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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64th] 산 측량

레무이 2017. 8. 2. 08:45

A와 나는 산에 측량을 하기위해 들어갔습니다.



산 측량을 할 때는 최소 3명이서 가도록 되어있었는데 같이 가야할 한 녀석이 독감으로 쓰러졌고, 달리 일손이 비어있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명이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불안했기 때문에, 산을 안내해주는 현지 아저씨에게 안내하는 김에 측량도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저씨는 임금을 주면 OK라고 해서, 우리들은 3명을 만들어 산에 들어갔습니다.




전날부터 온 눈으로 산은 새하얀 색이었습니다.



하지만, 폴이 잘 보였기 때문에 측량은 의외로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오전 시간내내 능선이 있는 곳까지 측정했는데, 아저씨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아저씨는 잠시 이야기를 했는데, 통화를 마친 후 갑자기 일이 생겼다면서 내려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러면 곤란하다고 생각 했습니다만,



"나머지는 오솔길을 따라 토지의 경계가 되니까 거기만 측량하면 될거요."



그 말을 듣고는, 오솔길을 따라서 한다면 괜찮을지도, 뭐 어쩔수 없구나~ 하는 분위기가 되어 결국 A와 나만이 남아 계속해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와 헤어지자마자, 바로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며 날씨가 이상해졌습니다.



"이대로 눈이 내리면 위험하겠지."



라고 말하며, A와 나는 빨리 끝내기 위해서 속도를 올렸습니다.




우리들의 회사에서는 산을 측량할 때에, 포켓 나침반이라는 기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위 자석 위에 작은 망원경이 붙어있어서, 그것으로 가리키는 방향의 방위와 높낮이나 각도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가볍고 견고하면서 취급이 간단해서 산 측량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나는 나침반을 수평으로 자리 잡고 폴을 세우고 있는 A쪽으로 망원경을 향하고는 들여다봤습니다.



눈 덮인 땅과 나뭇가지에 눈을 올리고있는 나무가 보였지만, 폴도 A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망원경을 움직여서 A를 찾으려고 하자, 롱헤어의 머리가 보였습니다. 이제 폴을 찾아서, 눈금을 읽기 위하여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어라?"



초점을 맞추자, 나는 이상한 것을 눈치챘습니다.



우리들은 헬멧을 쓰고 측량을 하고 있습니다만, A는 왜인지 헬멧을 벗고, 뒤돌아 서있는 겁니다.



게다가 A의 머리카락은 갈색이었을텐데, 지금 보이는 것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입니다.



"이상하네"



망원경에서 눈을 들자 A가 헬맷을 쓰고 이쪽을 향해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바로 뒤의 나무 사이에,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시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조금 움직여 보았습니다.





여자가 있었습니다.





나무에 기댄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흰 옷을 입고있고 검은 머리가 어깨를 덮고있었습니다.



"이런 설산에··· 웬 여자가?"



나는 섬뜩해서 망원경에서 눈을 떼었습니다.



"어이!"



A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자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여자는 경사면을 내려가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뭐하고 있는겁니까? 정신차리세요."



A의 그 목소리에 나는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나침반을 읽고 현장 수첩에 기입 한 뒤, 나는 종종걸음으로 A의 옆에 가서 물었다.



"지금 네 뒤에 여자 서있었는데, 몰랐어?"



"또 그런 말이나 하고, 그만두세요."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던 A도, 내가 장난하는게 아니라고 파악했는지,



"···진짜입니까? 아니, 전혀 몰랐어요."



하면서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A와 나는, 다시 나무 쪽을 둘러봤지만, 나무와 눈이 보일뿐 여성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등산하는 사람과 마주친걸까요?"



"아니,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그 여자는 이 설산에서 혼자서, 짐도 없이, 게다가 반팔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거, 정말로 위험한거 아닌가요? 미친 여자일 수도 있고···"



A는 꽤 겁을 내고 있었습니다.



나도 위축되어 버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고,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끝내고 산을 내려가자. 이거 위험하겠어."




우리들은 다급하게 측량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날씨는 점점 악화되어 눈보라가 되어 왔습니다.



폴에 서있는 A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으며, 눈깜짝 할 새에 내려 쌓이는 눈 때문에 오솔길도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있었습니다.



휴대폰 전파도 권외가 되어있었습니다.



나는 초조해져서, 한시라도 빨리 산을 내려가고 싶은 마음으로 나침반을 설치했습니다.



레벨도 제대로 맞추지 않고, A를 향해 망원경을 돌리고는 그쪽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아까의 여자가 A의 바로 뒤에 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앞을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눈보라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A는 모르는 것인지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어이!"



내가 불러보아도 A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여자 쪽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당황하여 망원경을 그쪽을 향해 부들부들떨며 들여다보니, 여자는 눈을 감고 A의 뒷머리를 잡고 뒤에서 귓가에 입을 가까이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속삭이는 느낌입니다.



A는 도망치려고도 하지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그런 A에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을 뿐입니다.



이윽고, 여자는 A의 곁을 떠나 눈이 쌓인 경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A도 그 뒤를 따르 듯이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이! A! 뭐하는거야! 돌아와! 빨리 돌아오라고!"



그러나 A는 그런 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눈보라 속에서 여자를 뒤쫓고 있었습니다.



나는 측량 도구를 내던지며 뒤를 따라갔습니다.



A는 비틀거리며 나무들 사이를 걸어갔습니다.



"위험하다고! 진짜로 조난당할거야!"



이대로는 나도 위험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이 폭발 할 것 같았습니다.



주위는 눈보라로 새하얀 색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A에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A! A! 정신차려! 너 죽는다고!"



그러자 A가 이쪽을 뒤돌아봤습니다.



A는 공허한 눈으로 엉뚱한 방향을 보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외쳤습니다.



"○○○○○○○○○○! ○○○!"



입을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찢어질 듯 벌리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턱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혀가 늘어졌고 입의 가장자리가 찢어져 피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건 완전히 턱이 빠져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이번에는 내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 ○○○! "



그것이 한계였습니다.



나는 A고 측량 도구고 뭐고 내팽개치고, 정신없이 산을 내려왔습니다.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돌아와서 휴대폰의 전파가 닿는 곳까지 운정해서는 회사와 경찰에 전화했습니다.



곧 수색대가 산에 들어갔고, 나는 조사당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여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봤던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경찰은 담담하게 조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A에게 여자가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라고 하는 부분은 반복해서 질문하는 것입니다.




다음날 시체가 하나 발견됐습니다.



흰색의 여름옷에 검은색 머리카락.



내가 본 그 여자의 특징과 일치했습니다.



나는 경찰에 호출되어, 그 때의 상황에 대해 또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때 경찰쪽 사람에게서 그 시신에 대해 많은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자의 신원은 빨리 파악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여름,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실종되었던 여자라고 합니다.



다만 어째서 그런 산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답니다.



나는 그때의 일은 이제 잊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자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양쪽 눈에 심한 손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A가 그런 짓을 한건가...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인지, 그 상처는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국 A의 행방은 아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겨진 가족을 생각하면, A는 살아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솔직히, 난 이제 A를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어쩐지 꺼림칙한 예감이 들어서, 지난 주에 머리를 스님처럼 깔끔하게 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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