝났다고 했는데, 일단 어머니를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어머니의 고향인 동북의 마을로 찾아 갔다.



거기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사진을 봤는데, 전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외할머니도 만났지만, 그리운 생각도 없었고, 왠지 실망했다.


한눈에 보자마자 "이것이 엄마··· (눈물)" 같은 전개를 살짝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날은 거기에 머물게되었다.


할머니에 이끌려 근처에 산책을 나갔을 때 거기서 본 적이있는 경치를 발견했다.


강이 있고 그 너머에 한 줄기 오솔 길.


거기를 따라가자 꿈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신사가 있었다.



할머니에게 묻자 어머니는 첫 출산을 앞두고 여기에 돌아와서 나를 낳고, 종종 이 신사에도 산책 하곤 했다, 라고 한다.


내가 그 마을에 있었던 것은 생후 2개월 까지로,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다.


6개월 때에 부모가 이혼했고, 사진도 전부 아버지가 버렸다.



본래 2개월이라고하면 아마도 눈도 그렇게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그 신사에 대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거니까,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그 곳을 걷고, 귀에 익은 자갈 소리와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에는 낡은 신사가 듬직하게 서 있어서···



어머니의 사진과 할머니의 얼굴을 봐도 그립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왠지 그 신사 주변을 걷다보니 너덜너덜하게 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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