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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초기 무렵 유바리에 있는 석탄 광산에서의 이야기.



개척민으로 혼슈에서 건너왔던 광부 A씨는 폭발 사고를 겪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 화상을 입어 생사를 오가는 중태에 빠졌다.


옛날이었기 때문에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전신을 붕대로 감고 아내가 기다리는 합숙소의 작은 방까지 실어 운반되었다.


용태를 확인한 의사는 "큰 부상이지만, 오늘밤을 넘긴다면 목숨은 건질 것입니다. 급한 일이 생기면 부르러 오십시오."


집의 위치를 가르쳐주고는 돌아가 버렸다.





그 날의 자정. 촛불 하나에 의지한 희미한 불빛 아래, 남편의 머리맡에서 혼자 간병하던 아내가 문득 깨달아보니, 현관에 사람의 기척이 있었다.


아내가 나가보니, 많은 사람이 서있었다.


그들이 말하기로는,


"우리들은 A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입니다. 오늘 힘든사고를 겪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당장이라도 문병하러 오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작업을 중단 할 여유가 없어서, 이런 실례를 범할 시간이되어 버렸습니다. 여하튼 우리들이 A씨의 간병을 돕게 해주세요."


라는 것.




아내는 혼자서 불안했던 참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여, 방에 모두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일손을 들였다.


각각 한 명씩 A씨에게 말을 걸고 격려했고, 방 안에 앉아서 아내에게도 상냥한 말로 위로를 전했다.


아내는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그 중 한 명이 '나는 의술의 소양이 있으니 진찰 해주고 싶습니다."하고 제안했다.


그 사람은 석탄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훌륭한 신사였다. 누군가의 지인 인 것일까?


그는


"이런 심각한 화상이지만, 나는 다행히 화상 치료에 전문입니다. 오늘 밤 안에 치료를 하면 A씨는 빨리 나을 수 있습니다."


고 설명했다.


아내에게는 이견이 있을리 없었다.



이윽고 신사의 치료가 황혼 속에서 시작되었다.


치료는 아주 거친 방법이었다.


신사는 "화상에는 손상 된 피부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입니다."라고 설명하고는,


A씨의 몸을 감싸고있는 붕대를 제거했고, 이윽고 A씨의 피부를 간단하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탄광 광부 중에서도 강인한 몸으로 알려진 A씨라도, 이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A씨는 참혹한 고통에 절규하며, "차라리 죽여 달라"고 울부 짖었다.


아내는 허둥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를 넘는 무시무시함에 아내도 귀를 막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신사는 "이걸 참아내야 합니다. 빨리 편해질 겁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작업을 계속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어느덧 A씨의 절규는 가라앉았고, 정적이 돌아왔다.


남성은 아내에게 "걱정끼쳤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금방 회복될겁니다"라고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떴다.


아내는 몇번이나 몇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신사를 멀리까지 배웅했다.


먼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곧 동이 터올 시간이었다.



방으로 돌아오자 조금 전까지 좁은 방에서는 미어져 터질 것만 같았던 문병객이 한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내는 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기분나쁘다고 느꼈다.


돌아갈 것이라면 한마디 정도는 인사를 하는게 좋지 않은가.


지친 아내는 A씨의 머리맡에 앉아 조금 쉬려고 생각했지만, A씨의 안색을 보고는 경악했다.


새벽의 햇살 속에서 보는 A씨의 얼굴. 그것은 마치 밀랍처럼 생기가 없었다.


아내는 A씨에게 매달려 또다시 통곡 할 수밖에 없었다.




소란을 우연히들은 이웃에 불려나온 의사는 A씨를 보자 마자 아내를 호통쳤다.


"누가 환자에게 손을 댄겁니까!"


A씨를 감싸고 있는 붕대는 분명히 아마추어의 솜씨였다.


붕대를 제거한 의사는 A씨의 몸에서 눈을 돌렸다.


무참히 생가죽이 벗겨진 시체가 거기에 있었다.



너무나도 기괴한 사건에 경찰이 불려져, 반 광란의 아내에게 어떻게든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나타난 남자들도, 그때의 신사도 석탄 광산은 커녕 인근 읍면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어떤 사람이 "그건 여우의 소행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우에게는 인간의 부스럼 딱지나 화상입은 피부는 영약이 된다고하여, 어느 지방에서는 "화상이나 딱지가 있는 사람이 산에 들어가면 여우에게 속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내는 눈이 나쁜 여자라고, 평소 울어서 부은 듯한 눈꺼풀의 소유자였다고한다.


여우는 그것을 노렸던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아내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까지는, 이 이야기에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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