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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52nd] 상실감

레무이 2017. 7. 25. 20:53

최근에 겪은 무서운 경험을 써본다.



몇 달 전에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 난거다.


3세 정도의 내가, 할아버지의 집 안방에서 혼자 울면서 밥을 먹고있었던 기억.


바깥은 날씨도 좋았고 사람의 이야기 소리도 들리는데 집안은 서늘하고 어둡고 고요했다.


나만이 모든 세계로부터 격리되어있는 것 같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내 머리와 왼발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통증은 느끼지 않았다.


어쨌든 괴로운 외로움이었다는 상실감이 있었고,


"잘 먹었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큰 소리로 울어 버렸다.



울음소리에 할아버지가 달려와주셔서, 조금 안심했다고 기억한다.





무심코 어머니께,


"어렸을 때 이런 일 있었던가?"


라고 묻자, 아마도 가족이 사고에 휘말려서 할아버지의 집에 묵었던 시기의 기억일 것이라고.


어머니가 입원, 아버지는 부상이 가벼웠기 때문에 출근했고,


나는 학교를 쉬고 할아버지의 집에 맡겨져 있던 시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말을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해서,


"잘도 그렇게 어렸던 시기의 기억이 남아있었구나ㅋㅋ"


하고 말했는데, 어머니는 재미있었던 모양인지


"그 무렵의 기억이 그것 말고 또 있니?"


상당히 끈질기게 물어오셨다.


다른 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그 밖에는 아무것도."


라고 하자,


"생각나면 가르쳐줘."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다만 최근들어 어렴풋이 기억난게 있어.


분명히 사고는 났었다.


그런데 그 사고로···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신게 아니었던가?




할아버지의 집에서 장례를 지낸 기억도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서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기억이 섞여버렸던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가 왜 그렇게까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끈질기게 물어보는지 몹시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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