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492nd] 이상한 것

레무이 2017. 12. 10. 23:24

이젠 별로 없는 일이긴 한데, 10대 시절에는 때때로 이상한 것이 보이는 일이 있었다.


유달리 여러 번 보이던 것이 이제부터 쓸 이상한 것이다.




처음 봤던 것은 학생 시절 친구인 M의 공동주택.


친구가 독립하여 이사온지 얼마 안된 그 공동주택은 준공 수십년쯤 되어서 척 봐도 낡아빠진 공동주택이었다.


이미지로는 "4조 반 포크(*)" 라든지 "사나이 오이동(**)"이라든지 그런 느낌 ㅋ


(*4조 반 포크: 1960년대 반자본주의 일본 음악, 가난한 연인의 동거 등의 노래)


(** 사나이 오이동: 1970년대 초 일본의 만화, 극빈생활자들의 삶을 그림)



집들이로 또다른 친구 A와 처음 방에 갔을 때 들어간 순간부터 심하게 어둡고 공기도 나쁘다고 느꼈다.


뭐 입지도 그렇고 이렇게 낡은 주택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생각했을 때, 그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녀석의 외형은 50센티미터 정도의 뱀 같은 것. 색상은 보라색을 띈 검은색 일색.


뱀보다는 장어라거나 (거대한) 미꾸라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눈이나 입 같은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양쪽 끝이 가느다란 것이 어딘지 모르게 생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떤 구조인지는 모르지만 공중에 떠서 방의 전등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연기 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실체가 있는 느낌.


표면의 질감은 고무 같이, 전혀 빛을 반사하지 않았다.


때때로 몸을 꿈틀댔는데 그 움직임도 어딘가 생물 같았다.


그렇더라도 몸을 반으로 접는걸 보면 척추 라던가는 없는 모양이지만.



M도 A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특히 A는 얼마 전에 어떤 공포 체험을 한 이후 나를 그 원흉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ㅋ


느낌이 좋지 않았으므로 나는 2명을 술이나 마시자고 한 뒤에, 그대로 돌아갔다.



몇 달 후(그 동안은 일부러 의식하기 싫어서 피했기 때문)에 다시 M의 방에 갔는데, 그 녀석은 없어져 있었다.


기분 탓인지 방도 밝고 공기도 숨이 막히는 느낌은 사라져 있었다.


그때는 특별히 그런 것도 있구나, 정도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뭐, 이쪽 세계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후 몇 번이나 같은 것을 보았다.


장소는 아르바이트 작업장이나 큰 홀이라거나 이곳저곳.


길이는 30센티미터 정도부터 4, 5미터 정도까지 다양했는데, 두께는 어김없이 5센치 정도였다.



그 녀석은 대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공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는데,


딱 한마리, 아르바이트에서 같은 파트의 아줌마에게 쓸데없이 엉겨붙고 있는 녀석을 보았다.


역시 아줌마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 아줌마는 얼마 뒤에 중병을 앓는다던가 해서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곧 사망했다고 들었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4th] 언니의 잠꼬대  (0) 2017.12.11
[493rd] 모르는 여자  (0) 2017.12.11
[491st] 코트의 여인  (0) 2017.12.10
[490th] 화재 후에  (0) 2017.12.09
[489th] 유곽  (0) 2017.1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