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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이 사라진 후 며칠 뒤, J의 친구 A와 또다른 친구 B까지 모였을 때.


B가 "C에게 들은건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한밤 중에 마귀 할멈의 영혼이 C의 집 문을 두드린대." 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그 얘기를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사람이 죽으면 다시 돌아온단다. 뭐, 49일이 지나면 무사히 성불할테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


"하지만 어째서, C의 집으로 돌아오는거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 될텐데."


"우메 씨는 조금 이상해져서 말이야. 돌아갈 집을 잘못 찾았을 뿐일거다."


라고 딱잘라서 말씀하셨기에,


J는 "뭐야, 별 일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C의 부모가 제비 뽑기인지 뭔지로 우메의 오두막에 불을 붙이는 역할이 맡아버려서, 그것으로 우메의 원한을 사버린 것 모양이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이웃 어른들이,


"C의 집에 또 이부시가 왔다나봐."


"오두막을 불 태웠으니까, 원한을 사버린거겠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부시?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라서 확실하지는 않음)라는 말은, 이 마을에서만 사용하는 '은어'인데, 아마도 "유령"이라는 의미가 아닐까하고 할부지가 말했다.


어른들은 "우메의 혼령에 대한 것은 마을 사람 이외에 말하지 말거라. 말하면 혼령이 그 사람에게 올거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것이 두려웠던 아이들은 어느 한 명도 말하지 않았다.


또한 어른들은 은어를 사용함으로써 실수로 다른 곳에서 말해도 마을의 치부를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그곳의 주민들은 자신의 마을을 지키는 일에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밤마다 찾아오는 우메의 귀신에게 C의 가족은 지쳐버렸는지,


"우리도 아이도 잠을 잘 수가 없어 곤란하네. 집에서 나오는 방법 밖에 없는건가?" 라고 J의 집에 상담하러 왔다.


J의 아버지는,


"잠시 집을 나와야 하지 않겠나. 상황이 나쁘니, 그 집은 일단 포기하고 새 집을 만들어보도록 하지. 그 동안 우리 집에서 살게나."


이렇게 C의 가족은 J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곧바로 방에서 J는 C에게 이렇게 물었다.


"야야, C는 마귀 할멈의 유령을 본거야?"


"직접 본건 아니고. 그저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밤마다 나는거야."


"바람같은게 아니고?"


"몰라. 요즘엔 귀에 헝겊을 밀어넣고 자버리니까,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밤새 전등을 켜놨으니까 잘 수가 없어."



"여보. 오늘 [이부시막이]는 끝난건가?"라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확인을 했다.


이부시막이라는 건 이른바 "액막이의 일종"으로, 현관의 처마 끝에 오징어나 떡과 과일 등을 매달아 두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매번 행하는 의식이었다.


"아침이되면 매달아 놓은 음식이 없어진다니까."라고 C가 말했는데,


"아닐걸, 원숭이가 가져간거겠지."라면서 J는 부정했다.



그래도 J는 불안했다.


"C의 가족이 집에 왔으니까, 마귀 할멈도 집에 오는게 아닐까?" 라는 기분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밤, J의 옆에서는 C가 푹 자고 있었다.


귀에 채워넣은 헝겊이 삐져나와 있는 것이 웃겨보였다.


아래 층에는 벅적대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천장을 멍하니보고 있는데 '둥둥둥'하는 북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동시에 어른들의 목소리도 한순간에 딱 멈췄다.


J의 예감은 적중했다.


우메가, 이 집의 현관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J는 그렇게 생각하자 무서워져서, C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 뭔데"고 잠결의 C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함께 떨면서 어른들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어른들은 중얼중얼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J가 무서워하면서 "아버지···"라고 하자,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어서 자거라."


또다시 벅적대면서 어른들은 대단히 신경쓰지 않고, 평범하게 맥주를 마시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C와 함께 현관을 나갔더니 액막이 음식이 없어져 있었다.


"것봐? 내가 말한대로지?" 라고 C가 말했다.


그것을 부모님께 말하자, "그건 아침에 버렸단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한동안 계속되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라지자,


"아, 49일이 끝난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마을에서는 49일이 지날 때까지 무덤을 만들지 않았다.


시신은 화장이나 토장을 해두고는, 49일이 올 때까지 "영혼을 맘대로 놀게 둔다"고 한다.



마을 외곽에는 공동묘지?가 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여기에 묻어서 무덤을 만든다.


그러나 우메의 무덤은 다른 곳에 만들어지게 되었다.


"조상님 들의 묘와 미치광이의 무덤을 함께 하는 것은 죄송하다."는 이유란다.


죽은 뒤에도 마을사람으로 취급되지 않는 우메, J는 조금 불쌍하다 생각했지만,


혼나는 것이 무서워서,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메의 무덤은 강변에 만들어졌다.


무덤이라고는 해도 1, 2개의 세로 판자만으로 만든 간단한 것이었고,


게다가 그 주위에는 울타리도 아무것도 없고, "그저 우두커니 세워놨다"고 한다.


게다가 강 바로 옆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조금 비가 강하게 내리면 불어난 강에 흘러가게 된다.


실제로 우메의 무덤은 1개월도 안되어서 흘러가버렸다.



흘러가는 것은 사람에게 잊혀진다는 것. 바로 "물에 흘린다" 이다.


흘러가 버리면 어쩔 수 없다. 우리들은 나쁘지 않다.


그런 "이기적이고 불가항력"이라는 이름의 살인과 포악이 그 마을에서는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가족이 곁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한 명을 마을 전체가 지워버리는 공포.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른들,


J는 공포스러웠다.



"나도 어른들의 비위를 건드렸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라고···


그래서 그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절대적이었고, 소위 말하는 '불량아'라는 아이도 없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순종적이었다.




"마을이라는 폐쇄적인 장소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가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 그 곳에서의 상식이란 항상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그대로 마을에서 어른으로 자라면, 세뇌되어 그 어른들과 똑같아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는 친구를 많이 만들고, 여러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항상 자신의 행동에 실수가 없는지 의문을 가지거라."



그렇게,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말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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