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nd] 전화기가 무서워

실제로 체험한건데 써볼께요.

어쩐지 쓰면서도 혼자서 겁이 날 지경이긴 한데.

나는 혼자 살고있어. 방 하나에 부엌만 딸린 좁은 방.

얼마 전에 집 전화기가 고장나서, 대신 자동 응답 기능이 있는 싸구려 전화기를 구입한거야.

어쨌든 휴대폰이 있으니싸 좀처럼 사용할 일도 없긴 하지만, 어쩌다보니.

집 전화번호는, 부모님 밖에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솔직히 필요없긴 한데.

사고나서 며칠 후, 한 밤의 사건인데. 심야에 말이야. 1시 정도 였던가.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거야.

깜짝 놀랐지.

뭔가 부모님으로부터 급한 연락인가? 전화보다 휴대폰으로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라든지 생각하면서, 수화기를 들었어.

그랬더니, 뭔가 낮은 신음 같은 것이 들려오는거야.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이랄까, '무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는 소리.

뭐야 장난인가, 라고 생각하고, 즉시 끊고는 잤어.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고, 이번에도 밤이었어. 자고있는데, 전화가 울리는거야.

그 울리는 소리가 이상해서 말이야.

보통은 뿌루루루루, 라는 소리가 나는건데, 조금 낮은 소리로 즈으으으으으으으- 라는 소리로 울리는거야.

이걸로 또 엄청 쫄았는데, 결국은 싸구려잖아, 뭐야, 벌써 고장난건가,

일단은 받아볼까 생각해서 이불에서 일어나니까, 정확하게 소리가 그치는거였어.

근데 그게 마치 누군가 전화를 받은 것 같은 느낌으로 그친거였단 말이야.

그랬더니 그거, 그 상태 뭐라고하는 거더라? 수화기 내려놓은 상태에서도 대화할 수 있는 상태.

누군가 받은 것은 아닌데도, 그 상태가 된 모양이라서 말이야.

게다가 이번엔 전화에서 신음같은 것이 들리는거야.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는.

우와, 이 전화기 진짜 불량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어쩐지 무서웠기 때문에,

콘센트를 뽑아버리고 전화선도 뽑아버리고 그대로 다시 잤어.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무심코 전화기를 보니까 왠지 자동 응답 테이프가 진행되어 있는거야.

이 전화 구입 후, 한번도 자동 응답 모드로 전환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야.

물론, 재생할 배짱 따위는 없음. 그렇잖아? 무리라고.

이거 완전 꺼림칙하잖아, 라고 생각하고, 당장 버리기로 했어.

사왔을 때 들어있던 상자에 전화기를 넣고 뚜껑을 밀봉 테이프로 붙이는, 그 순간이었어.

전화가 울린거야.

평범하게도. 뿌루루루루루- 하고 말이야.

그때, 역시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어. 나는 상자를 집어 던지고, 진심으로 떨고 있었어.

어쩌면 이 벨소리가 그치고 뭔가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같은걸 상상해 버려서.

전화벨이 울리는 그대로 서둘러서 그 상자를 안고 아파트 쓰레기장까지 달려갔어.

분리수거 라든지 그런 생각도 할 수 없었고.

타는 쓰레기로 거기에 버리고 즉시 도망쳐버렸어. 다음날 보니 이미 사라져있었고.

제발 무사히 불에 타있어 줘!

그리고는 다시금 찾아온 평화.

지금은 자동 응답 기능이 없는 전화로 샀다. 이번 거는 정상.

그거, 정말로 그냥 고장난 것 뿐이었을까.

뭐, 이젠 아무래 상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