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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째 여름.
“사차원 비탈길”이라고 하는, 그 지방에서는 나름 유명한 심령 스포트에 도전했다.
소문에는, 밤에 그 비탈길에서 기어를 뉴트럴에 놓으면 차가 비탈길을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 소문을 듣고 나는 갑자기 흥분했다.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유령 스포트와는 다르다.
차가 움직인다고 하니까, 뭔가 굉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혼자서는 무섭기 때문에, 선배를 두 명 꼬셨다.
밤 1시.
나는 인기척이 없는 가장 가까운 역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옆에는 내가 스승으로 받드는 괴짜 오컬트 매니아.
역시 멍하니 서 있다.
평소 같으면 내가 그런 이야기를 가지고 가면, 즉단즉결로 “그럼 가자” 고 하는 사람이지만,
그 때는 가장 중요한 차가 없었다.
스승의 애차인 고물 경자동차는 원인 불명의 연기가 나왔다고 해서, 수리에 맡겼던 것이다.
나는 면허조차 없다.
그래서 차를 댈 수 있는 사람을 또 한 명 꼬신 것이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사차원 비탈길보다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거기에 있었다.
어둠을 찢고 파란색 임프렛서가 역 앞에 멈춘다.
시원스럽게 차에서 내린 사람은 이쪽에 손을 흔들려고 했다가, 바로 내렸다.
“왜 이녀석이 있는 거야”
쿄스케씨라고 하는, 내 오컬트 방면 인터넷 지인이다.
“내가 할 말이야”
스승이 맞받아쳐서, 바로 험악한 분위기가 되었다.
자자, 하고 중재하는 나에게 스승이 “왜 넌 언제나, 나랑 이녀석을 모아 놓으려고 하는 거야” 비슷한 말을 했다.
재밌으니까 그렇죠.
라고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자자, 하고 말했다.
스승과 쿄스케씨는 사이가 나쁘다.
강렬하게 나쁘다.
그것은 초대면 때, 쿄스케씨가 스승에게,
“뭐야 이 사기꾼은”
하고 말했던 데에서 발단한다.
서로, 다소 계통은 다르지만 오컬트 매니아로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가 있는 듯하다.
말하자면 자석의 S극과 S극이다.
반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자자, 사차원 비탈길에 가는 길에는 비슷한 정도로 위험한 스포트도 있으니까, 어쨌든 즐기면서 가보죠”
어떻게 겨우 두명을 달래서 차에 밀어넣는다.
물론 스승은 뒷좌석이고, 나는 조수석이었다.
“좁아”
스승의 한마디에 쿄스케씨가, 닥치라고 말한다.
“냄새 나”
라고 했을 때에는, 차를 멈추고 자칫하면 난투가 될 뻔했다.
역시 세트로 부른 건 잘한 일이다.
최고다. 이 둘은.
그런 기분을 깨부수는 것이 갑자기 시야에 들어왔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도 없는 한밤중의 산속에서,
강가 도로의 한쪽 끝에 거대한 지장보살地蔵이 떠올랐던 것이다.
비교할 물건이 없는 밤이라서 그런지, 비정상적으로 크게 보인다.
체감으로 5 미터.
“저게 돌아보는 지장보살이에요”
차로 지나친 다음에 돌아보면, 측면이 보여야 할 지장보살이 이쪽을 보고 있고,
눈이 마주치면 반드시 사고를 당한다는 내력이 있다.
두 사람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좋아할 만한 이야기인데, 두 사람은 모두 아무 말도 없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오싹오싹하다.
공포와도 같은, 기쁨과도 같은, 이상한 웃음이 치밀어올랐다.
돌아볼 수 없으니까, 내 상상 속에서만 길가의 지장보살은 멀어져, 구불구불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물론 그 상상 속에서는, 이쪽을 보고 있다.
무표정으로.
스승도 쿄스케씨도 입을 다문 채, 차는 밤길을 나아갔다.
짜증스러운 듯 쿄스케씨는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겨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장소에 도착했다.
“왼쪽이에요”
라고 하는 내 목소리에, 깜빡이등도 켜지 않고 핸들을 꺾는다.
왼쪽으로 길을 접어들자, 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어디”
“에또, 분명히 이 근처에서부터일 텐데요”
소문을 믿는 한.
쿄스케씨는 차를 정지시키고, 기어를 뉴트럴에 놓았다.
...
두근두근한 것도 한순간.
느릿느릿하게 차는 후퇴했다.
쿄스케씨는 한숨을 쉬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도 유감이다.
그야 진심으로 그런 비탈길이 있다고 믿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그러자 스승이 “라이트 꺼봐” 하고 말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손에는 회중전등.
세 명이서 차를 내려서, 전혀 불빛이 없는 산길에 우뚝 섰다.
“뭐, 아마 이런 거겠지”
하고 스승은 중얼중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산속의 비탈길은 완만한 오르막으로 되어 있는데,
앞을 보면 보도를 구획해 놓은 흰 선이 미묘하게 굽어져 있어,
아마도 폭이 도중에서부터 바뀌는 듯하다.
그것이 원근감을 혼란스럽게 해서 오르막길을 내리막길로 착각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주위에 경사를 나타낼 수 있는 비교물이 적은 캄캄한 밤에,
희미한 빛에 비추어진 흰 선만을 보고 있으면, 그런 감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겠지.
스승의 이야기를 듣자, 신기하게도 아까까지 오르막이었던 길이
밑을 향하는 경사로 변화해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즉, 헤드라이트를 켜고 여기에 오르려는 멋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면, 좀 더 즐겁지 않았을까?”
스승의 도발에, 쿄스케씨가 코로 웃는다.
“아 그래. 그럼 여기에 놔두고 갈 테니까, 원하는 만큼 착각을 즐기지 그래”
“말은 잘하네. 사차원 비탈길 같은 걸 믿어버리는 귀여운 어른이”
벌레의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는 것이 전부인 조용한 길에,
두 사람이 서로를 매도하는 목소리만이 울린다.
그러나, 쿄스케씨가 다음에 한 말로 그 정경이 확 변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너, 뒤는 안 보는 편이 좋아. 지장보살이 와 있으니까”
영하 100도의 물을 갑자기 심장에 뒤집어쓴 듯한 쇼크가 덮쳐왔다.
쿄스케씨의 어린애 같은 위협 때문이 아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스승이 섬뜩한 표정으로 자기 뒤를 뒤돌아보았기 때문이다.
경악도, 공포도 아닌, 뭔가 지독히도 온도가 낮은 감정이 달라붙은 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물론, 그곳에는 어둠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쿄스케씨도 숨을 삼키고, 준비하고 있었던 비웃음도 굳어버렸다.
어이어이.
웃을 타이밍이잖아.
속은 사람을 비웃을 타이밍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밤공기가 마치 바늘처럼 아프다.
“미안”
하고 쿄스케씨가 사과하고, 참으로 뒷맛이 나쁜 상태로 세 명이서 차에 올라탔다.
스승은 뒷좌석에 깊숙이 앉아서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예의 지장보살 앞을 거치지도 않고, 도로를 크게 우회해서 귀로에 올랐던 것이다.
스승을 역 앞에서 내려주고, 나를 바래다줄 때 쿄스케씨는 머리를 긁으면서,
“왜 사과 같은 걸 해버렸지” 하고 내뱉고는, 터무니없는 스피드로 임프렛서를 내달려서,
나는 그 날 가장 큰 공포를 맛보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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