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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06th] 환청

레무이 2017. 12. 24. 06:01

삼촌의 이야기.


어머니의 동생인 삼촌은 동굴 탐험이 취미였는데,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대학시절의 동굴탐험부의 선후배들과 함께 종종 산에 갔던 모양이다.


미개척 석회동굴을 발견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날도 삼촌은 이와키라는 친구와 둘이서 이미 몇 번이나 발길을 들였던 동굴에 아침부터 가있었다.


오후가 되어 돌아갈 준비를 하고 동굴을 나왔는데, 이와키가 조금 산을 걷자고 하여 산책을 하다보니, 도중에 동굴입구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 동굴과 안쪽에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와키가 말했다.


삼촌은 다시 동굴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졌다.


미개척 동굴에 들어갈 정도로 준비가 된 상황도 아니고, 두 사람으로는 불안하다고 주장했지만, 이와키가 그럼 혼자라도 들어가겠다고 하여 마지못해 따라갔다고 한다.


동굴은 좁았고, 서서 걸어갈 수 있었지만 삼촌의 직감으로는 가다보면 동굴의 끝이 나올거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앞에서 가던 이와키가


"뭔가 있다."


그러면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보니 조금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 아래로는 수직동굴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저하는 삼촌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흥분한 모습의 이와키는 척척 내려갔다.


삼촌도 간신히 수직동굴을 내려와서는 다시 횡혈로 나아갔다.


가까운 곳에 또다시 수직동굴이 있었고, 이와키가 거기서 어떻게 내려갈지를 고민중이었다.


그러던 그때, 그 이와키의 위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낮은 천장으로부터 바위가 무너져내렸고, 라이트 불빛과 함께 모두 눌러 찌부러뜨렸다.


삼촌은 재빨리 물러나, 더욱 폭락하려던 그 동굴에서 원래 왔던 수직동굴로 돌아가 직행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삼촌을 더욱 공포의 바닥으로 쳐박았던 것은 헤드라이트가 낙석에 맞아 깨져버린 것이었다.



예비 핸드 라이트도 이와키가 허리에 차고있던 것 뿐이었다.


"내가 불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불안하다고 했잖아", 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몇번이나 되뇌이면서 빛이 없는 어둠 속을 더듬으며 나아갔다고 한다.


빨리 빛이 있는 곳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절실한데, 진행 속도는 왔을 때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수직 동굴이 왔을 때도 이런 모양이었나?"라는 섬뜩한 상상이 멈추지 않아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윽고 수직 동굴을 올라와서는, 나머지는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안심되었을때, 뒤에서 희미한 발소리와 함께 이런 소리가 들려 왔다고 한다.


"어이, 어이···"


이와키의 목소리였다.


"어이··· 기다려봐 나 아프다고. 뼈가 부러진 것 같아."


이와키의 그 목소리를 듣고, 삼촌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뒤를 잠시 돌아봤지만 당연히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청인가, 생각했다고 한다.


그게 아니라면 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손으로 더듬어 나아가는 삼촌의 뒤에서, 질질 다리를 끄는 희미한 소리와 얼어붙는 듯한 숨결이 뒤따라왔다.


정신 단단히 먹고 빨리 나가서 도움을 청하는거야. 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삼촌은 쫓아오는 이와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했다.


"기다려줘. 다리가··· 다리가···"


바로 뒤 같으면서도 먼 것 같은, 거리감을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환청이라고 여기기보다 먼저 도우러 가는 것이 동굴 탐험을 하는 사람이랄까? 당연한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나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분노했다.




하지만 삼촌은 봤다는 것이다.


그 바위가 무너지는 순간, 사라지기 직전의 빛에 잠시 비춰진 이와키의 모습을.




확실히 복부가 생존 불가능할 정도로 짓눌리는 순간을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뒤에서 따라오는 목소리는 환청이라고.


삼촌은 그 목소리에게 "따라와"라는 말을 몇번이나 하려다가 멈췄다고 한다.


말을 뱉어버리면 그 목소리를 인정해 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삼촌은 어둠 속에서 오로지 손으로만 더듬어 출구로 향했다.


질질 끄는 소리와 숨결, 그것이 삼촌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따라왔다.


완전한 암흑의 폐쇄 공간에서는 자신의 머릿 속이 만들어낸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렵고, 종종 환각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저것은 환청이다', '저것은 환청이다.'


라는 자신의 말도 정말로 목소리가 되어 나오는 듯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뒤에서 따라오는 그것도, 그런걸 듣고있는걸지도 모른다···.



숨이 막히는 듯한 접전 끝에 삼촌은 간신히 동굴의 입구에 도착했다.


빛의 아래에 나와서 삼촌은 동굴 속을 돌아 보았다고 한다.


순간, 어둠 속에 누군가 사람의 얼굴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머리가 만들어낸 환상이었을거라고, 삼촌은 말했다.



결국 이와키는 무너진 그 장소에서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즉사라고 진단했다.



그 뒤로는 동굴 탐험을 한번도 않았고, 앞으로도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삼촌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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