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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취침 중.
당시 부엌 하나가 딸린 원룸에 살던 나는 침대를 창가에 두고 있었다.
침대 머리쯤 위치에서는 주방의 복도 너머로 현관문이 보인다.
그 복도와 방을 나누는, 불투명 유리가 있는 문이 하나.
그런 방의 구성이었다.
아무래도 방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았던 나는, 어둠 속에서 문득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낭패구나, 가위 눌림인가···)
영혼에 대해서 "있다"라거나 "없다"라는 주제에서 중립을 지키는 나는, 상당히 냉정하게 자신의 상태를 분석했다.
천장을 향해 누운 채 전신이 움직이지 않게되어있다.
의식은 있는데 온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장시간 정좌하여 다리가 저리는 것과 비슷했다.
그것이 계속해서 전신에 걸쳐있는 느낌.
그 가위 눌림 속에서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나 하면서 태평하게 있었는데,
깨달은 것이 하나.
복도 문 밖에 누군가가 있었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롱 코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복도에 서있었다.
어째서인지 문 저편에 서있을텐데도 외모까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어쨰서 여성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그리고.
방의 전등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여자는 커녕 지금 이 방의 벽조차 보이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순간적으로 알아차리고 있었다.
여자가 서있다는 것을.
여전히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자가 문 밖에있는 것의 공포감보다는, 이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무서웠다.
분명히 저 불투명 유리에 사람의 형태가 비치고 있는 것이다.
미묘하게 흔들리면서.
여기에 들어 오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 나의 정신은 압박되어 심장 박동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거친 숨소리.
그 호흡은 정말로 내가 내는 걸까, 어쩌면 여자가 내는 것?
귀 안쪽에 시끄러울 정도로 가득 찬 나의 심장 박동이 최고조에 도달하자.
나는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켜 눈을 떴다.
귓속의 고동이 점차 줄어들어 간다.
호흡이 거칠었다. 식은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갈아 입고 싶다.
여전히 어두웠다. 여자의 기색은 없다. 이 방에는 한 명 뿐이다.
"꿈인가···"
소리내어 말한 것은, 그렇게나 원했던 바람이기도 했고 현실에 돌아온 것을 실감하고 싶었기 때문.
언제나처럼 익숙한 손으로 형광등의 끈을 당겨 불을 켰다.
불투명 유리에 아무것도 비치고 있지 않았다.
안심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며 T셔츠를 벗고 다시 이불 속으로 돌아 갔다.
이번에는 (꿈이라고는 하지만) 공포때문에 방의 조명은 끄지 않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껐어야 했는데.
편안한 수면과 함께 정신도 누그러질 무렵.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파도"가 서서히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 주위의 공기만, 한순간에 응축한다는 느낌으로, 단번에 다가왔다.
다시 곯아떨어진 나는, 또 다시 가위에 눌려 있었던 것이다.
(또 꿈인가?!)
외치고 싶어도 외치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는 것에 초조했다,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다가 방의 이변을 갑자기 깨달았다.
이번에도.
있다.
얼굴을 옆으로 향할 수 없다. 하지만 "있다"는 걸 알 수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문이 약간 열려있다.
(안돼! 제기랄!)
소리지르고 싶다. 도움을 청하고 싶다. 필사적이 되면 될수록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신은 소란스러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완벽한 "정적"만이 흘렀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에도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그냥 문이 열려있을 뿐이다.
조금.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콧물도 늘어져 있었다. 침도 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다.
그리고.
있는 것이자. 거기에. 문 너머에.
불을 켜놨기 때문에 이번에는 알 수 있다.
불투명 유리 너머에서 천천히 무언가가 흔들리고있다.
정신적인 부담이 늘고 또 늘어서 터질뻔 했을 때.
눈을 떴다.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엉망진창이 된 나는, 불이 켜져있는 방을 봤다.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불투명 유리에 아무것도 비쳐지지 않았다.
(이젠 싫어! 이젠 싫어!)
방을 나가려했을 때,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변에 정신이 얼어 붙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자고 있었다.
방에 있었다. 불이 켜진 방에서 나는 자고 있었다.
문 밖에는 있었다. 그 여자가.
이번은 조금 열려 있던 문이 조금 더 열려있다.
깨어났다.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여자도 없다.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도 할 수 없는 채,
드디어 문이 활짝 열렸다.
있었다.
이제 보인다.
방안에 들어오지 않고 가만히 나를 보고있는 듯, 우두커니 서있는 여자가.
칙칙한 오렌지색의 롱 코트.
깊게 눌러 세운 칼라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여자의 전신은 마치 폭우 속을 걸어온 것처럼 젖어있었다.
복도에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그 물방울은 현관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현관은 잠겨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현관에서부터 물방울이 이어지고 있는거지?
무서운 생각에 휩싸이기 전에 깨어났다.
여자는 없었다.
문은 닫혀있다.
하지만 몸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방이다.
또다시 나는 자고있다.
여자가 있다.
큰소리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자가 조금 방안에 들어와서, 서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흐르는 물방울도, 방안까지 들어왔다.
각오했다.
아마도 꿈과 현실을 반복하면서 여자는 다가오는 것이다.
내 바로 옆까지.
추측한 대로, 서서히 여자는 다가오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뿐.
손발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꿈과 현실을 오가며 여자는 다가오고 있었다.
내 정신은 발광 직전이었다.
눈을 뜨면 문이 닫혀 있었고, 아무도 없다.
정신을 차리면, 문은 열려있고 여자가 있었다.
그것이 반복된다.
하지만 무한 반복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 옆으로.
그리고 드디어 여자는 내 침대 옆까지 와 있었다.
나를 내려다 보는 것 같지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호흡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나의 정신은 그때 어째서인지 차분해졌다.
극한까지 내몰린 정신의 자기 방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좋을 대로 해···)
이상하게도 각오를 하던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두렵지 않았다.
"자, 죽여라" 정도의 기세 였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조용한 충격이 나를 덮쳤다.
지금의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판단 할 수 없는 나에게는,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충격이었다.
깨어났다.
방의 조명은 '꺼져'있었다.
T 셔츠도 "입고"있었다.
···.
·······.
전부 꿈이었을까?
···.
···.
·······! !
몸도 움직인다!
서둘러 상체를 일으켰다. 온몸에 피로가 엄습했다. 대량의 땀이 솟아났다.
상황을 인식 할 때까지 숨을 참고 있던 것을 깨닫고는, 목을 돌려주며 산소를 들이마셨다.
천천히 호흡도 안정된다.
실내 조명을 "또 다시" 켜고 문을 바라봤다.
역시 열려 있지 않았다.
"꿈이야···. 꿈"
현실을 충분히 맛보려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땀에 젖은 T셔츠를 "다시"벗고 침대 아래 내버렸고, 펄럭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심호흡을 하고 '자, 잘까'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우 후 후.
삽시간에 올라오는 등골의 오한.
누구야.
내 머 리 위 에 서 낮 은 소 리 로 웃 은 것 은 누 구 지 ?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여자의 눈과 마주했다.
그 긴 코트의 여자는 있었던 것이다. 아직.
천 장 에 무 릎 을 끌 어 안 고 붙 어 서 , 나 를 계 속 내 려 다 보 고 있 었 다 .
얼어붙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분명히, 여자의 입이 귀 끝까지 찢어졌다.
웃은 것이다.
그리고 무릎을 안고 있던 손을 펼쳐 전신을 큰 대자로 뻗고 내 위로,
떨 어 졌 다 .
이른 아침. 깨어났을 때.
차가운 공기가 창문 틈으로 흘러들어와 슬슬 가을을 맞이함을 느끼는 온도.
떨어지는 여자에게 정신이 참지 못하고 실신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문은 닫혀 있고, 조명도 자기 전에 끈 상태이다.
땀에 젖은 T셔츠 만은 자는 중에 벗었는지 바닥에 내버려져 있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나는 혼란한 와중에도 지금 시간을 시계로 확인하고 천천히 일으켜 상체를 비틀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충분히 2분가량 둘러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였던거야 도대체···.
죄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 그래도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꿈으로 결론 짓는 것이 좋은 것일까, 하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바싹 마른 목을 적시려고 침대에서 나오려고 이불을 잡았을 때였다.
처음으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이불 위에는 두 손 두 발을 대자로 뻗은 인간형태의 "패인 모양"가 생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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