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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79th] 아버지와 심령 스팟

레무이 2017. 5. 28. 00:57

나와 동생은 심령 스팟을 좋아해서, 틈나는대로 폐허에 한밤 중에 잠입하던 장난꾸러기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둘 다 영감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폐허 탐험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너희들 정말 좋아하는구나 ㅋ"라고 웃으면서


이제부터 밤놀이하러 가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한마디 하셨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더니... 라는 말씀을 하셔서, 아버지도 옛날에는 이렇게 놀았다는 말씀이라는걸 깨달은 나는,


"이번에는 아버지도 같이 가실래요?"


라고 권해봤다.


그랬더니 아버지도 싫지 않은 듯 "어쩔 수 없겠네 ㅋ"라고 하셨으므로,


심령 스팟 탐험에 조만간 함께 가기로 했다.



나와 동생은 바보 장난꾸러기였기 때문에, "아버지를 깜짝 놀래켜버리자"라고 계획했고,


심령 스팟에 가기 직전, 동생의 차 뒤에 물감으로 끈적 끈적하게 빨간 손도장을 찍어두기로 했다.



준비는 만전이었고, 저녁식사 반주로 완전히 흥이 오른 아버지를 차에 태우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전혀 무섭지 않다고! 내가 너희들 시절에는···"


라며 의기양양한 아버지를 슬쩍 보고는, 나와 동생은 몰래 웃었다.



그 날 향한 장소는 3~40 년 전, 따돌림에 당하고 살아갈 수 없게 되어 가족 동반 자살을 도모했다는,


변두리에 있는 목조의 폐허이다.


현지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명소이며, 가깝기도 했기 때문에, 나와 동생의 순회 코스였다.


국도에서 벗어나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어지는 마을 길을 자동차로 달린다.


운전석은 동생, 조수석에는 나, 뒷좌석에는 조금 전까지 자랑을 늘어놓으시던 아버지가 말씀이 줄어들어 계셨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헤드 램프의 불빛만으로 자동차를 달린다.


주위에는 민가의 불빛은 물론 가로등조차 없다.


빠각빠각 하며 앞 유리에 부딪혀오는 나뭇가지도 많아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헛소리를 나누는 나와 동생. 반면 분위기에 압도되었던 것인지 완벽하게 입을 꾹 다물어버린 아버지.



목적지인 폐허까지는 수백미터 남은 지점에서 갑자기


"네녀석들! 그만두거라!!"


라고 아버지가 외쳤다.



갑작스런 사건에, 나도 역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동생도 바로 급제동.


뒷좌석을 들여다 보자 격노라고 할까, 왠지 심상치 않을 정도로 긴장해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에이 쫄지마시라고요ㅋ"


"바로 저기인데요 ㅋㅋ"


라고 긴장을 풀어드리는 나와 동생.



그래도 아버지는


"시끄러! 안돼! 앞으로 절대 가지 마라! 돌아간다!"


라고 하시며 듣지 않으셨다.



뭐라 하고싶은 말은 있었지만, 가장인 아버지의 명령에 거역하지 못하고 결국 차를 돌려 그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허탕친 분위기 차 안에서


"미안하구나. 쫄아버려서···"


라고 아버지가 불쑥 말씀을 꺼냈다.


그 뒤에는,


"어쩔 수 없잖아요 ㅋ"


"아버지, 의외로 치킨이잖아."


"시끄러, 임마"


하면서 어떻게든 가던 때와 같은 분위기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우선 안심했다.



뭐, 진짜 즐거움은 그 다음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차량의 엔진을 껐다.


순진한 얼굴로 차에서 내린 나와 동생이었지만, 곁눈질로 똑똑히 자동차의 뒤로 도는 아버지의 모습을 포착했다.


아버지가 차 뒤의 손자국을 찾아낸 순간 "히익!"하고 비명을 삼키는 목소리를 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당연히, 나와 동생은 뿜을 뻔했다.


어떻게든 참아내고는,


"아버지 무슨 일이예요?"


라고 물었다.


시시한 짓 하지말라는 아버지의 주먹 한 방쯤은 받을 생각이었는데,


정작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들의 예상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새파랗게 질려서,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나와 동생의 등을 억지로 밀어서 집에 들어갔다.


"뭔데 아버지···"라고 물고 늘어졌는데, "시끄러!"하고 일갈되었다.


심한 장난에 화가 나신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굳이 말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떨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빨리 자라"라고 거부는 허락하지 않는 명령을 받은 우리들은 장난을 말씀드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각각의 방으로 돌아왔다.


분명하게 이상한 아버지의 태도를 생각하자, 나는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2시 3시 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나다를까 잠이 오지 않았던 나는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정원의 차에 뭔가 그림자가 보이는 것을 알아챘다.


자동차의 그늘에서 움직이고있는 그것은 여기에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묘한 두근거림에 뒷문으로 몰래 발소리를 죽이고 차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


자동차 뒤의 그림자는 분명히 사람의 것이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서야 간신히 그림자가 뭔지 알아냈다.


정체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이런 한밤 중에 양동이와 걸레를 가지고, 그 손자국을 닦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통곡하면서.


멀리서였기 때문에 약간 뇌 보정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들려왔다.



"용서 해줘··· 윽··· 제발 용서해줘, 나···윳씨 (나유?)··· 저 아이들만은··· 제발··· 원망한다면······"



뭔가에 계속해서 사과하면서 차를 닦는 아버지를 보고 왠지 두려워졌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이불에 뛰어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좋은 아침"하며 일어나 계신 아버지.


그래도 눈은 분명히 울어서 퉁퉁 부운 흔적이 있었다.


동생도 어제 일이 석연치 않은 것인지, 나에게 캐물었지만,


심야의 이상한 행동을 이야기하자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결국 그로부터 한 번도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자동차의 손자국도 깨끗해서, 완벽하게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심령 스팟에는 가기는 커녕 말을 꺼내는 것 조차, 나와 동생 사이에서는 금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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