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th] 중고품으로 받은 책상

우리 집은 옛날에 찢어지게 가난해서 원하는 것 따위는 하나도 사주지 않았다.

입고있는 옷은 주변아이가 입던 중고품이었고, 간식은 얼음사탕 뿐이었다.

그런 나도 의무교육 만큼은 제대로 받고 있었는데.

하지만 공부에 관련한 도구들은 모두 중고품이었다.

태어나서부터 계속 중고품 뿐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아무 불만은 없었지만,

한가지 기분나쁜 일이 있었다.

그것은 중고품으로 받은 책상이었다.

그 책상은 중고품인데 아직 신품의 광택을 유지하고 있었고,

서랍을 열면 나무의 향긋한 향기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그 책상을 몹시 좋아해서, 여가시간은 나답지 않게 책상에서 책 따위를 읽어보기도 했다.

책상이 와서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묘한 경험을했다.

언제나처럼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른발에 서늘한 것이 닿았다.

책을 읽는 중이었기 때문에 발에 닿은 것이 무엇인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발을 서늘한 것에 닿지 않도록 조금 떨어뜨렸다.

잠시 후, 또 싸늘한 것이 발에 닿았다.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오른발로 서늘한 것을 안쪽으로 차 넣었다.

그러자 발끝에 물컹한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시선은 책상의 책에 놔두고는 의식은 아래의 발끝에 집중했다.

나는 오른발을 살짝 움직이면서 그 물컹한 것의 표면을 확인했다.

물컹한 것은 요철이 있었고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부드럽다고 생각하면 딱딱한 곳도 있었기에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발끝은 훑어서 물컹한 것의 표면을 따라 움직이다가, 마지막에는 그것의 상단에 도달했다.

거기에 가는 실 같은 것이 많이있다는 감각을 느낀 순간, 내가 발로 만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살짝 몸을 굽혀 책상 밑을 들여다 봤다.

거기에는 창백한 소년이 있었다. 내 발 끝은 소년의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의자째로 뒤로 쓰러졌다.

하지만 얼굴은 계속해서 책상 밑의 소년을 향하고 있었다.

소년도, 미동도 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일어설 수도 없어서, 네 발 걸음으로 방을 나왔다.

바로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서 체험 한 것을 울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만약 믿어준다해도 우리 집은 새로운 책상을 살 돈 따위 없었기 때문에 바꿔줄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그 책상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책상에서 공부하다보면, 발에 서늘한 것이 만져지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책상 밑을 들여다 보지 않도록 했다.

또 다시 그 소년이 있다면 무서웠기 때문이다.

거기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보지 않기고 넘어가려고 했다.

중학생이 되어서 은근슬쩍 엄마에게 물어 보았다.

내가 사용하고있는 책상은 누구한테서 온거냐고.

그러자 엄마는 조금 곤란한 듯한 얼굴을 하시고는,

"그 책상은 이웃인 와타루 군의 집에서 받아온거야"

라고 가르쳐 주셨다.

와타루 군은 나와 동갑이고, 유치원을 함께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며칠 전에 와타루 군은 강에 빠져 죽었다.

머리가 좋았던 와타루 군은 입학하기 전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책상에서 공부하면서 이제부터 시작될 학교 생활에 설레고 있지 않았을까.

사정을 알게 된 나는, 책상 아래의 와타루 군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와타루 군의 몫까지 공부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도 와타루 군은 나의 발에 닿곤 했다.

나는 와타루 군이 발에 닿는 것은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준다고 생각했다.

와타루 군의 격려가 버팀목이되어, 나는 상당히 공부를 할 수 있게되었다.

얼마 후, 중학교에서 야구가 유행했다.

나도 참가하고 싶었지만, 배트와 글러브를 살 돈이 없어 곤란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좀 기다려봐라" 고 말씀하셨다.

몇 달 후, 아버지는 배트와 글러브을 나에게 주셨다.

이번에도 중고품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제 야구를 할 수 있다.

나는 야구 멤버에 들어가서, 마음껏 즐겼다.

그렇지만 어느 날 친구 한 명이 내 장갑을 보고 말했다.

"그거 요시로우의 장갑 아니야?"

요시로우 라는 건 중학교 야구부에 소속되어 있던 동급생이다.

야구에 재능이 있었고, 중 1때부터 레귤러에 들어갔다.

하지만 요시로우는 최근에 죽었다.

귀가 도중에 강에 빠져 익사했다고 한다.

자신이 사용하던 글러브가 요시로우의 것이라는걸 알고, 나는 생각했다.

요시로우의 몫까지 야구를 즐겨 주겠다고.

그 때 문득 생각했다.

요시로우와 와타루 군은, 뭔가 닮았구나라고.

두 사람 모두 어린나이에 사망했고, 사인도 죽은 장소로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유품을 내가 받았다.

이런 우연이라는게 존재하는 건가?

몇 개월 후, 다시 나는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다. 이번에는 비디오 게임이 갖고 싶다고.

그러자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좀 기다려봐라" 라고했다.

2주 후에, 아버지는 비디오 게임을 가지고 오셨다.

또 다시 중고품이었다.

아버지에서 비디오 게임을 받기 조금 전에 신문에 실린 기사가 떠올랐다.

근처의 강에서 인근 중학생이 빠져 죽은 모양이다.

몸 전체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그날 밤, 평소처럼 내 방에서 공부를 하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몇 년 동안 그 일은 죽은 와타루 군이 나를 격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아니었다.

그 무언가는 필사적으로 호소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책상 밑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