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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인 N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N은 크고 오래된 아파트에 살았는데,


어렸을 때 같은 아파트였던 카나코 짱이라는 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과 N의 집은 몇채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층이어서, 카나코 짱의 집에 자주 놀러 갔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집 거실 벽에는 가면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지방으로 여행다니면서 여행의 분위기에 취해서 사버린 물건들 같았고, 다른 장식물과 함께 늘어놓고는 잊고 방치하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N은 그 가면이 너무 무서워서, 카나코 짱은 잘도 저런 무서운 가면이 있는 집에서 사는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도 그 가면들을 매우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카나코 짱이 직접 N에게 "가면 무서워"라고 말한 것이 아니고, 카나코 짱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걸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느 여름날이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통풍을 좋게하기 위해 현관 문에 어묵 판을 끼워두고 약간 문을 열고 있었다고 합니다.


N은 카나코 짱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현관 사이로 살짝 카나코 짱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걸려고 했는데,


집안에서 카나코 짱의 엄마가


"어이! 뭘 멍하니 서있는거니! 거기서 좀 비켜봐! 지나갈수가 없잖아"


라는 큰 목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카나코 짱이 울면서


"크흑··· 훌쩍··· 가면의 사람이··· 무서워"


라고 하고 있어서,


어쩐지 안좋은 상황인데 봐 버렸네-라고 생각하면서 N은 그 자리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N은 그때 어떤 의문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날 이외에도 무슨 내용인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가끔 현관에서 카나코 짱의 울음 소리와 엄마의 고함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N은 카나코 짱과 함께 밖에 놀러가게 되어서, 카나코 짱의 집으로 데리러 갔을 때의 사건입니다.


카나코 짱이 집안에서 열쇠인가 ​​뭔가를 찾고 있었기에, N은 현관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꽤 좁은 집이어서 현관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였다고 합니다.


낮에도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집안은 어둑했고, 그날은 카나코 짱의 엄마는 집에 없었다고 합니다.





N은 문득 거실에 있는 예의 가면을 봤는데,


가면에 뭔가 검은 것이 걸려서 흔들리고 있는 것 알았다고 합니다.


자세히 계속 보자, 그것은 긴 머리카락이었다고합니다.



샷시에서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마치 가면에서 돋아난 머리카락 같았다고 합니다.


N은 눈을 돌릴 수 없어서 뚫어져라 계속 보고 있자, 또다시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가면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가면의 눈이 천천히 N 쪽을 바라보면서, 입가가 천천히 올라가 히죽-하고 웃었다고합니다.



이때 N은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오로지 어둠만이 있는 가운데, N과 가면 만 눈을 맞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면이 점차 N 쪽으로 얼굴의 방향을 바꿔 정면으로 N과 마주했다고 합니다.


N은 이 다음엔, 설마 가면이 다가오는건가! 라고 생각했다고합니다.


N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카나코 짱네 집 현관에 서있는 것도 잊고, 그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면은 역시나, 점차 N을 향해 다가왔고,


왜인지 모르게 다가오면서 조금씩 가면의 얼굴이 인간의 얼굴로 변해갔다고 합니다.


가면은 점점 거리를 좁혀왔고, 피부의 질감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왔습니다.




N은 이제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가면이 눈앞에까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던 그 때,








"이봐!"





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깜짝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카나코 짱이 N의 발 아래쪽에서 비좁은 듯 신발을 신으며,


"뭘 멍하니 있는거야! 거기좀 비켜봐! 지나갈 수가 없잖아!" 라고 했다고 합니다.



N은 꿈에서 깬 것처럼, 현실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공포로 다리가 부들 부들 떨렸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카나코 짱은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추고는 N의 얼굴을 쳐다봤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은 자신이 어머니와 똑같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리고 N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N은 의문이 풀렸다고 합니다.


왜 카나코 짱이 울고 있던 그 때,


"가면이 무서워"라고 하지 않고 "가면의 사람이 무서워."라고 했던 것인지.





친구 N이 사는 아파트는 너무 오래되고 주민들이 많았기 떄문에, 엘리베이터는 북쪽과 남쪽에 두 대씩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N의 집은 남쪽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편이 가까웠지만, 학교나 역에 갈 때는 북쪽 엘리베이터가 도로쪽에 접하고 있어 가깝기 때문에, 평소에는 북쪽을 사용하고 있었다고합니다.



그날 N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날은 우편함을 확인하려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남쪽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두대 중 오른쪽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N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을 닫는 버튼을 눌렀을 때,


고교생 정도의 오빠가 닫힐 뻔한 문으로 황급히 들어왔다고 합니다.



N은 그때 자신이 일부러 문을 빨리 닫아서, 다른 사람을 타지 못하게 했다고 생각되는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홀에는 N 혼자 뿐이었고,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면 기다려 줬을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오빠는 서둘러 뛰어왔다고 하기엔, 발소리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우리와 반대쪽 우편함의 그늘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N은 꺼낸 전단지 같은 것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N의 집이 있는 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려고 했을 때입니다.


그 오빠가 갑자기 열린 문 앞에 서서 N이 내리지 못하도록 출구를 가로막았다고 합니다.


오빠의 그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N은 오빠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고 합니다.


그 오빠의 눈은 외꺼풀에, 굉장히 갸름하고 감정이 없는 무표정한 얼굴, 희멀건 피부, 좁은 어깨였습니다.


어째서인지 오빠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손을 앞쪽 아래에 모으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습니다.


오빠의 손으로 시선을 낮추자, N은 핏기가 가시는걸 느꼈다고 합니다.


오빠는 변태였고, 자신의 음란한 그것을 N에게 내보이고 있었습니다.


N은 어쩔줄 몰라 당황하다가, 소리를 크게 지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집에 갈거야!"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통은 "도와주세요!"라고 외칠텐데, 문득 입에 나온 것은 "집에 갈거야!"였다고합니다.


다시 N은 외쳤습니다.



"집에 갈거야!!!!!!"




이번에는 복도를 울릴 정도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합니다.


외치는 동시에 오빠는 문 앞에서 샥 하고 빠져나가서는 비상 계단의 철제 문을 힘껏 열고 "잘도 저렇게 허약해 보이는 몸으로···"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민첩한 동작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습니다.


N은 그 사건을 가끔 친구끼리 농담을 섞어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가족이 차로 외출하면서, 주차장에서 가까운 남쪽의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N은 그 사건을 잊고 있었습니다만, 남쪽의 엘리베이터는 왠지 싫었고, 그 사건 이후 혼자서는 남쪽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은 가족이 있었기에 남쪽이지만 안심하고 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가족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무거운 듯한 짐을 가진 남자가 어기적 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먼저 N의 가족이 탑승했다고 합니다.


N은 문을 여는 버튼을 눌러 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려 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비틀비틀하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왔을 때.



N은 남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공포와 충격을 느꼈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인데, 어째서인지 이 남자가 무서워! 너무 무서워!


그 남자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죄송하지만 3층 눌러주세요."라고 N에게 말했고,


깜짝 놀란 N은 즉시 3층을 눌러줬다고 합니다.


그 때 N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이 남자에게 보여선 안된다는 느낌 때문에, 아래를 보고있었다고 합니다.



N은 집에 도착해서, 남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다가, 간신히 떠올렸습니다.


역시 그때의 변태였습니다.


이젠 그로부터 몇 년이나 지나고 있었고, 사람의 얼굴은 몇 초 밖에 보지 않았는데도.


예의 사건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 때의 공포심이 사람을 한순간 보자마자 기억해내다니···


자신도 몰랐던 능력에 감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른 어느 때 입니다.


갑자기 카나코 짱의 상황이 변했는데, 카나코 짱의 어머니가 카나코 짱을 데리고 아파트에서 나가버렸습니다.


멀지 않은 마을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부모님은 옛날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결국 카나코 짱의 아버지만 아파트에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은 딱히 부모님의 불화에 대해서 언급하기 싫어했기 때문에, N은 카나코 짱의 부모님이 별거였던 것인지 이혼했는지는 몰랐답니다.



어느 날, N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랜만에 카나코 짱의 아빠를 만났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아빠는 바깥 쪽을 보거나 홀을 두리번 두리번하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N도 카나코 씨의 아빠도 같은 층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도착 한 뒤에, 함께 내렸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아빠가 집의 문 앞을 보고는,


"아 있다있다! 여기에 있었구나~ 밑에 있는줄 알았다니까."


라고 누군가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바라보니 카나코 짱네 문 앞에 N이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돌아봤을 때, N은 그날과 같이 번개를 맞은 것 같은 공포와 충격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공포와 동시에 즉시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N이 어린 시절의 여름날, 카나코 짱네 현관에서 본 "가면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N은 중학생이 되었고, 카나코 짱과 연하장이나 편지로 근황을 이야기하곤 했다고 합니다.


서로 옛날보다는 어른이 된 것인지, 카나코 짱은 부모님의 일을 N에게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아버지는 카나코 짱의 엄마와 결혼하기 전부터 쭉 사귀던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나코 짱의 엄마가 임신하면서 그 여자와 헤어졌고, 카나코 짱의 엄마와 결혼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납득하지 못했고 분노했다고 합니다.


카나코 짱의 아빠는 그 여자와 헤어졌다고 주위에 말했지만, 안보이는 곳에서 그 여자와 계속해서 만났다고 합니다.


그 여자, 카나코 짱의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그 집념에 눌려버린 느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의 가면은 카나코 짱의 아버지와 그 여자가 둘이서 여행 갔을 때 구입했다고 합니다.


여행은 카나코 짱 엄마의 임신이 발각되고, 아빠의 결혼을 앞둔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여행지의 기념품 매장에서 그 가면을 선택하면서,




"서로 가면을 사서 그것을 바꿔가져요.


그리고 교환 한 가면을, 나라고 생각하고 생각하세요.


나도 이 가면을 당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뒤에도 반드시 이 가면을 걸어두세요."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생령이되어 가면에 씌어,


아버지의 손에 의해 카나코 짱의 집 거실에 장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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