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4th] 아무 것도 필요없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입니다.

나는 어느 날 친구 A와 B에게 빈집에 들어가 놀려고 제안했다.

무서운 것 볼지도 모르기 때문에, 당시에 침착하고 의지할만했던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어쩐지 가기 싫어했다.

하지만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언니가 없어져도 괜찮아?"라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서, 억지로 데려 갔다.

빈집의 모습은 특별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평범한 빈집이었다고 기억한다.

황폐한 모습이 아닌 정말로 평범한 집이었다.

"안녕하세요-"라면서 A와 B가 순조롭게 현관에 들어갔고, 그 뒤에 나와 동생이 따라갔다.

안쪽에 계단이 보였을 때, 갑자기 "안돼"라면서 동생이 내 옷을 당겼다.

"뭐야?"하면서 뒤돌아보는 순간 쿵! 하는 큰 진동이 발에 전해져 왔고, 나는 놀라서 온몸을 바늘에 찔린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어서 다시 콰캉! 라고 큰 소리가 났는데, 뒤돌아 볼 새도 없이 곧장 동생에게 현관 밖으로 내몰린 나는, 공포로 몸이 경직되어 문 근처에서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러자 동생이 B의 팔을 붙잡고 현관에서 끌어내는 것이 보였다.

B의 몸에 힘이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아마도 나는 거기서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정신이 들어 보니 모르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가까운 병원이었다.

본 적도 없는 무서운 표정을 한 어머니에게 "멍청한 녀석아!"라고 격렬하게 꾸중, 죄송하다며 울고 있으니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방에 들어왔다.

나는 아버지를 꼭 끌어안았고, 동생은 어머니를 안았다.

그날 밤에 집에서, 그 때 B가 죽었으며, A가 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무섭고도 슬퍼서 어머니와 동생에게 매달려 몇 시간 동안 울었다.

어머니는 "네 잘못이 아니다. 아무것도 잘못한 건 아니란다."라고 몇번이나 위로 해 주셨다.

무슨 일이 일어 났었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나도 두려워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일주일 쉬고 학교에 가자, B는 사고로 사망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모두들 나애게 여러가지로 물어봤지만, 빈집에 대한 이야기는 함구하기로 되어있었으므로, "기억나지 않아"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딱 한번, 옆반의 B의 책상에 꽃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가슴이 꽉 막혀와서, 그 반의 앞 복도를 지나지 않도록 했다.

A는 동생과 같은 반이었는데, A는 사고 후 한 번도 학교에 오지 않은 채로 전학을 갔다.

나는 반년 정도 지나서 아버지의 일 떄문에 이사하고 나서, 결심하고는 어머니께 그 때의 일을 물어 보았다.

그 집에는 들어가 조금 앞쪽 왼쪽 벽에 거실용 큰 에어컨이 있었다.

우연히 그것이 떨어져 그 아래에 있던 B의 머리에 직격하여, B는 즉사했다.

또한 에어컨이 떨어진 충격으로 거실의 큰 샹들리에가 A의 등에 떨어졌고, 쇠 장식이 등에 박혀 34바늘을 꿰 맸다고.

샹들리에 조각이 쓰러진 B에게도 꽂혔고, B를 도우려고 한 동생의 신발 바닥에도 많이 박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만약 동생이 옷을 당겨주지 않았다면 생각하면, 나는 오싹함에 그만 귀를 막고 주저 앉아 버렸다.

동생에게 "생명의 은인 이니까 뭐라도 원하는 게 있으면 줄게."라고 했는데,

웃으며 "아무 것도 필요 없어. 언니가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라고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