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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거대미궁 아르바이트 하던 때의 이야기.



여름 방학동안 단기 아르바이트로 고용되어, 테마파크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이라고는 하지만 업무내용은 굉장히 간단했다.


미궁 안에서는 중도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상구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앞에 서서 유도하는 일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저 멍하니 서있는 일.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뭐 익숙해지긴 하지만.


정신이 압박되기 때문인지 알바 동료도 이상한 놈 뿐이었다.



이 미궁은 진짜 폐허에서 가지고 온 것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알바 동료들도 이상한 체험을 겪곤 했다.


나도 한 번 체험했다.



언제나처럼 비상구 앞에서 포기하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중년 정도의 남자가 "이쪽으로 나갈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왔다.


남자 혼자라는 것은 뭐 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아저씨였기 때문에 드문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대부분 포기하는 손님은 엄청 쫄아서 반쯤 울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 아저씨는 매우 평범한 느긋한 태도였기에, 반대로 어쩐지 무서웠다.


"아, 네 이쪽으로."


안내하고 보냈다.


아저씨는 보통으로 나갔다. 출구까지는 샛길 같은건 없다.



그런데 그 직후, 또다시



"이쪽으로 나갈 수 있습니까?"



···와버렸다.


출구를 역주행 해 온 것이 아니다.


아까와 같은 방향에서, 미궁 안쪽에서 왔다.


응? 어? 지금 나갔는데.


당황하면서도 극도로 무서워서 사고가 정지했다.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아까처럼 안내했다.



···그 아저씨는 그 후에도 몇번이나 왔다.



매번 "이쪽으로 나갈 수 있습니까?" 라고 묻고는 출구로 사라진 뒤에 다시 미궁 안쪽에서 나타난다.


내 위치는 미궁의 중간보다 조금 안쪽이었기 때문에, 보통의 인간이라면 입구로 일일이 다시 들어올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오는 간격이 너무 짧았다.



어떻게든 누가 좀 도와줬으면 하지만 위치를 떠나면 안되기 때문에 대혼란이었는데,


결국은 견딜 수 없어서 내가 포기했다.


그 후, 알바 동료에게 업무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폐허에서 가져온 것들과 함께 끌려와버려서, 아저씨는 계속 헤매고 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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