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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11st] 보아서는 안되는 것

레무이 2017. 9. 13. 19:46

벌써 10년이나 지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와는 조금 동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나는, 그냥 운전하고 싶어서 혼자서 밤에 조금 떨어진 지방 해안으로 멀리 드라이브 나갔다.



몇 시간을 달리던 심야에 소변이 마려워서, 사람도 안다니는 길 이었지만, 자동차라도 지나가면 껄끄럽기 때문에 좀 더 후미진 곳으로 들어가 차를 주차하고 소변을 봤다.



피곤했던 나는, 몸을 스트레칭하는 김에 조금 산책하려고 했다.



키가 큰 풀숲 사이의 길을 바다 쪽을 향해 어슬렁 걷고 있다보니, 개굴개굴하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개구리인가~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서서 듣고 있었는데, 개구리의 울음 소리에 섞여, 하아 하아하는 사람의 숨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잠깐 위축됐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야외 섹스라도 하는건가? 생각한 나는, 천천히 소리내지 않도록 그쪽으로 다가 갔다.



풀숲 너머로 살짝 그림자가 보였기에 몸을 숙이고 보기 좋은위치로 이동하자, 남자로 보이는 사람 그림자가 여자 위에 올라타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정말 하고있잖아! 라고 생각하고, 눈을 치켜떠봤는데, 음란하다기엔 뭔가 움직임이 이상했다.



그래서 자세히 보니 터무니 없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손에 칼 같은 것을 가지고, 그것을 여자의 목에 계속해서 찔러넣고 있었다.



그 때마다 여자의 입에서 그엑- 겍-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단번에 허리의 힘이 풀렸고, 그대로 그냥 보고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손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여기에서 보이는 손의 손가락이 절반 정도부터 덜렁덜렁 매달려있어, 저항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여러번 찌르는 사이에 점점 여자가 움직이지 않게되자 남자도 찌르는 것을 그만뒀다.



그 때, 다른 쪽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몇몇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이 있었다.



누군가 왔다고 생각하고, 나도 좀 허리를 들어올릴 뻔 했지만,



"야, 끝났어?"



라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또다시 웅크리고 가만히 있었다.



남자의 동료들 같았다.



위험하다 일어설 뻔했다.



만약 그때 일어났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려하게 했구나"



"너, 옷 그렇게 더럽히다니, 바보냐?"



라고 하거나,



"세워서 찌른거냐"



라는 말을 하고, 목소리에 섞여 웃음까지 들려왔으니까, 나는 마음 속으로 쫄아서 정말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잠시 후 또 사람이 오는 기미가 있었다.



총 5~ 6명의 사람이 있었다.



새로 온 놈은 영화에서 자주 보는 검은 시체 가방(?) 그런걸 가지고 있었다.



잘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 (← 내 차량 번호)"



라고



"차··· 검은···"



라든지 들려오고, 내 차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놈이 "쉿"라고 말해서 모두를 조용히시키고, 귀를 기울리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터지는게 아닐까 고동쳤고 어쨌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포기한 모양인지, 부스럭 대더니 이윽고 시체 가방의 지퍼 닫는 소리가 났다.



물 같은걸 쏟는 소리가 나거나, 그 다음엔 뭔지는 모르지만, 지독한 냄새가 강렬하게 진동했다.



살짝 훔쳐보니 시체를 안고 모두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숨소리도 나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남자들이 가버린 뒤에도 잠시 가만히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러 대의 자동차 소리가 다가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분명히 내 자동차가 있는 쪽이었다.



차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한 순간 났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나는 차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바다로 돌진했다.



좁은 모래 사장에 나와서 옆으로 전력질주 해서는, 다른 풀숲에 들어가 엎드려서 가만히 있었다.



거기에서라면 자동차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겠지만, 어쨌든 나는 가만히 있었다.



휴대폰도 지갑도 전부 차에 두고 왔기 때문에 창문을 깨뜨린다면 신원이 들킬거라는 생각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어쨌든 밝아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있었다.



밝아지기 시작하자 낚싯대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는데, 나는 경계하고 나가지 않았다.



더욱 밝아오자,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등이 모래사장에 나타났고, 나도 혼잡한 틈에 산책하는 척 하며 겨우 풀숲에서 나왔다.



모래 사장에서 잠시 산책하는 척하다가, 자동차로 가 보았다.



물론 어제의 살인 현장으로는 얼굴을 향하지 않도록 걸어 갔다.



내 차 뒤에 빨간색 소형차가 있었지만, 어제 놈들의 차는 아닌 것 같았다.



자동차 창문은 깨지지 않았고, 특별히 바뀐 곳은 없는 것 같았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그대로 차 옆을지나, 그 곳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여관이나 민박이있는 근처까지 걸어 갔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자동차 근처의 모래 사장까지, 수상한 그림자가 없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차에 탔다.



시동을 건 후 속공 출발하여 맹 스피드로 거기서 도망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나서 드디어 안심이 되어서 휴게소에서 물을 사서 마셨다.



경찰에 전화해버릴까 생각하면서도 쫄아서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며 차에 다시 돌아와서 눈치챘다.



탈 때는 몰랐는데, 조수석쪽 문에 30센치 정도 확 하고 칼로 그은 모양의 흠집이 있었다.



경찰에 전화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리고 차를 타지 않게 되었고, 차량은 팔았다.



몇 년 전에 전근으로 멀리 이사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 해안이 있는 지방에 갈 일도 없다.



앞으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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