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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29th] 불투명한 얼굴

레무이 2017. 7. 7. 18:20

처음 써봅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져서 이래저래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몇 주 전에 일을 마치고 귀가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겨울에 19시가 넘어서 주택가에다가 그다지 밝지는 않은 길을 걷고있었습니다.


1차선의 차도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인도에 이쪽을 향해 걸어 오는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존재를 깨달은 순간은 아마 2~30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거리가 줄어들자 무언가 대단히 이상했습니다.




얼굴만 그랬습니다.



뿌옇게 불투명 유리로 덮은 것처럼 왠지 윤곽만 대충 알 수 있을 뿐, 원빈과 김광규의 구별조차 안되는 수준으로 얼굴을 전혀 알 수 없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얼굴에만 TV 프로그램에서 통행인의 얼굴에 흐림효과가 들어가 있는 모양.




처음에는 멈칫 한 다음에 안경에 흠집이 난건가 (그랬다면 더 일찍 알았겠지 생각하면서도) 보는 각도를 바꿔 봐도 아저씨의 얼굴은 흐림효과가 들어간 상태.


진짜인가 싶어서, 실례라고 생각하면서도 사고로 인한 것이라거나, 어쩌면 "원래 그런 얼굴의 사람"일지도? 하고 다시 생각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아닙니다.


흐림효과는 진짜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흐림효과라고 말할정도로 균일한 뿌연느낌이 아니라, 날카로운 딱딱한 무언가로 유리를 엄청 긁어낸 것 같은 거친 느낌.



어 무엇, 이거 위험한거야? 하면서 약간 패닉이 되었고, 이쪽을 향해 오는 아저씨와 걷고있는 나.



엇갈린 몇 초 후에 뒤돌아 보니, 아저씨의 뒤통수는 보통의 아저씨였습니다.


그 상황에 내가 걸어온 방향에서 자전거가 등장했기 때문에, 좋았어 녀석의 반응은 어떤지 확인하자고 보고있었는데, 자전거를 탄 사람은 평범하게 아저씨를 지나쳤습니다.



이것은 뭐였을까요.



그 뒤에는 지금까지 비슷한 경험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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