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th] 검은 물체

처음 뵙겠습니다.

얼마전의 체험담을 올립니다만, 이것은 올해 3월 경에 쓰고 기록해 뒀던 것입니다.

문득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눈치챈 것이 있었다.

대학의 강의와 알바, 또는 친구와의 약속까지도 없는 휴일은 의외로 한가하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에는 동아리나 학원 등에서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불필요할 정도로 한가함을 느꼈다.

최근에는 그것을 핑계삼아 점심 가까이까지 잠을 자는 타락한 버릇이 들었다.

그런 모처럼의 휴일, 나는 여러번 읽었던 소설을 읽고 있었다. 팔랑팔랑 쉽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앞으로 전개는 당연히 알고 있고, 싫증났네"라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는데, 뭔가 시야의 구석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미닫이 문에 붙어있는 듯 했는데, 그것이 움직이는 모습이 이상했는데, 조금 움직이다 멈춘다던가 다시 움직이는 벌레 같은 놈이었다.

기분 탓인지 그 검은 물체의 주위가 꿈틀거리는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솔직히, 벌레하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바퀴벌레 등이라면, 아무리 깔끔한 집에라도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나와있지 않는다.

게다가 만약 벌레라면 크기가 이상하다. 언뜻 보기에 (그렇지만, 곁눈질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하지만) 15cm 정도는 된다.

그렇다면, 이게 만약 벌레인 경우엔 나도 경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는 결론을 지을 수 없다. "벌레만은 아니기를"

정말 무서웠지만 확 돌아 보았는데,

'아무 것도 없잖아'

하는 낚시질을 당하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는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았던 "검은 물체"는 그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조금 구멍이난 미닫이 문이 닫혀있을 뿐이었다.

너무 의외인 사라졌음에, 기분이 나빴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보는 것도 무서웠다. 그래서 딱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자연스럽게 "다음은 이거라도 읽어볼까나" 라고 말해본 것도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다.

그로부터 30분 정도 지났는지, 묵묵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데, 아까의 검은 물체가 또 다시 시야 구석에 나타났다.

역시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확실한 존재감이 있다.

이번에는 곧바로 뒤돌아봤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그걸 그날 동안에만 3번 반복했다고 기억한다.

눈이 이상한가, 아니면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가. 전자라면 불안할 뿐이지만,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우선 후자를 의심하게 된다. 게다가 정신적인 것이라서 겉으로는 판단도 내릴 수 없다.

다행히 눈에 대해서는 콘택트 렌즈의 정기 검사때문에 안과 진료를 받을 기회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을 가능성은 후자인데, 그것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여러번 생각해도 같은 결론이 나올 뿐이지만 눈에 보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며칠 보내는 동안에, 역시 미닫이 문에 검은 물체가 꿈틀거리는 것이 가끔이지만 있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신경은 쓰지않고, "또 인가"정도로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최근 깨달은 것인데, 냉정하게 곁눈질로 관찰해 보니 그 검은 물체가 벌레가 아니라 '머리카락'같은 느낌이 온 것이다.

곁눈질로 미닫이 문을 보지 말라. 내 방의 금기이다.

이상입니다.

최근에는 별로 보이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