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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91st] 코트의 여인

레무이 2017. 12. 10. 06:07

실제로 체험한 일이다.


분명히 여름 무렵. 지금 정도 였을까? 당시 살고 있었던 서토쿄의 H시에서 저렴한 원룸 공동주택에 살던 무렵의 이야기.


그날은 평소대로 알바에서 돌아와서는, 느긋하게 TV를 보면서 밥 먹고, 날짜가 바뀔 쯤에는 잤다고 기억한다.


다음에 의식을 되찾은 것은 한밤중이었다.


소리가 들려서,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 버렸다.


목조로 된 공동주택이니까 벽도 천장도 얇은데, 그런 곳에서 살았던 녀석이라면 알거라고 생각한다.


과장이 아니라 이웃의 웃음소리나 생활 소리가 몽땅 들리는 수준이었고, 처음에는 그런 이웃이 낸 소리라고 생각했다. 잠에 취해 있기도 했고.



하지만 곧바로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분명히 내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던 것이다.


곧 문이 열리고 흰색 롱 코트를 입은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두드린 놀라움으로 사고가 정지해 있었던 나는 여자 때문에 위축되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어떻게든 소리를 내려고 배에 힘을 넣어봤는데, 정작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심하게도.


그래도 짜내듯이 최대한 힘을 집중했을 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여자는 방에서 나갔다.




좋아! 살았다, 뭐였던거야, 무서워.


여러가지 감정이 머릿 속을 맴돌고 한바탕 방심하고 있었는데···


아까의 여자, 술에 취해 방을 잘못 찾았을 뿐인가?


...라는 가설에 도달했고, 매우 바보같게도 여자에 대한 분노도 치밀어오고 있었다


내일도 알바가야 하는데··· 욕을 하고는 다시 누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리없이 문앞에 여자가 서 있었다.






ㅁㅅ르ㅜㅂㅇ미이네ㅅㅌㅍㄱㅑ···! 또 다시 말이 막혔다.


하지만 바로 전에 느낀 분노가 있었던 탓인지, 무조건 큰 소리로 위협해 주겠다는 각오가 되었다.


이상하게도 여전히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해내려고 노력하는데 여자가 확대되는 것처럼 미끄러져서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히 걷는게 아니었다. 코트도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무섭고도 무서워서 겨우 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러자 마치 고장난 비디오처럼, 여자의 거리가 약간 되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그만큼일 뿐이다. 곧바로 이쪽을 향해 미끄러지며 다가온다.


나는 바보처럼 으와, 으왁 하고 외쳤는데, 그 때마다 조금씩 거리가 돌아갔다.


하지만 서서히 돌아가는 폭이 줄었고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내 얼굴의 정면까지 여자가 다가왔다


(여담이지만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결국 여자의 얼굴은 까만 색으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결국에 혼신의 소리를 지르고···






···나는 절규하면서 이불에서 튀어 일어났다.







전신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바보같은 정도로 만화 같이 일어나 버렸다고 한 풀 꺾였다.


귀를 기울여보니 이웃이 실내를 걷는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결국 코트의 여자의 모습만 사라지고 평소와 다름없는 내 방.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탈진하여 쓰러지듯이 이불에 누웠다.


피곤했지만 당연히 곧바로잠이 들지는 않아서 반쯤 울상으로 한숨을 쉬며 눈을 떴는데,







내 왼쪽에 코트의 여자가 서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여기까지 이르러서는 놀라는게 아니라 '제발 좀 그만 해달라고...'라는 느낌으로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왠지 맥이 풀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덮쳐오지 않는다.


그냥 보고 있을 뿐.



물론 그것만으로도 무섭긴 하지만, 아까보다 몇배나 괜찮았다.





결국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는 용기를 내어 손을 전등의 끈까지 늘렸는데, 방의 벽에는 군데군데 누르스름한 흰색 코트만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결국 그게 무엇이었는가는 알지 못하는 결말입니다.


코트는 아직까지 가지고 있고, 초봄에는 가끔 입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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