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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62nd] 어머니의 이야기

레무이 2017. 11. 12. 00:47

오늘은 어머니가 아직 어렸을때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젊었을 시절에 들었다는 이야기니까, 전후(*) 10년쯤이라고 생각하세요.


(*전후: 2차 세계대전,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치러진 전쟁)



시골의 여관(**)에 내년 봄에 동경대에 수험을 하는 한 젊은 남자가, 바다가 보이는 여관으로 여름 동안 피서를 겸하여 수험 공부를 하러 왔다.


(**여관: 료칸, 일본 전통 가옥의 숙박시설)



친가는 아직 어린 동생들, 조부모와 부모, 아이를 돌보는 하인··· 까지 세력있는 농가였기에 가족이외에도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모처럼 모두의 기대에 응답하려는 대학 수험 공부인데도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조부모와 부모에게 간절히 부탁하여 바닷가 여관에 왔다고 한다.



그 (학생)가 안내 된 방은 창문 너머에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낮에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 꽤 기분 좋았다.


다다미도 아프지 않았고, 깨끗이 청소되고 있었다.


8조(***) 단칸방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조: 다다미를 세는 단위, 8조는 다다미 8장을 말함)




방안에 들어가 문득 입구의 미닫이쪽을 되돌아 보니 벽을 향해 독서대에서 공부하고있는 젊은 남자의 뒷모습이.


무심코 깜짝 놀랐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말을 걸었다.


"아, 저 오늘부터 이곳에서 신세지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등을 돌린 채로,


"잘부탁합니다."


라고만 말했다.


학생은 '붙임성 나쁘네···' 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였고, 일찌기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자신도 창가쪽에 있던 독서대에 가서는 공부를 시작했다.



눈앞의 문자가 읽기 힘들어졌을 때가 되어서야 해가 진 것을 알았다.


돌아보니 남자도 아직 어두운 책상에 앉아 있었다.


"전기를 켜도 괜찮을까요?"


학생이 묻자 남자는


"예"


라고만 대답했다.




방의 불을 켬과 거의 동시에 아래층에서


"밥이예요."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라고 대답하고 방을 나가려해도, 남자는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당신은 가지 않을겁니까?"


학생이 말을 걸었다.


"나는 이미 괜찮습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저는, 다녀 오겠습니다."


"다녀오세요."


학생은 어쩐지 남자와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느낌을 받고는, 그날은 괜찮은 저녁을 먹었다.



학생은 저녁 식사 후에도 공부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야 처음으로, 그 남자가 한번도 일어난 기색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내가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몰랐겠지. 그 사람도 노력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자는 시간이 되어 이불을 끌어왔는데, 남자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있었다.


"주무시지 않습니까?"


학생이 말을 걸자,


"저는 괜찮습니다."


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그럼 먼저···"


"안녕히 주무세요."


학생이 방의 불을 끄자 빛은 남자의 책상 위의 불빛만 남았다.


학생은 남자쪽 방향에 등을 지고 잤다.




다음 날 아침.


학생이 일어나자 남자는 이미 책상에 앉아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학생은 화장실에 갔다가 그대로 아침을 먹었다.


느낌상으로는 여기 여관에 묵고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과 남자 뿐인것 같았다.



낮 시간도 금세 지나간 밤, 그날은 모기가 굉장한 밤이었다.


향을 피워도 모기가 덮쳐 온다. 하지만 창문을 닫으면 너무나도 더웠다.


학생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모기가 굉장하네요~ 가렵지 않습니까?"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숨을 쉬지 않으니까요."


학생은 '아, 모기는 사람의 호흡에 반응해서 물려고 하니까··· 과연' 하고는 자신도 호흡을 멈춰 보았는데, 역시 모기에 물려버렸다.


그날 밤은 공부하지 않고, 자기로 했다.



여러 날이 지나서, 여름 방학이 끝나게 된 학생은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남자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남자는 돌아볼 일도 아니라는 모양인지 학생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학생은 같은 방이었던 남자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봄에 동경대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주인은 놀라운 것을 말했다.



"여기는 도련님의 집 전용 숙소인데요? 그 외의 분들은 투숙하실 수 없습니다."


"네? 하지만 내 방에서 젊은 남자가 공부 했는데요?"


"아니요, 여기에 숙박했던 것은 도련님뿐 입니다. 그리고 저(여주인)와 딸(종업원)과 뒷에서 일하는 남편 뿐이예요."



학생은 그가 말했던 "나는 숨을 쉬지 않으니까요."를 떠올렸다.



황급히 자신이 숙박하던 방을 보러 갔는데 거기에는 아직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은 남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여관(사실은 별장이었던)을 떠났다.



남자는 살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학생은 무사히 동경대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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