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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32nd] 막차에 탔을 때

레무이 2017. 7. 14. 03:08

오랜만에 무섭다고 생각했다···





회식 끝나고 지하철 막차를 탔을 때의 이야기.


귀가때의 러쉬아워와는 정반대로, 엄청나게 비어있었다.


얼마 후에 차량에는 나와 지친 샐러리맨 풍의 아저씨까지 둘만 남게 되었다.


나와 그 아저씨는 서로 각각 차량의 정 반대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저씨는 기분 좋게 졸고 있었다.


상당히 피곤했거나 술에 취해 있었던 걸까.


나도 좀 졸려왔기 때문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5~6초가 지난 정도에 눈을 떴다.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는 시트를 내쪽으로 한 줄정도 이동해온 것처럼 보였다.


나는 상당히 취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또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도 몇 초정도 후에,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이번에는 확실히 아저씨가 또 한 줄가량 이쪽으로 옮겨와 있었다.





조금 위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소매치기라도 저지르면 잡아다가 역무원에게 넘겨 주기 위해서, 나는 실눈을 뜨고 자는 척을 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아저씨는 내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오려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저씨는 그대로 차량의 중간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면서,




"속지 않아요~ 속지 않아~ 자는 척 따위에 속지 않아요~"



라고 중얼거렸다.




이제는 나도 완전히 위축되어 그대로 계속 자는 척을 하다가 다음 정차역에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빠르게 일어나서 도망치듯 전철에서 내렸다.



아저씨는 따라오지는 않았다.




단, 택시 요금도 없었기 때문에 2시간 이상을 걸어서 귀가했다.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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