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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65th] 책상의 구멍

레무이 2017. 11. 15. 00:04

초등학교 때의 경험입니다.



수학 여행의 조를 짜면서, T가 홀로 남아버렸다.


선생님 "여기~ 모두들 주목! 어느 조에 T를 넣어주세요~"


학급의 모두 "네~"


그렇게, 이미 친한 사람들끼리 조가 완성되어 버려서, T가 들어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교탁 앞에서 혼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T.


제일 앞 자리였던 나는 T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뚝뚝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더욱 재촉하면서,


선생님 "얘들아, 조가 정해지지 않으면 수학여행은 갈 수 없어요."


급속히 학급의 분위기가 나빠졌다.


"T 때문에 여행 못가잖아~"


"정말 쓸모 없는 녀석~"


또다시 T는 당장이라도 쓰러 질 것처럼 새파란 얼굴이었다. 기분 탓인지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 30분 정도 이어졌다.


선생님 "오늘은 여기까지하자. 모두 T가 들어갈 조를 생각해 두도록."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간 후, 모두들 T에게 다가섰다.


"너 뭐하는거냐."


"네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모두들 귀찮게 됐다고!"


계속해서 욕설이 날아들었다. 가만히 아까부터 직립 부동의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T.


"이제 됐어 돌아가자!"


모두가 돌아가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T는 서있는 그대로 였다. 나도 가려고했을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다음날, T는 학교를 쉬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결국 T가 없는 상태로 수학 여행 당일이 되어 버렸다.


모두 들떠있었고 T에 대한 걱정같은건 하지 않았다.


모두가 버스에 올라 탄 후, 나는 교실에 놓고 온 물건을 깨달았다.


"선생님, 교실에 다시 갔다와도 돼요?"


"늦게오면 두고 갈거야, 그럼 너만 달려서 오는거야!"


흔한 말장난에도 모두들 텐션이 높았고 차내에서는 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정말로 T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서둘러 돌아가 교실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교실에 인적이 보였다.


"쾅, 쾅"하는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나는 교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거기에는 잠옷 차림으로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T가 개개인의 책상에 지푸라기 인형을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무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다른 학년의 선생님 밖에 있지 않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아, 아아··· 저 교실에 T가"


잘 설명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니, 6학년은 수학 여행일텐데."


"T가···."


그것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내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헤아려준 어떤 선생님이 같이 가주기로 했다.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향하는 나. 점점 그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무슨 소리지?"


나 "······."


교실에 도착해서는, 확 문을 열고,


선생님 "누구야 남아있는 게! 빨리 버스를 타라!"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교실에 있는 모든 책상에 짚 인형이 박혀있었다. 선생님의 책상에도.



나란히 예쁘게 늘어선 짚 인형은 아무도 없이 커튼이 쳐져있는 어둑어둑한 교실과의 어우러짐으로 단지 공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T는 내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잠옷 차림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에 오른손에는 망치를 가지고.


옆에는 짐이 흩어져 있었다.


내 책상 위에는 깜박했던 물건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짚 인형을 박았던 모양이다.


선생님 "뭘 하는거야!"



T는 이쪽을 향하고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선생님과 내가 보는 앞에서.



선생님, 나 "······."




"무슨 일이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잖아!"



그때 담임 선생님이 왔다. 그리고 교실을 보고는 굳어 버렸다···.




그리고 6학년의 선생님들이 모여 짚 인형을 회수해 나가는 작업을 멍하니 바라 보는 나.


잠시 후 선생님들이 소곤소곤 이야기 하다가, 나를 슬쩍 보았다.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까 버스를 타렴. 이 일에 대해선 수학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도록 해."


1시간 늦게 버스는 출발했다. 수학 여행 자체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끝났다.


나는 나란히 박혀있던 짚 인형과 T의 섬뜩한 미소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조금도 여행을 즐길 수 없었다.



수학 여행이 끝나고 등교하자 T의 책상 위에 꽃병이 놓여 있었다.


"T가 죽었대."


"진짜로!"


"TV처럼 정말로 꽃병을 놔두는거야? 무서워~"


T는 수학 여행 당일 아침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고한다.


교실은 술렁였다. 하지만 난 그럼 그때의 T는 뭐지? 같은 것을 생각했다.


선생님이


"얘들아, 모두 자리에 앉으렴!"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체육관에서 전교 집회가 있다거나, 누군가 뭔가 물어봐도 모른다고 대답하라던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왠지 책상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라고 말했다.


곧바로 교실 전체에 퍼져, 나도, 나도, 하는 소란이 났다.


나는 어째서 구멍이 뚫려 있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침묵했다.



선생님 "여행 동안 교실에서 약간의 공사가 있어서, 그 때 생긴 구멍이예요.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바꿔줄테니 손을 들어요."


몇몇이 손을 들었지만, 교환까지는 며칠은 걸릴 것 같다.


나는 뭔가 현실이 아닌 꿈을 꾸는 기분으로 있었다.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거나, 짚 인형이 나온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


뭔가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찾아봤다.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어디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깜짝 놀랐다.



나의 시선은 책상의 구멍에 고정되었다.




조심스럽게 귀를 구멍에 가까이 했다.




"죽여 버리겠어. 죽여 버리겠어."



라는 작은 소리가 구멍 속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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