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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08th] 모니터에 찍힌 여자

레무이 2017. 9. 10. 01:29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의 이야기.



알바 시작한지 3개월 정도 쯤의 어느 날 밤, 함께 야근하는 새벽 1시에 퇴근 예정이었던 선배가,



"오늘은 새벽에 여기 남아있어도 될까?"



라고 나에게 물어왔다.



우리 가게는 새벽 1시까지는 두명, 1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는 혼자 근무하게 되어있었다.



"별로 상관은 없는데요, 무슨 일 있습니까?"



그날은 특별한 일도 없었으니까, 잔업을 할 만한 이유같은건 없었다.



"일은 아니고, 타임카드도 이제 찍었으니까, 그냥 사무실에 있도록 해주면 좋겠어."



계산대 안쪽 문 너머의 좁은 사무실, 가로로 긴 공간에 사무용 컴퓨터 책상, 탈의실, 재고품 보관 선반이 줄지어있다.



두 사람이 어떻게든 끼어있을 수 있는 정도의 방, 그런 장소에 이제부터 3, 4시간이나 있고 싶다는 것이다.



"선배 집 근처 였지요? 걸어서 5분 정도... 열쇠 잃어버리신거예요?"



내가 묻자 선배는 쓴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웃지 말아줘."



선배의 말에 따르면, 혼자 야근을 하고있을 때, 사무실에 있는데, 아무도 없어야 할 매장 안에서 "실례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가 바람이나 진동 등으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사람이 들어와도 소리가 나지 않는 일은 가끔있는 일이니까,



"네, 기다리셨습니다-"



하고 계산대로 나왔더니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또 다른 날, 사무실에서 작업 중에 "실례합니다"라고 말이 들려와서, 이번에는 문에 가까운 사무실 책상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가게로 나왔는데, 역시 아무도 없었다.



또 다른 날, 또 다시 들려온 "실례합니다"가 들리자마자 빠르게 방범 카메라의 모니터로 눈을 돌렸더니, 실내는 물론 가게 앞을 비추고있는 카메라에도 아무도 비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일주일에 한 두번은 있다는 것이다.



"너는 그런 경험 없어?"



선배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다.



나도 일주일에 2회 정도 야근을 하고 있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기억은 없다.



내가 고개를 흔들자 선배는 "그런가···"라고 다시 쓴웃음을 지으며 "어쨌든 잘 부탁해"라고 하고는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난 심야 3시.



그날은 손님도 거의 없었고, 선배의 협력도 있어서 작업도 일찌감치 끝내고는 우리는 사무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재미있는 손님에 대한 이야기가 고조되었고, 나는 태평하게도 선배가 남아있는 이유를 잊고 있었던 그 때.



"실례합니다"



나의 바로 뒤, 매장으로 이어지는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의 이야기를 기억해낸 내가 선배를 바라보자, 모니터를 보고 있던 선배는 내 시선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아무도 비치고 있지 않았다.



내심 초조한 마음에 내가, "계산대 근처에 카메라의 사각이 있으니까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가게에 나가려고 하자,



"잠깐!"



선배가 갑자기 소리쳤다.



놀라서 굳어진 나에게 선배는 "이거···" 하면서 모니터의 한 쪽을 가리켰다.



선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모니터에 비친 계산대의 안쪽.



방범 카메라의 사각에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사무실에 문 아래쪽 그곳에, 까만색의 긴 머리와 여자의 다리가 비치고 있었다.



그것도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에 비친 부분으로 그 여자의 상태를 생각했을 때, 벽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벽에 붙어있는 듯한 여자의 다리.



그리고 무릎 위까지 덮혀있는 긴 머리.



모니터는 거기까지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안쪽을 향해 돌아섰다.



내 바로 뒤의 문 너머로, 내 가슴에서 정수리 정도 높이에 있는, 한 변이 50센티미터 정도의 정사각형 창문.



매직미러로 거울로 되어 있고 저편에서는 이쪽이 보일리 없건만, 여자가 창문으로 이쪽을 들여다 보고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라졌어···"



선배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릴 때 이미 모니터 안에는 아무도 비치고 있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아무도.



그 후에 나는 선배에게 부탁해서, 내 근무 종료시간까지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월 말까지 보름동안 나는 마음 속으로 떨면서 근무를 했지만, 예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 모니터에 그 여자가 보이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달 선배가 가게를 그만뒀다고 한다.



궁금해서 점주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함께 '그것'을 본 다음 날 저녁, 점주에게 방범 카메라의 녹화 된 영상을 보는 방법을 물어보고는, 다음 날 아침에 그만두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요. 나쁜 일을 한다던가는 아닐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생각되어서 점주에게 녹화 된 영상의 시각을 물어보고는, 나는 혼자가 되자마자 바로 그 영상을 재생했다.



"아아···"



나는 바로 납득했다.



그것은 선배가 그만 둔 날의 전날, 선배가 혼자 야근을 하던 밤.



아무도 없는 매장 안에서의 목소리를 듣고 매장으로 나오는 선배가 찍힌 영상에, 역시 그것도 찍혀 있었다.



카메라의 아슬아슬한 사각지역 근처, 사무실 문 쪽, 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은 여자의 다리와 머리카락.



그리고 문이 열리고 선배가 나왔다.



그 여자를 통과해서···



필시, 선배도 이것을 본 것이다.



모니터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고, 나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기로 결심했다.



결국 그 대학을 졸업 할 때까지의 2년 동안 그 가게에서 야근을 계속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점주와 후배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지만, 이상한 것을 보고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선배에게 씌여있던 것이었을까.



어쩌면 선배를 따라 간걸까.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지만 지금도 거기에 있는 것일까?



이제 나에게는 그 무엇도 확인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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