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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네 귀퉁이

레무이 2017. 1. 15. 16:46

대학 1년째에 처음 맞은 가을.

오컬트 쪽 인터넷 지인들과 ‘합숙’이라는 명목으로 오프 모임을 가졌다.

산속의 야영지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산장에서 묵기로 한 것이다.

오프 모임은 보통 때에도 자주 가졌지만, 1박을 하게 되면 여성이 많은 것도 있고 해서

이상한 멤버를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극히 내밀한 중심 멤버들만 모인 합숙이 되었다.

참가자는 리더격인 CoCo씨, 쿄스케씨, 미캇치씨 등 여성 일행에, 나를 포함한 합계 4명.

결국 나는 짐꾼 겸 육체노동 담당인 셈이지만, 불러줬다는 사실이 기뻤다.

일정은 1박 2일.

렌트카를 빌려서 갔는데, 성수기가 아닌 덕분에 야영지는 비교적 비어 있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대로 마시고, 길고양이도 마음대로 만지는 등 제멋대로 할 수 있었을 터이지만,

미캇치씨가 “숨바꼭질을 하자”고 말을 꺼내서 시작한 건 좋은데

CoCo씨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채로 해가 져버렸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서 놔둔 채로 카레를 만들기 시작하자 어디에서부터인가 나타났지만,

나는 점점 CoCo씨를 알 수가 없어졌다.

덧붙이자면 나 이외에는 전부 20대였을 터인데...


그날 밤의 일이다.

“나온다”는 소문의 산장도 술기운이 돌자 단순한 파티 장소가 되었다.

카레를 다 먹었을 즈음부터 갑자기 날씨가 나빠져서,

생각도 못하게 세찬 비 때문에 산장 안에 갇혀서, 희미한 조명이 흔들리는 아래

굉굉하게 울리는 음침한 비바람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는

훌륭한 오컬트적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의 마력은 그러한 환경의 힘을 상회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개인기를 피로해야 했던 내가 지쳐서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을 때, 아무 전조도 없이 불이 나갔다.

마구 낄낄대며 웃고 있었던 미캇치씨도 입을 다물어서, 일순 침묵이 산장을 지배했다.

정전이야, 하고 누군가가 중얼거리고는 다시 입을 다문다.

지붕을 두드리는 비바람 소리가 커졌다.

조명이 나간 실내는 깜깜해져, 겁쟁이인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러면 그거, 할 수밖에 없지”


하고 쿄스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라니, 뭔데요”


“대학 산악부의 4명이 조난해서 산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이야기. 이려나”


CoCo씨가 대답했다.



암흑 속에서 몸을 덥히고 잠기운을 떨치기 위해서, 4명의 학생이 방의 네 귀퉁이에 각각 서서,

시계 방향으로 최초의 한 사람이 벽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다음 귀퉁이에 있는 사람을 만지면, 그 사람이 다음 귀퉁이까지 걸어가서 거기 있는 사람을 만진다.

이것을 하룻밤 동안 반복해서 산막 안을 빙빙 돌았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은 4명째 사람이 다음 귀퉁이로 가면 그 곳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거기서 게임이 멈춰야 하는 것이다.

있을 리가 없는 5명째의 인간이, 그 곳에 없는 한...


이라는 이야기를 CoCo씨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뻔한 속임수 같은 이야기다.

그런 걸 재미삼아 한다고 해도 절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흥이 깨질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쿄스케씨가 “룰을 2개 추가하는 거야” 하고 말했다.


1. 스타트 주자는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 어느 쪽이든 고를 수 있다

2. 아무도 없는 귀퉁이에 온 사람이 다음 스타트 주자가 된다


다음 스타트 주자라니, 그렇게 하면 5명째라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평범하게 끝이 안 나게 되잖아.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아, 할게요 하고 대답했다.


“그럼, 이거. 누가 스타트인지 모르는 편이 재미있잖아? 당첨된 사람이 스타트하기”


CoCo씨가 준 레몬 모양의 껌을 가지고, 나는 벽을 기듯이 해서 방 귀퉁이를 향했다.


“모두 모서리에 도착했어? 그럼 껌을 힘껏 씹어봐”


방 안 대각선 방향 즈음에서 CoCo씨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말을 따르자 희미한 신 맛이 입 안에 번진다.

꽝이었다.

당첨이라면 토하고 싶을 정도로 신 맛이 날 터였다.

쿄스케씨가 어느 귀퉁이로 향했는지 기척으로 느끼고 있었던 나는, 전원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CoCo          쿄스케



미캇치           나


이런 느낌일 것이다.



누가 스타트 주자인지, 그리고 어느 쪽에서 올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오싹오싹했다.

즉 자신이 “아무도 없는 귀퉁이” 쪽을 향하고 있어도, 모르는 것이다.

모서리에 기대어 서 있으면, 퍼덕거리는 바람 소리가 몸으로 느껴졌다.

언제 올까 언제 올까 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어깨를 붙잡혔다.

오른쪽에서 왔다는 것은 즉 쿄스케씨다.

심장이 놀라서 뛰었지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나는 다음 귀퉁이로 벽을 기어 나아갔다.

시계 방향이다.

자연히 작은 보폭으로 걸었는데,

암흑 속에서는 거리감이 확실하지 않아 묘하게 다음 귀퉁이가 멀게 느껴졌다.

조금 무서워진 무렵에서야 겨우, 누군가의 어깨 같은 것에 손이 닿았다. 미캇치씨일 것이다.

한순간 흠칫한 다음, 사람의 기척이 멀어져 간다.

나는 그 귀퉁이에 멈춰 서서, 또 모서리에 기대어 섰다.

벽은 어렴풋이 따뜻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는 무엇에든지 닿아 있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데, 또 갑자기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붙잡혔다.

쿄스케씨다.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어둠 건너편의 인물을 노려보면서, 다시 시계 방향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아까의 리플레이처럼 누군가의 어깨를 만지고, 또 그 누군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서리에서 기다리는 나는, 이번에는 겁먹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지만,

역시 오른쪽에서 온 누군가에게 어깨를 잡히고는 흠칫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음 스타트 주자가 되면 방향을 바꿔 주겠어” 하고 속으로 맹세하면서 걷기를 한참.

누군가의 어깨가 아니라 수직으로 서 있는 벽에 손이 닿았다.

일순간 목소리를 낼 뻔했다.

포켓이었다.

아무도 없는 귀퉁이를 왜일까 그 때의 나는 머릿속으로 그렇게 불렀다.

아마 에어 포켓에서 연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켓에 도달한 나는, 염원의 다음 스타트 권을 얻은 것이다.

지금 4명은, 네 귀퉁이 각각에 서 있는 것이 된다.

나는 당연한 것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겨우 쿄스케씨를 만질 수 있다!

아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여성으로서의 쿄스케씨를 만질 기쁨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다.

겁준 상대에게 리벤지할 기회에 불타오르고 있는 것뿐이다.

단지 이렇게 어두우니, 이상한 곳을 잡게 될 위험성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닐까.

나는 가능한 한 발소리를 죽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 파악해둔 거리감으로, 여기겠지, 하는 위치에 왼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부자연스러운 딱딱함이 손끝에 닿았다.

손가락을 문지르면서, 오싹함을 느꼈다.


벽?


이라는 건 포켓?

말도 안돼.

내가 스타트했는데...

망연해 있는 내 왼쪽 어깨를 누군가가 강하게 잡았다.

쿄스케씨다.

나는 당연히, 벽에 닿아 있는 인영人影을 상상해서 왼손을 뻗었는데.

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이야?

암흑 속에서, 벽에 기대지도 않고 서 있다니.

아니면 함정이었나.

벽을 타고 사람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분해져서, 홀로 남겨진 나는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모색했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또 오른쪽 어깨를 잡혔을 때에는, 부끄럽지만 우히,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기랄!

쿄스케씨다.

또 누가 멋대로 역회전으로 바꿔놓았구나.

이번에야말로 슬픈 사고를 일으킬 셈이었는데.

머릿속으로 독설을 퍼부으면서, 시계 방향으로 다음 귀퉁이를 향한다.

그리고 미캇치씨 (아마도) 는 조심스럽게 만졌다.

다음 회전 때에도 오른쪽에서부터였다.

그 다음도. 그 다음도.

나는 계속 쿄스케씨를 만질 수 있는 반시계 방향이 되지 않는 것에 짜증을 내면서,

빨리 와라 포켓 와라 포켓 하고 마음 속으로 빌고 있었다.

다음 포켓이 오면 당연히 반시계 방향으로 스타트다.

나는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계속 돌았다.

몇 번 돌았을까, 어둠 속에서 기척만이 꿈틀거리는 이상한 게임이 갑자기 끝을 맞았다.



“꺄악-!”


하는 비명에 등줄기가 얼어붙는다.

미캇치씨의 목소리다.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회중전등이 켜졌다.

쿄스케씨가 천장을 향해서 회중전등을 놓자, 방은 단번에 밝아졌다.

미캇치씨는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머리를 감싸안고 있다.

CoCo씨가 무슨 일이야? 하고 가까이 가자,


“이상하잖아! 왜 아무도 없는 곳이 안 나오는 거야!”


그건 나도 동의한다.

포켓만 오면 쿄스케씨를...

잠깐.

뭔가가 이상하다.

알콜 때문에 회전이 느려진 머리를 두드려본다.

회전이 멈추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5명째가 없어도, 포켓에 들어간 사람이 멋대로 재 스타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빙글빙글 언제까지고 방 안을 맴도는 데 위화감은 없지만...

에또, 맨 처음 사람이 스타트해서 다음 사람을 만지고, 4명째 사람이 포켓에 들어간다.

이걸 반복하고 있을 뿐인 거지?

에또, 그러니까... 어떻게 되는 거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만 잘까”


하는 CoCo씨의 한마디에 일단 이 게임은 끝나게 되었다.

쿄스케씨는 나에게 “유감이었구나” 하고 말하고는 둘째 손가락을 좌우로 흔든다.

미캇치씨도 깨끗이 부활해서, “뭐, 됐지” 이러고 있다.

과연 오컬트 매니아 집단.

이 정도의 일은 신경도 안 쓰는 건가.

오히려 매니아라면 신경 쓰라구.

나는 신경이 쓰여서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꿈속에서 괴이할 정도로 차가운 손에 오른쪽 어깨를 붙잡혀 비명을 지르자, 다음날 아침이었다.

쿄스케씨만 깨서 하품을 하고 있다.


“어제 일어난 일, 쿄스케씨는 이해 되세요”


아침 인사도 잊고 그렇게 물었다.


“그 정도 술로는 안 취해”


동문서답 같지만, 아무래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나는 공책 자투리에 샤프펜으로 그림을 그려 생각했다.


A CoCo          B 쿄스케



D 미캇치          C 나


그리고 게임 시작 후에 일어난 일을 모두 하나씩 써내려가자, 겨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취기만 없으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미스테리 같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정답도 하나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금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그 어둠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1 시계

2 시계

3 시계

4 반시계

5 시계

6 시계

7 시계

8 시계

9 시계

10 시계

......


내가 돌은 방향이다.

그리고 3번째 시계 방향으로 돌았을 때 나는 포켓에 들어갔다.

만약 A가 맨 처음 스타트 주자라고 한다면, 시계 방향이라면 첫번째 회전에서 포켓은 D,

그리고 같은 방향이 계속되는 한, 2번째 포켓은 C, 3번째는 B, 라는 식으로 역순으로 돌아간다.

즉 동일한 방향이라면 반드시 누구에게도 4번에 한번은 포켓이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5번째 이후의 시계 방향 회전에서, 나에게 포켓이 오지 않은 것은 역시 이상하다.

다시 한번 그림에 시선을 주면, 3번째 회전에서 내가 포켓이었던 사실로부터 역산하는 한,

최초의 스타트는 B의 쿄스케씨로, 시계방향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첫번째 회전의 포켓과 2번재 회전의 스타트는 CoCo씨, 2번째 회전의 포켓과 3번쩨 회전의 스타트는 미캇치씨,

그리고 그 다음이 나다. 나는 방향을 바꾸어서 반시계 방향으로 나아가, 4번째 포켓과 5번째 회전 스타트는 미캇치씨가 된다.

그리고 미캇치씨는 또 회전을 시계방향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에, 5번째 회전의 포켓은...

나다.

나일 터인데, 포켓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대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은 이어져서, 그 다음에는 한번도 포켓은 오지 않았다.

어째서 5번째 회전의 포켓에 사람이 있었던 것일까.

“있을 리가 없는 5명째”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때 미캇치씨라고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만진 인영은, 다른 무엇인가였던 것인가.


“로슈타인의 회랑이라고도 해”


쿄스케씨가 불쑥 입을 열었다.


“어제 한 그 게임은, 흑마술에서는 어엿한 강령술의 일종이야.

조금 변형시키기는 했지만, 있을 리 없는 5명째를 소환하는 의식이지”


어이어이.

흑마술이라니...


“하지만 뭐, 강령술이란 게 그렇게 간단히 성공하는 게 아니지”


쿄스케씨는 하품을 참으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 말과, 어제 회중전등을 켠 후의 묘하게 흥이 깨진 듯한 분위기를 기억해내고,

나는 하나의 해답에 도달했다.


“미캇치씨가 범인인 거군요”


즉, 미캇치씨는 5번째 회전의 스타트를 해서 시계 방향으로 CoCo씨를 터치한 다음,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스타트 지점까지 벽을 타고 돌아간 것이다.

거기에 내가 와서, 터치한다.

미캇치씨는 그 다음 두 사람 몫을 시계 방향으로 이동해서 CoCo씨에게 터치.

그리고 다시 한 사람 몫을 돌아가서 나를 기다린다.

이것을 반복함으로써, 미캇치씨 이외의 누구에게도 포켓이 오지 않는다.

끝없이 시계 방향이 계속되어버리는 것이다.

“꺄악-!” 하는 비명이라도 지르지 않는 한.


기껏 생각해낸 장난인데, 언제까지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니까 스스로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하지만 CoCo씨도 쿄스케씨도, 어제의 그 분위기로는 아무래도 미캇치씨의 장난은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다.

나만 신경 쓰다가 이상한 꿈까지 꿔버렸다.

한심하다.

아침밥 시간이 되어서, 미캇치씨가 깬 후에, “너무하셨어요” 하고 말하자 “에-, 나 그런 짓 안 했다니까” 하고 시치미를 뗐다.


“이 산장에 나온다는 유령이 섞였던 거 아냐?”


그렇게 웃으며 말하길래, 그런 걸로 해두었다.



후일, CoCo씨의 남자친구에게 이 사건을 이야기했다.

내 오컬트 길의 스승이기도 한 괴짜이다.


“그랬는데, 나중에 쿄스케씨가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5명째 사람이 생겨난 게 아니라,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고”


그 게임을 끝냈을 때에는, 네사람밖에 없다.

4명이서 시작해서 5명으로 불어나서 다시 4명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5명이서 시작해서, 끝낸 순간에 4명이 된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처음부터 4명이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싶지만, 쿄스케씨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들어본 적 있을 텐데, 카미카쿠시(*역주: 신령의 소행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되는, 갑자기 행방불명되는 현상)에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되는 패턴이 있다고.


즉, 사라진 사람에 대한 기억이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삭제되어,

모순이 없도록 과거도 절묘하게 짜맞추어져 버린다는, 오컬트계에서는 신기하지도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5명째 멤버가 있었다니 현실감이 너무 없다.

그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다니 말도 안된다.

하지만 스승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감탄한 것처럼 신음했다.


“그 선머슴이 그랬단 말이지. 재밌는 발상이네.

그 산악부 학생의 일화는, 일본에서는 네 귀퉁이의 요괴四隅の怪라든가 방령님お部屋様(*역주: ... ;_;)

같은 이름으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놀이인데, 있을 리가 없는 5명째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즐기려는 취지야.

그게 실제로는 5명째를 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5명째 사람을 소멸시키는 카미카쿠시 의식이었다는 말이지?”


스승은 재미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가 편집되는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5명이 있다면 애초에 아무 재미도 없는 이런 게임을 하려고 할까요”



“그게 그렇지도 않아. 산악부 학생은 밤새 깨어 있기 위해서 한 것뿐이고,

오히려 5명이서 시작하는 편이 자연스러워.

게다가 로슈타인의 회랑이라는 건, 원래 5명이서 시작하는 거야”


5명이서 시작해서, 도중에 한명이 아무도 눈치 못 채도록 하면서 빠진다.

빠진 시점에서 회전이 멈춰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끝없이 계속되어 버린다는 괴이현상이라고 한다.


“그럼 저희들도 5명이서 시작한 걸까요. 그렇다면 도중에 한 번 역회전한 건 이상해요”


5명째 사람이 사라졌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스승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마저 실제로는 없었는데 5명째 사람이 소멸한 것 때문에 앞뒤를 맞추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억이라고 한다면

스토리성이 지나쳐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이고, 그렇게까지 뭐든지 가능하다면 좀 깨는데요”


“로슈타인의 회랑을 알고 있었던 건, 룰을 추가하자고 말을 꺼낸 선머슴이었지.

그럼, 실제로 추가된 룰은 이랬을지도 몰라.

‘1. 도중에서 한 명 빠져도 된다. 2. 아무도 없는 귀퉁이에 온 사람이 다음 스타트 주자가 되어 방향을 고른다’”


뭔가 까다롭다.

나는 깊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스승에게 캐물었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요”


“재미있다고 할까, 으-음.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로 되는 카미카쿠시라는 건 말이야, 완전히 과거가 편집되는 건 아니거든.

예를 들어,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신발이 남아 있다거나,

단체사진에서 한 명 정도의 공간이 부자연스럽게 비여 있다거나.

그런 무언가를 암시하는 상처가 반드시 있어.

거꾸로 말하면, 그 상처가 없다면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에 카미카쿠시라는 괴담이 성립되지 않아”


과연, 이건 알겠다.



“그런데 아까 한 이야기에서, 위화감을 느낀 부분이 딱 한군데 있어. 야영지에는 렌트카로 갔다고 했는데...”


4명이서 갔다면, 보통 차로 갔으면 됐잖아?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적어도 쿄스케씨는 4인승 차를 가지고 있다.

일부러 빌린 것은 스승이 추측한 대로, 6인승 렌트카였다.

확실히 기껏해야 1박 2일.

산장에서 묵었기 때문에 휴대 텐트 등의 캠프 용품도 거의 없다.

어째서 6인승차가 필요했던 것인가.

어느 두 자리가 비어 있었는지 기억해내려고 해보지만, 너무 애매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6인승차로 갔더라...


“이게 상처인가요”


글쎄.

단지, 그녀석이 말하더라.

숨바꼭질을 했을 때, 승부가 나지를 않아서 끈질기게 기다렸다고.

숨바꼭질이라는 건 시간제한이 있으면 술래하고 숨는 쪽의 승부이고,

시간이 무제한이면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이 이기는 거잖아.

어째서 숨바꼭질이 끝나지 않았나.

그녀석은 누구와 승부를 하고 있었던 걸까.

스승의 말이 머릿속을 야릇하게 맴돈다.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서, 도망치듯이 나는 스승의 집을 나왔다.

돌아가는 길, 내 등에 대고 “뭐 그런 일이 있을 리 없지” 하고 스승이 가볍게 말했다.

실제로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그 날 밤만은, 있었을지도 모르는,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는, 그리고 친구였을지도 모르는 5명째의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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