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345th] 긁어대는 손

레무이 2017. 7. 21. 01:05

출장 관계로 묵었던 교외의 비즈니스 호텔의 이야기.



밥은 밖에서 먹고나서 호텔에 체크인.



심야 1시쯤이었을 뿐인데 호텔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6층 가장 안쪽의 방.



좁지만 깔끔한 욕조로 몸을 씻고, 지쳐있었기 때문에 TV를 켜지도 않고 바로 자려고 생각, 2시 쯤에 불을 껐다.



"하아, 오늘은 피곤하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잠이 올 무렵에, 문득 "벅 벅 벅" 하며 뭔가를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불필요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



깜깜한 방.



보이는 빛이라고 하면 문 아래의 복도에서 새어들어오는 자그마한 빛.



문 아래의 빛으로 시선을 돌리자, 인간의 손 같은 것이 바닥의 카펫을 손톱을 세워 긁어대고 있었다.



"버걱 버걱 버걱" 하고.



게다가 그 손은 문 밖이 아니라 분명히 문 안쪽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금 나에게 보이는 것은, 손 실루엣과 문 아래의 작은 빛.



전등의 스위치는 문 옆에있다.



뭐가 있는거지? 확인하고 싶지만 무서워서 움직일 수 없다.



참다못해서, 마침내



"누구냐!"



하고 외쳤다.



그러자 손은 긁던 행위를 멈추고는 사라졌다.



귀신···?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붙을 켜고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다.



문까지 달려 전등을 켰다.



바로 뒤돌아서 방을 둘러보았다.



창문은 어느새 열려 있었고, 거기에는 길게 늘어뜨린 시커먼 머리카락을 바닥에 끌며 무언가가 뛰어 내리고 있었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7th] 15년 전, 엘리베이터에서  (0) 2017.07.21
[346th] 뼈와 사슬  (0) 2017.07.21
[344th] 옆집  (0) 2017.07.20
[343rd] 파도 속의 사람  (0) 2017.07.18
[342nd] 친한 친구의 고양이  (0) 2017.07.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