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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50th] 예감

레무이 2017. 7. 24. 03:14

그녀와의 데이트 날,


약속 장소로가는 길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였다.



"오늘은 못 가겠어."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만나지 않는게 좋겠어."



라고도 말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끈질기게 묻자



"만나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라고 말한다.



"나는 살아있어선 안돼."



라고 말한다.



납득할 수 없었던 나는 지금 만나자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죽을지도 모른다니까."



그녀가 말했다.



"죽어도 좋으니까 만나고 싶어."



그렇게 나는 말했다.



여기에서 물러서서, 납득하지 못한 채로 사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황한 기색의 그녀가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정말로 죽을거라고!"



라고 말했다.



30분 정도 실랑이를 하다가, 그녀가 꺾였다.



오겠다고 한 것이다.



잠시 후, 또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역시 갈 수 없어."



라고 말한다.



"지금 어디에 있어?"



"도쿄역"



"그럼, 이제 갈아타기만 하면 되잖아."



"못하겠어."



"대체, 왜?"



"나쁜 사람이 내 안에서 방해하고있어."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걸까?


라고도 생각했다.



"그럼 거기에있어. 내가 그쪽으로 갈테니까."



"오지 않는게 좋아."



"거기있어. 금방 갈테니까."



나는 개찰구를 빠져나와 상행열차를 탔다.



도쿄역에 도착한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그녀는



"○○라는 카페 앞이야."



라고 역 구내의 매장 이름을 불렀다.



"알았어. 곧 갈게."



라고 대답하고, 나는 달렸다.



낯 익은 가게 앞에 그녀가 있었다.



안심했다.



어쩐지 애처로운 모습으로,



"왜 온거야?"



라고 했다.



"만나고 싶었으니까."



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웃었다.



그 가게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했다.



그녀는 묘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중학교 친구였다.



몇 년 만에 연락이라고 한다.



셋이서 함께 밥이라도 먹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유라쿠쵸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그 친구 왈,



"어쩐지 오랜만에 만나고 싶어졌어."



라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셋이서 놀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주위를 신경쓰고 있었다.



그다지 늦지않은 시간에 헤어져서, 귀가길에 올랐다.



헤어질 때 그녀가 내 손을 잡고,



"꼭 조심하도록 해. 안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6일 후, 그녀가 죽었다.



사고였다.




만약 그녀가 말한 것이 사실이었다면,



내가 죽인 것과 다름 없는 걸까.



내가 죽인 걸까,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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