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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76th] 업보

레무이 2017. 5. 26. 06:04

지난 11월 초 무렵부터 집안에 가끔 생고기가 떨어져 있었다.


그게 말인데, 슬리퍼 안에 고기 조각이 둥글게 말려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가게에서 파는 고기와는 달리, 미묘하게 껍데기와 흰 솜털이 붙어있는 돼지고기 같은 분홍색 고기이다.



나는 아파트에 혼자서 산다.


이런 기분나쁜 장난을 할 동거인이 없다는거다.


그게 특별히 해가 되지는 않았고, 왠지 징그럽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정월에 오랜만에 집에 갔을 때, 그 말을 부모님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해보았다.


그랬더니 아빠와 엄마도 장난스럽게,


"그럼 기야마 신씨를 한번 뵙고 말씀드려봐."


라는 일이 되었다.


이 "기야마 신씨"이라고 하는 것은, 나의 시골의 산속에 있는 신사를 모시는 집의 할머니.


뭐랄까, 신님을 대대로 지켜 모시고 있으니, "신 씨"라고 불리고 있다. 기야마라는건 아마 가문의 이름.


나의 고향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여우에 씌인 것처럼 날뛰게 되면,


우선 "기야마 신씨"에게 알린다, 라는 것이 정석일 정도로, 꽤나 미신이 깊은게 뿌리내린 마을이다.



그래서, 점심 쯤 차를 몰고 부모님과 신사에 가게되었는데, "기야마 신 씨"에게 보고받은 결과는.




"집에 떨어져 있는 몸의 일부(생고기)는 너의 슬하에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것이다.


네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네가 원인이 되어 태어날 아이의 몸을 뜯어내고 있다.


태어날 아이는 오체가 성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네게서 태어날 자식이다."


이라는 것이다.




나도 부모님도 그렇게까지 믿음이 강하지는 않지만, 다소 초조해했다.


하지만 "어떻게하면 살 수 있습니까?"라고 매달리는 엄마에 대한 신씨의 대답은 비정했다.



"나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모든 것은 네 아들의 업보다.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 나까지 휩쓸리게 된다···."



나로서는 그 업보인지 뭔지는 아무데도 짐작가는 것이 없었고, 시종일관 ( ' ∵ ` ) 이런 얼굴이었는데,


그저 문자 그대로 어떻게 할 도리도 없이, 집을 뒤로하고 몇 주에서 한달 쯤 지났는데.


사귀던 여친이 임신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직도 집안에는 종종 생고기가 달라 붙어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누가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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