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rd] 비겁한 방법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어둑한 그의 집안에서 집 밖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최대한 냉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스스로도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이걸로 서른네번째.

귀가하고 문을 닫을 때마다, 곧바로 현관문을 노크한다.

두세번째 겪었을 때, 문을 열어 보는 것을 그만뒀다. 그리고는 도어 스코프로 보곤 했지만, 이젠 그것도 그만 두었다.

얇은 판자 한장을 사이에 둔 허공의 방문자를 상상하면 마음 속에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외할머니가 무녀를 하셨기 때문에, 이른바 "그런 것"의 존재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존재를 믿는 편이다.

그러나 실제로 눈 앞에 둔 지금, 마음에서 올라오는 것은 두려움이 앞선 혐오감 뿐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상당히 소심한 사람인 그의 마음을 손쉽게 침식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같은 말을 문 밖을 향해 반복한다.

"말을 걸어 설득"이라는 방식을 딱 한번, 할머니의 의식인가 뭔가로 본 기억이 있다.

자신에게는 그런 능력같은 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분명히 말하면 된다. 아니, 제발 그렇게 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날도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오늘로 72번째. 숫자만 간단하게 적힌 메모가 휴지통에 가득 쌓여간다.

곁에서 보면 정신착란상태라고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것은 그였다.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반년 전이었던가, 근처의 아파트에서 자살자가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 아파트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만일 "무언가가 나온다"면 그 아파트여야 한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92번째. 다시 말하면, 92일째. 인간의 정신은 실로 취약한 것이라, 그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수척해졌다.

이제 지난 며칠은 이 말 밖에는 말했던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기보다는 뭔가 지금까지 평범하게 말하던 말들을, 이 문장과 맞바꿔 버린 듯한 느낌에 빠진다.

단지 약간의 체력 만이 남아 있었다.

여기까지 이르고나서 처음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그는 자신의 현관문을 용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다음에 베란다 쪽의 창문을 고정하는 부분을.

집 주인의 호통이 들려 왔지만, 그런 것은 상관 없다. 더 이상 아무도 이 방에 들어올 수는 없다.

얼마든지 노크해 봐라. 아무리 노크해도 이 방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음식? 아··· 곧 바닥날 것이다. 그러면 용접을 뗴어내고 사러 가면 된다.

어둑어둑한 방이 어스름히 빛났고, 방의 다 닳아가는 형광등이 비추고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을 끝내고 주저앉은 그의 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분명히 '목소리'였다.

"똑똑"

"똑똑"

"똑똑"

의성어 흉내 대회같은 것이 있다면 분명 상위권까지 올라갈 것이다.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구나. 말하자면 함정이었어. 너는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할 수 있었던건가. 제법인데.

바깥과 차단하기 위해 용접해버린 이 방 안에서는 밖으로 도망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윽고 어스름한 방 안에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한 다리가 보였다.

그는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껏 냉소를 담아, 마지막으로 말해 주었다.

"···그런 방식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