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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이야기.
우리는 경매될 부동산의 조사를 맡은 회사인데, 저번에 전임자가 갑자기 회사에 오지 않게되었다든가 어쩐다더라 하는, 조사가 중단된 물건이 나에게 맡겨졌다.
뭐 솔직히 우리 회사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부탁받아서 "사연이 있는 부동산"을 취급하기도 하는 지저분한 일까지 맡기 때문에 이런 것은 자주있는 일이라 특별히 개의치 않았고, 전임자가 중간까지 만들었다는 조사 자료 (메모)를 가지고, 먼길을 달려 빌어먹을 깡촌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그 물건은 꽤 오래된 건물답게 벽이나 바닥이나 낡고 허름했으며, 곳곳에 금이 가고 눅눅한 냄새가 나거나 해서 상당히 기분이 다운되었지만, 뭐 어쨌든 일이니까 기합을 주고 부지런히 조사를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지나는 무렵일까, 문득 창 밖을 보자 한 아이가 저쪽을 향해 쭈그리고 앉아 뭔가 놀고있는 것을 눈치 챘다.
남의 집 뜰에서 뭘 마음대로 놀고 있는거냐? 라고 주의를 줄까 생각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그 아이.
뭔가 패기가 없다고 할까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할까, 언뜻보면 인형처럼도 보였지만 쭈그려 앉은 인형따위 있을리 없었고, 그렇지만 어쨌든 사람은 느낌이 없었다.
빌어먹을 시골답게 주변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고,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다.
건물의 노후화 상태로 보아 3년쯤 방치되었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린이 놀이터가 되어있을거라고 생각하여 다시 "오늘은 놀아도 좋아!"라고 마음대로 판단해 주었다.
남의 집이지만.
그리고 당분간은 별 일 없이 일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전임자의 메모 구석에
'부엌이 이상하다'
라고 써있었다.
조사 자료는 그 기록의 대부분이 숫자(방 치수 등)니까, 그런 문장이 써있는 것에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래서 신경이 쓰여버린 부엌쪽으로 가봤는데 바닥이 습기 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이상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저쪽 방 안쪽에 있는 큰거울인가? 전신이 비치는 큰 거울에 아이의 몸이 약간 비치고 있었다.
어두워서 확실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었다 아까 그 아이다.
그런가, 들어와 버렸구나. 하고 멍하니 생각했는데,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 녀석.
소리 하나도 내지 않고, 주변은 적막한데다가 오래된 집의 독특한 냄새라든지에 휩싸여서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좌부동(*)같은게 생각나버려서.
(*좌부동: 자시키와라시, 집에 돈을 불러온다는 일본의 신)
이젠 그 아이를 보러 들어갈 용기도 없었고, 일단 옆에 있는 목욕탕의 조사를 한다고 할까, 거기로 도망 쳤다고 할까, 아무튼 도망을 쳤다.
목욕탕은 목욕탕대로 또한 심각했다. 아마 곰팡이 때문이겠지만 눅눅한 냄새와 숨막힐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이건 오래 걸리겠네, 라고 생각하고 메모를 보니, 목욕탕은 대충 측정되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단지 그 아래에
'욕실이 위험해'
라고 써 있었다. 평상시라면 "뭐야 이거 (웃음)"정도의 느낌이었겠지만, 그 때의 나는 분명히 동요하고 있었다.
노트 필적이 앞쪽에 비해서 점점 안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떨면서 쓴 것처럼 물결이 되어 버려서 이미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전임자는 어째서 회사에 오지 않게 된거지? 병가였던가?
필사적으로 생각해 내려고 하면서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닫았던 기억이 없는 욕실의 문이 닫혀 있었고, 반투명 욕실 문 너머에 사람의 형체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의 아이일까?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 불투명 유리의 형체가 무서운 기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랄까 미친듯이 춤을 춘다는 느낌? 머리를 상하 좌우로 흔들거나 손발을 정신없이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구불구불 움직였다.
하지만 바닥을 밟는 소리는 전혀 없었고, 엄청나게 조용했다.
사람의 형체 만이 엄청난 기세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젠 발이 굳어버려서 잘 걸을 수도 없었다. 손이 부들 부들 떨려왔다.
왜냐하면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문을 열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던 작은 창문으로 도망치려고 가만히 창문을 쳐다봤다.
레버를 당기면 앞으로 기우는 느낌으로 열리는 창문이었기 때문에 열리는 넓이가 좁아서, 과연 성인의 몸이 통과할 수 있는지 애매하여 잠시 고민했는데, 혹시··· 하는 생각에 메모를 보았다.
뭔가 대책이 쓰여 있을까봐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거의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간신히 읽어낸 한 줄이,
'얼굴이 없다'
라는 메모였다. 누구의?
그 때 그 창문에 희미하게 아이의 모습이 비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바로 뒤에 서있다.
어느새 들어온거지.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구나, 이 아이는.
이제 도망 칠 수 없다.
각오를 한 나는 뒤를 돌아 봤다.
거기에는···
어째서인지 아무도 없었다.
회사에 돌아간 뒤에 눈치챘는데, 그 노트의 날짜가 3년 전이었다.
이 물건을 나에게 가져온 상사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어라, 이상한데? 이미 끝난 건이야 이거."
라면서 그대로 저쪽으로 가버리려고 하길래, 즉시 팔을 잡고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봤다.
대충,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아이의 영혼이 나온다는 심각한 물건이라서, 당시의 담당자가 그것을 제출 자료에 써버렸기 때문에 의뢰한 쪽에서 "그런 자료는 필요없어"라면서 퇴짜를 놨다는 사정이 있는 부동산이란다.
제대로 쓰여진 서류를 보자 확실히 "얼굴이 없다"거나 "욕실이 위험해"라고 써있었다 ㅋㅋㅋ
아무튼 이러한 유령 붙은 물건은 때때로 있는 모양이었고, 나온다고 하는 경우에는 비고란에 자연스럽게 그것을 쓰는 것이 통례로 되어있다고 한다.
다른 유령 부동산 서류도 보여달라고 했지만 역시 제대로 명기되어 있었다.
왜 이제와서 이런 것이 나온 것 일까요? 상사에게 물었더니
"음, 아직도 씌여있는게 아닐까. 당시의 담당자가 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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