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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398th] 손목

레무이 2017. 9. 3. 13:05

3 개월 정도 전의 사건.



신주쿠 모 백화점의 지하도를 거쳐 어느 대형 서점으로 통하는 지하도가 있는데, 그 길을 걷고 있다가 겪은 일이다.



통로에 들어와서 얼마간 걷다보니 바닥과 벽의 틈새 정도에 인간의 손이 보였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벽에서 손목부터 손끝까지 자라나있다고 표현하면 좋을까, "놓여있다"는 느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모조품으로도 보이지 않았고 매우 생생하고, 당장 움직일 것 같은 손이었는데, 딱히 피가 묻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벽의 상당히 아래에 손이 그저 나와있었기 때문에 , 나는 "기분 이상하구만··· 누가 한 장난이야."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 날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



그 경험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또다시 그 지하도를 통해서 모 서점에 가고있었다.



지하도가 조금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날은 내 앞에서 20대 중반 정도의 여자가 걷고 있었다.



지하도 서점 방향의 출구는 지상에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여자가 나를 따돌리고 올라가버리면 엘리베이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조금 빠른 걸음으로 여자를 따라가는 모양새로 걷다보니, 어떤 것을 눈치챘다.



그 여자는 왼손이 손목부터 없었다.



나는 그 순간, 지난 번 보았던 것을 생각해냈지만 "설마 우연 이겠지···."하며 그대로 여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내가 1층 버튼을 눌렀는데, 그 여자는 버튼을 누르려는 기척이 없다.



"그럼 나랑 똑같이 1층애서 내리는거겠지" 하고는, 그대로 1층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보통이라면 1층까지 30초 정도면 도착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는데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1층에 도착하지 않는다.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천장 근처를 바라보고 있자, 나로부터 비스듬히 뒤쪽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중얼 중얼 뭔가를 웅얼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느낌 진짜 별로다~"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자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명확하게 들리게 되었을 때,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여자는 계속 내 뒤에서,





"왜 왼손이 없는지 알고 싶어?"





를 반복해서 중얼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알아듣지 못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하지 않는다.



몇 분 이상이 경과하고 있다.



명확히 비정상적인 상황을 마주한 나는, 온몸에서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필사적으로 깨닫지 못한 척 "빨리 1층에 도착하라고!" 마음 속으로 계속해서 외쳤다.



그리고도 1분 정도 그 상황이 이어졌지만, 전혀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릴 기색이 없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1층의 버튼을 반복해서 다시 눌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가 내 뒤에서 킥킥 웃기 시작했다.



나는 더이상 참을 수 없는 마음에,



"뭐라는거야!!"



라며 뒤를 뒤돌아 보았다.



상당히 거친 말투로 말했지만, 여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때서야 겨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나는 살았구나!! 생각하여, 빠른 걸음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여자는 내가 떠나려는 순간, 이번에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왼손... 봤지?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뭔가 의미있어 보이는 말이었지만, 그로부터 3개월, 특별히 나에게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 이후로는 그 지하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두번다시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애당초, 그 여자가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그 외의 무언가"였는지 조차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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