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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49th] 반환BOX

레무이 2017. 10. 30. 01:39

아차!


오늘이 DVD 반환하는 날이었다!!


한밤 중 이불 속에서 불현듯 깨달았다.


시계를 보니 1시 정각.


가게는 새벽 1시까지니까 아직 늦지 않을지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대여점으로 달렸다.


가게에 도착하자 매장 안은 캄캄했고 영업이 끝나버린 것 같았다.


에이~ 어쩌지?


아무리 그래도 1시 조금 넘어서 까지는 영업하는게 보통이잖아.


어쩔 수 없이 반환 BOX에 넣어둬야하나?


반환 BOX에 DVD를 넣으려고 하자, 반환 투입구에 뭔가 하얀 것이 있었다.


뭐야 이거? 비닐 봉지 손잡이 부분?


아, 그런가, 내 앞에 반납 한 사람이 제대로 넣지 않고 걸린거구나.


···혹시 이거 기회인가?


좋은 DVD라면 슬쩍 해버릴까.


주변에 방범 카메라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투입구에서 조금 나와있는 비닐 봉지의 끄트머리를 당겨서 꺼내려고 했다.



"찌익"



힘이 과했는지 꽤 거칠게 당겨서, 비닐은 찢어졌고 내용물은 튀어나와 나에게 부딪히고 툭 하고 떨어졌다.


제법 큰 소리가났다.



"달그락, 달그락···"



실수했다. 누군가에게 발각되지는 않았나?


조금 그 자리의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괜찮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DVD일까?


케이스는 눈에 띄지 않고 내용만 떨어져 있었다.



흠집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주우려고 손을 뻗었다가 그대로 굳어졌다.


그것은 DVD가 아닌 거울이었다.


손거울의 손잡이 부분을 억지로 떼어내고, 둥근 부분만 남은 거울이었다.



어째서?!



나는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잠시 그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가게 앞을 차가 지나쳐갔다.


일순간이지만 헤드 라이트의 불빛이 이쪽으로 향했다.



거울에 반사되어 번쩍하고 빛났다.


눈부셔!


무심코 외면해 버렸다.


다시 거울을 보자, 사라졌다?!


아주 잠깐 눈을 뗀 것 뿐인데.


이젠 점점 더 알 수 없어져서, 이제 됐어, 일단 내가 가져온 DVD만 반납하고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그 투입구 망가지지는 않았나? 꽤 억지로 꺼내려고 했으니까.


투입구를 돌아보자.


난 그대로 굳어졌다.




투입구에서 손이 나와 이쪽을 향해 "이리와, 이리와" 하고 손짓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잠깐만, 너무 대단하잖아.



무슨 일인지 눈치챘다.


가게를 일찍 닫은 알바생이 나 같은 손님에게 장난을 거는거구나!


분명히 예전에 어딘가에서 자판기 꺼내는 곳에서 손이 튀어나왔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거울에 실인지 뭔지를 걸어놨다가 내가 한 눈을 판 틈에 숨겨버린걸까.


"이리와, 이리와"하는 손을 잘 보면 여자 손 같다.


분홍색 매니큐어를 하고 있다.


귀를 기울이자, 기분 탓인지는 몰라고 작게 속삭이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우와아아악~"하며 과장되게 놀라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그렇게 보이고 나서, 몰래 가게의 뒷편에 있는 건물 그림자에서 투입구를 쳐다 보았다.


아직도 "이리와, 이리와"를 하고있다.


대단히 진지하게도 하는구나.


이제 충분히 했으니까. 슬슬 나오지 않을까.


만약 귀여운 아이라면 이걸 계기로··· 같은 것을 생각하는데,






"툭"





손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그 손목을 보고 있었는데,



"꿈틀꿈틀- 꿈틀꿈틀-"



손가락을 다리처럼 사용하면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찾고있는 것처럼··· 아 혹시 그 거울을?


이건 상당히 위험한거 아닌가···.




"부스럭"




무의식적으로 벽에 몸을 부딪쳐 버렸다.


그러자 손목이 움직임을 멈췄다.


손가락이 5개 모두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차, 들킨건가!!



손목은 내쪽으로 무슨 짐승처럼 기어왔다.


도망치려고 했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꿈틀 꿈틀 꿈틀 꿈틀"



한 발자국만 내밀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이젠 안돼,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감고 체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옆을 그냥 지나간 모양이다.






점점 '꿈틀 꿈틀'소리가 멀어져 갔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살짝 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자 아무것도 없었다.


땀을 흠뻑 흘렸지만, 냉정하게 내 꼴을 생각하자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렇게 한밤중에 가게 뒤편에서 꼼짝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거야! 나라는 놈은?


손목이 움직인 것 같았던 것도 비닐 봉지가 바람에 굴렀던가 그런 것이 분명하다.


하아~ 난 참 멍청하구나.


무심코 자책하면서 가게 앞으로 나왔다.


한쪽 구석에는 아직도 비닐 봉지가 널려있었다.


이젠 속지 않는다고!


뭐 나에게 그렇게나 겁을 준 비닐 봉투이다.


어쩐지 분하니까 한번 정도는 걷어차 줄까?



가까이 가보니 그건 비닐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부러진 거울을 소중한 듯이 어루만지는 손목이 있었다.



나는 말없이 뒷걸음질을 하다가, 빙글 뒤를 돌아서는 더 이상 빨리 달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기세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잠 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부모님이 안좋은 안색으로 깨우러 오셨다.



"네가 자주 가는 DVD가게에 강도가 들어서 여자가 죽었다더라!"



어, 어제 반환하러 갔는데···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책상 위에 아직 반환하지 않은 DVD가 있었기 때문에, ···어제의 일은 꿈이었던 걸까.


아~ 이상한 꿈을 꿨구나.


어쩐지 잘잤는데도 피곤하다 했다.


가게에 경찰이 잔뜩 와서 난리니까 보러 가자고 하시길래 옷을 갈아입으려 하자, 뭔가 가슴 근처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반짝 빛나고 있었다.





집어 보니, 거울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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