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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97th] 이웃 사람

레무이 2017. 8. 28. 16:28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일인데, 어느 지방 도시의 변두리 동네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 도시 자체는 작지는 않았지만, 내가 살던 지역은 밭과 논이···.


인구 밀도가 낮다고나 할까, 이런 동네 같은 것이 10여개 밖에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사로 마땅히 좋은 집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이 출퇴근 하기 괜찮을까 하는, 그때는 별로 그런 것도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로 이사해 보니 지금까지 도시에서 살아온 나는 그 마을이랄까··· 지역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다가왔습니다.



우선은 프라이버시가 제로.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집에 들어가고,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주변 일대에 소문을 퍼뜨립니다.


예를 들어, 어디 어디의 누구씨 댁의 딸이 맞선에서 도망쳤다거나, 싸운 이야기라던가


급기야는 아무개씨가 요 앞에서 노상방뇨 헀던 이야기까지···.



하지만, 우리까지 그런 소문의 소재가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집의 창문과 커튼은 대낮에도 가급적 닫아두고, 음악을 듣거나 텔레비전 볼 때도 볼륨을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물론 다른 사람과 겉으로는 사이좋게는 지내려고 했지만, 언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살았던 기간은 일년하고 조금 더.


내가 그 동네를 떠나게 된 사건을 써봅니다.





어느 날 저와 남편은 잠시 여행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를 떠나서 조금 느긋하게 쉬고 싶다는 나의 바람으로, 무리하게 남편에게 연휴를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1일째, 2일째에는 온천에도 들어가고 꽤나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3일 째에는 남편이 아무래도 업무상 회사에 가야만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나도 혼자서까지 여행을 계속 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중에 다시 오자고 이야기하면서, 급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특별히 얼핏 보기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구의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있거나, 확실히 꽂아 둔 책이 바닥에 놓여 있고···.


내 기억이 좀 착오가 있었다고 생각히면 그만인 것을, 이 마을의 분위기를 생각하자 묘하게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방을 확인하면서 청소하고 있던 그 때입니다.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직 시간은 오후 2시 정도였습니다.


남편이 돌아오기에는 너무나 이르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슨 일 있었어?"


라면서 현관으로 마중 나갔더니,



무려 거기에 있던 것은 한 집 건너 옆 집에 살고있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순간 두 사람 모두 굳어버렸습니다.



아주머니가 빠른 말로 "어머, 계셨네요. 현관 열쇠가 잠겨있지 않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생각하고···. 진짜 조심 해야돼요."


같은 말을 하면서 허둥지둥 나가 버렸습니다.



아주머니는 잠겨있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럴리가 없습니다.


나는 원래 그런 것을 깜박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와서부터는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설마··· 그럴리가··· 하는 의문과 함께,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집안의 미묘한 차이.



어떻게 해서든 우리는 그 뒤로 보름 정도만에 이사했습니다.


그때의 집보다 훨씬 좁은 아파트였습니다만, 이전 집보다는 훨씬 편안합니다.



그때의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로 기분이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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