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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상제葬祭

레무이 2017. 1. 15. 16:39

대학 2학년 여름 방학 때, 아는 사람의 고향에 따라갔다.

꼭 같이 와줘, 라고 말하길래 따라 간 건데,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8시간이나 걸린 데에는 질려버렸다.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대학에서 만난 오컬트를 좋아하는 선배로,

나는 스승이라고 부르며 경외하기도 했고 바보 취급하기도 했다.

그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오라’고 하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무서운 게 보고 싶은 거였다.


현 가장자리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로, 고도가 높아서 여름인데도 서늘하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단층집에 도착하자, 아주머니가 나와 ‘친척이야’ 라고 소개되었다.

스승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그 집 사람들로부터는 묘하게 어색함을 느껴 마음이 불편했다.

준비해준 방에 짐을 풀고, 나는 스승에게 그 점에 대해서 티 안 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먼 친척이어서... 비슷한 말을 했지만, 더 캐묻자 자백했다.

정말로 멀었다.

앉아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먼 친척이라도, 어린애가 여름 방학에 온다고 하면 시골 사람은 기뻐하겠지.

하지만, 옛날의 그 어린애는 이제 대학생이다.

거의 연락도 끊어져 있었던 다 큰 친척이 친구를 데려와서 묵게 해달라고 하면 그쪽도 찜찜하겠지.

물론 먼 혈연 따위는, 여기에 있기 위한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무서울 게 보고 싶은 것뿐인 것이다.

매우, 매우, 주눅 든 상태로 나는 그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대개는 가까이에 있는 연못에 가거나 산길을 산책해서 어쨌든 시간을 때웠다.

스승으로 말하자면, 가져온 짐 속에 있던 대학 노트를 노려보는가 하면,

훌쩍 나가서 옆집을 갑자기 찾아가서 그 집의 노인들과 무엇인가 열중해서 이야기하곤 했다.

나는 스승의 수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그 집에 두 명 있는 아이들과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자조하고 있었던 6일째 밤.

겨우 스승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알았어. 보채긴, 이제 알려준다니까”


다다미 6장 넓이의 방문을 닫고, 요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목소리를 죽였다.

“묘지매장법이라고 아냐” 란다.

요컨대 토장土葬이나 조장, 풍장 등 토착의 장례로부터,

정부가 관리하는 화장으로 바꾸기 위한 법률이야, 하고 스승은 말했다.


“인간의 죽음을, 풍습으로부터 박탈한 거야”



이 며칠 동안 산을 돌아다니면서 무덤이 비교적 새로운 것들뿐이라는 건 눈치 챘어? 하고 묻는다.

눈치 채지 못했다. 확실히 묘지를 보기는 했는데...


“이 주변의 집락에서는 한때 색다른 장례가 행해졌다고 해”


물론 알고 온 거겠지.

그리고 무엇인가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두근거렸다.

들으면 돌이킬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들 잠든 집은 조용하다.

백열등의 희미한 빛 아래에서 스승이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해서, 그 재를 밭에 뿌렸다고 해.

산화된 땅을 중화시키는 지혜지.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것 자체가 아니야.

에도 중기까지는 죽은 사람을 매장한다는 관습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어.

시체는 ‘버리는’ 것이었던 거야”


더욱 추워진 듯했다.

여름인데도.


“이 집락에서 시체를 재로 만들어 밭에 뿌린 데에는, 또 이유가 있어.

시체를 그 사람의 본체, 영혼의 그릇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거야.

본체는 제대로 공양해 놓았어. 시체에서 빼서”


빼다, 는 단어의 의미를 일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집락은 장의조葬儀組み(*역주: 모름) 같은 제도는 없고,

장례를 전담하는 것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주술사, 샤먼의 가문이었다고 해. 키라고 불렸던 것 같아.

사람이 죽으면 그들은 시체를 맡아서, 후에 ‘본체’를 뽑아낸 시체를 돌려주면,

친족은 그것을 태워서 밭에 뿌리지.

뽑아낸 ‘본체’는 나무 상자에 넣어서, 키가 관리하는 돌 밑에 모두 묻었어.

말하자면 그게 묘석이고, 조상의 영혼에 대한 조의나 액막이穢れ払い는 그 돌에 하는 거지.

그들은 이 ‘본체’를 온미オンミ(*역주: 아마도 御身를 읽은 발음)라고 불렀다고 해.

노인들이 이 단어를 말하기 싫어해서 캐묻는 데 고생했어”


스승이 이런 산 속에 온 이유를 알았다.

그 상자의 내용물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이 관습은 산을 조금 내려간 옆 집락에는 없었어.

근처에 정토종의 사찰이 있어서, 그 신도였기 때문이지.

절이 생기기 전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집락 단독으로 몰래 이어져 온 관습 같아.

그 관습도 묘지매장법이 생기기 전 메이지 시기에 끝이 났어.

그러니까 이 집락의 묘는 모두 메이지 이후의 것이고, 대부분은 다이쇼, 쇼와에 들어서서 생긴 거겠지”


그 날은 그대로 잤다.



그 날 밤, 살아 있는 채로 나무관에 넣어지는 꿈을 꾸었다.

다음날 아침에 그 집의 가족과 밥을 먹는데, 우회적으로 이제 그만 돌아가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안 갈 거예요, 상자 속을 볼 때까지는.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맛을 느낄 수 없는 밥을 그러넣었다.

그 날은 뭔가 으스스해서 산에는 가지 않았다.

가까운 시냇물에서 혼자서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다.


“나는 그 나무상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그 사실보다도

이 집락의 옛날 사람들이 인간의 본체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게 알고 싶어”


나는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상상은 간다.

남은 것은 어느 내장인가 하는 것뿐이다.

나는 배를 손으로 누르고 자갈밭의 돌 위에 앉아 물을 튀겼다.

마을에 침입한 이분자를 아이들이 멀리서 보고 있었다.

저 아이들은 그런 관습이 있었던 사실도 모르겠지.


그 날 밤, 새벽 2시쯤에 스승이 목소리를 죽이고, “가자” 하고 말했다.


하천을 넘어 어둠 속을 걸었다.

도착한 곳은 절이었다.


“전에 말한 정토종의 절이야. 어떻게 공략했는지는 몰라도,

메이지 때 예의 수상한 토착신앙을 폐하고, 신도에 가담시키는 데 성공했어.

그러니까 지금 이 지방은 모두 불교식”


숨을 죽이고 절의 정문을 빠져나갔다.

집에 가고 싶었다.


“그 후에, 장례를 담당하던 키 일족은 핏줄도 끊어져서 이제는 남아 있지 않아.

라고 하지만, 아마 박해가 있었던 거겠지.

그래서 예의 나무 상자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처분은 안 된 모양이야.

종교가 다른 매장물이기는 하지만 간단히 폐기할 만큼 정토종은 속이 좁지 않았어.

단지,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당시의 주지가 맡아서, 절 지하의 광에 일단 놔두었던 모양인데,

어떻게 할지 결정되기 전에 대가 바뀌어서, 어느 새인가 말 그대로 사장된 채로 지금에 이른다는 거지”


잘도 조사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절터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작은 펜라이트로 조금씩 나아갔다.

작은 본당의 컴컴한 그림자를 곁눈으로 보면서, 나는 심장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생각해도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나무상자를 보러 온 분위기가 아니다.


“내 전공은 불교 미술이니까, 그 화제로 공략해서 여기 주지스님이랑 친해져서 열쇠를 빌린 거야”


그럴 리가 없다.

다들 잠든 뒤에 도둑처럼 숨어들 이유가 없다.


저기야. 하고 스승이 말했다.

본당 옆에 뒷간 같은 지붕이 있고, 밑에 철 자물쇠가 달린 문이 있었다.


“지하 창고伏蔵야”



아무래도 나무상자의 내용물에 대해서 당시부터 서민은 몰랐던 듯하다.

아는 것은 금기였다고 한다.

그 점이 기묘하다.

하고 스승은 말한다.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있다고 할 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합장하고 또 위경한다는 것은.

역시 이상하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을 ‘뺀다’는 샤먼과,

혹은 나무상자를 돌 밑에서 파내어 장에 간수한 당시의 주지 정도일까.

스승이 부스럭 부스럭 문을 만지더니, 소리 없이 열었다.

쉰내가 나는 지하로의 계단을 두 명이서 조용히 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계단이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는 듯한 감각이 덮쳐왔다.

실제로는 지하 1층 정도의 길이였겠지만, 더 길고 끝없이 내려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래는 본산으로부터 받은 얼마 없는 경전을 수납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 주인이 바뀌었어, 하고 스승은 말했다.

이교의 부정한 것을 수납하고 있는 거야.

하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일순 정신이 아찔해졌다.

고산에 가까운 토지인데다, 한밤중의 지하실이다.

마치 겨울처럼 추웠다.

나는 얇게 입은 어깨를 껴안으면서, 스승의 뒤를 흠칫거리며 따라갔다.

펜라이트로는 너무 어두워서 잘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꽤 깊다.

벽 양 옆에 선반이 몇 단이고 있어, 주로 책과 불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다.


히히히

하는 목소리가 어디에서인가 들려왔다.

설마,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스승의 입에서 나온 것일까.

두꺼운 천과 파란 시트로 2중으로 덮인 작은 산이 가장 깊숙한 곳 벽 근처에 있다.

역시 그만둬요, 하고 스승의 소매를 잡은 것 같은데, 왜일까 손은 허공만을 쥐었다.

손은 어깨에 얹힌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스승은 천천히 다가가, 천과 시트를 집어올렸다.

나무 상자가 나왔다.

크다.

솔직히 말해서, 작은 나무 상자에서 작은 간장이 말라 비틀어진 것이 나오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상자는 적었다.

30개도 되지 않겠지.

그 대신 하나하나가 안아올려야 할 정도로 크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무 상자의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돌 밑에 묻혀 있었던 거니까, 파냈을 때 상자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 못했던 것은 처분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스승이 그 중 하나를 손에 들고 빛을 비추었다.

그것을 본 순간, 명확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름이 끼쳤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는데, 나무 상자는 전면에 먹으로 빽빽하게 경문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如是我聞一時佛在舍衞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倶...

스승이 그것을 읽고 있다.

그만둬줘,

깨어나 버려.

그렇게 생각했다.



펜라이트의 희미한 빛 아래에서, 스승이 기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상자 입구의 경문을 비벼서 지웠다.

그 외에 봉인은 없다.

천천히 뚜껑을 열었다.

나는 무섭다고 할까, 심장 근처가 차가워져서, 그쪽을 볼 수가 없었다.


“으”


하는 낮은 소리가 나서, 무심결에 돌아보자 스승이 상자를 들여다본 채로 입을 막고 있었다.

정신이 들자 나는 출구로 뛰고 있었다.

빛이 없기 때문에 몇번이고 넘어졌다.

그래도 더 이상,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기어올라 희미한 달빛 아래에 나와, 산문 근처까지 돌아가 그곳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스승이 옆에 서서 창백한 얼굴로 “돌아가자” 라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우리들은 1주일동안 신세를 진 집을 떠났다.

또 놀러 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가지 않는다.

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나는 묻지 않았다.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것에 대해서.

그 땅에 있는 동안에는 물어서는 안된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여름방학도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기형인 사람들을 연속해서 보았다.

그 일을 스승에게 말했을 때, 기형에서 연상한 것일까,

그러고 보면 그 나무 상자는... 하고 엉겁결에 입 밖에 내고 말았다.


아아, 그거 말이지.

순순히 스승은 말했다.


“나무 상자에 넣어서 묻혀 있었던 거니까 그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했던 게 나왔던 건, 역시 충격이 컸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다.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상관하지 않고 스승은 말을 이었다.


“시랍화된 갓난아기가 뭉그러지기 시작한 거, 그게 내용물.

옛날에 묻혀 있었던 곳을 보았는데, 진흙땅도 아니고,

게다가 나무 상자에 들어 있는 것이 시랍화되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뭐, 시랍화되어 있었던 것은 26개 중에 3개밖에 안 되었지만”



갓난아기?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로테스크한 답이었다.

답 자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맥락이 그렇다.

시체에서 빼낸 것이었을 터니까.


“물론 사산한 임산부 한정의 장례가 아니야. 그 토지의 장례 전부가 그랬을 터야.

이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한 대답은 도출할 수 없어.

그저 영아 살해 풍습間引き(*역주: 입을 줄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것)과

고려장姥捨て 풍습이 동시에 행해졌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은 가능해”


영아 살해 풍습도 고려장 풍습도 지금의 일본에는 없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시대의 유물이다.


“시체에서 빼냈다, 는 것은 거짓말이고, 남몰래 죽이고 싶은 갓난아기를 가족이 내놓았던 거라고요...?”


그렇다면 역시, 당시 그 땅의 서민들도 알고 있었을 터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겠지.

나무 상자의 내용물을 모른다, 는 형식을 갖추는 것 자체가 이 장례를 행하는 의미 그 자체였으니까.


그러나, 아냐 아냐 하고 말하는 것처럼 스승은 고개를 저었다.


“순서가 달라. 그 상자 안에는 모두 갓 태어난 아기가 들어 있었어.

노인이 죽었을 때, 형편 좋게 원하지 않는 아기가 태어난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반대야. 원하지 않는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에 노인이 죽은 거야”


완곡한 표현이었지만, 요컨대 적극적인 고려장인 것이다.

기분 나쁘다.

역시 그로테스크했다.


“이 두개의 장례를 동시에 행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저 오는 쪽의 입을 줄인다면 가는 쪽의 입도 줄여야 한다, 그런 도리가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들어”


어째서 시체가 된 노인의 몸에서부터 그것이 나왔다는 형식을 갖추는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저, 깊은 토착 풍습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맞아, 그 장례를 장관하고 있었던 키 일족 말인데,

완전히 핏줄이 끊겨버렸다고 말해버렸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마지막 당주가 죽은 다음에, 그 딸 중 한 명이 집락의 한 가문에 시집을 갔어”


그렇게 말하는 스승은, 이제까지 몇 번이고 보인,

“인간의 어둠”에 접했던 때와 같은 정체불명의 기쁨을 얼굴에 나타냈다.


“그게 우리가 묵었던 그 집이야. 즉...”


내 안에도


그렇게 말하듯이 스승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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