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스승이 이상한 말을 하길래,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철탑이라고”
대학 1학년의 가을 즈음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나는 서클 선배이기도 한 오컬트길의 스승에게 오컬트의 기초를 배우고 있었다.
진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스승에게서밖에는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때도, 텟토-(*주: ‘철탑’의 일본어 발음)라는 단어의 의미를 순간적으로 모르겠어서 되물었던 것이었다.
“철탑. 텟, 토, 우. 철로 만든 탑. 아이언... 뭐지, 필라? 어쨌든 본 적 없으려나. 밤중에 올려다보면 꽤 있어”
스승이 말하기로는, 교외의 철탑에 밤에 가면 인간의 유령이 그 위를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어째서 유령은 철탑에 오르는가.
그런 의문 이전에 유령이 철탑에 오른다는 전제가 내 안에는 없다.
뇌 안의 괴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보아도 유령과 철탑에 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스승은, 에- 보통이잖아. 하고 말하고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연이 있는 장소여서가 아니라, 철탑이라는 기호적인 부분에 유령이 모인다는 것이다.
근처에 철탑이 없던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자, 어렸을 적 근처에 있었던 철탑이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녁 즈음 하교길에 옆을 지났던, 높이 솟아 있던 철탑과 전선.
해가 저물 무렵에는 불길한 실루엣이 되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확실히 밤중의 철탑에는 기묘한 무서움이 있다.
하지만 유령을 거기서 본 적은 없다, 고 생각한다.
스승의 이야기를 듣자 쓸데없이 신경이 쓰여서, 나는 부근의 철탑을 찾아 자전거로 내달렸다.
막상 어디에 있나, 하는 문제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중요하지는 않았다.
철탑은 멀리에서도 확 눈에 띄었다.
주택가를 벗어나, 개천 옆에 솟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자 가까운 곳에 자전거를 멈추고, 탑 밑의 철망에 달라붙었다.
올려다 보면 송전선이 없다.
너덜너덜한 플레이트에 “OX선-12" 라고 쓰여 있다.
아마도 이전 공사 같은 게 있어서 송전 루트에서 벗어난 것이겠지.
녹슨 검붉은 탑은, 무섭다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라기보다는, 해가 아직 저물기 전이었다.
근처의 편의점과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철탑으로 돌아왔다.
어두워지자, 돌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기척도 없는 교외의 철탑은, 올려다보면 더 커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붉은 색일 터인 탑은 지금은 검다. 그것도 밤의 암회색의 구름 밑에, 그 모양의 구멍이 뚤린 것 같은, 빨려들어갈 듯한 검은색이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듯, 출입금지인 철망이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고,
송전선이 없는 철탑으로부터는 그 철골 사이를 통과하는 공기가 기묘한 울림소리를 내고 있었다.
주위에 빛이 없고, 눈에 힘을 주어 보아도 철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컬트는 끈기다.
간단하게는 포기하지 않는 나는, 밤 3시까지 앉아서 기다렸다.
나온다, 는 소문도 이야기도 없는 장소에서, 애초에 유령을 볼 수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골조에 그림자가 앉아 있는 듯한 이미지를 계속 투영해보았지만,
뭔가가 보인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비벼 보면 역시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한 긴장감으로부터 피로가 쏟아져, 밤이 밝기도 전에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다음날, 바로 보고하자 스승은 묘하게 기쁜 듯한 얼굴을 했다.
“어? 그 철탑에 갔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도 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나왔다니까요”
하고 말하자, 그러니까 간다는 거지, 하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잘 모르겠는 채로, 대낮에 두명이서 그 철탑으로 갔다.
낮에 보면, 밤의 그 불길함은 엷어져 단순한 녹슨 노병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자 스승이 턱을 문지르면서, 여기는 유명한 심령 스포트였어, 하고 말했다.
머리에 가솔린을 끼얹고 분신자살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밤중에 이 철탑 앞을 지나가면, 뜨거워 뜨거워 하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이 근처에 검은 얼룩이 있었어”
철망 너머로 스승이 가리키는 곳에는, 이제는 얼룩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 느껴지나요. 하고 스승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젓는다.
“나도 본 적이 있어”
자살자의 유령을 여기에서.
그렇게 말하는 스승은 먼 곳을 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렇구나. 어째서 철탑에 오르는지, 안 것 같아”
그리고 햇빛을 받아 둔하게 빛나는 철탑을 올려보는 것이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물어봐도 “비밀”이라고 얼버무린다.
스승이 멋대로 세우고, 멋대로 해답에 도달한 명제는, 그 후로 화제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철탑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소멸하고 싶어하는 영혼이, 현세를 떠나기 위해서 “철탑”이라는 하늘로 뻗은 상징적인 건축물을 오르는 것은 아닐까.
긴 계단이나 고층빌딩으로는 안되는 것이겠지.
그 앞이, 인간의 세상으로 이어져 있는 한은.
'퍼온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시리즈 - 검은 손 (0) | 2017.01.15 |
---|---|
스승시리즈 - 병원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네 귀퉁이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비탈길 (0) | 2017.01.15 |
스승시리즈 - 상제葬祭 (0) | 2017.01.15 |
- Total
- Today
- Yesterday
- 아르바이트
- 장례식
- 행방불명
- 2ch
- 일본 괴담
- 무서운 이야기
- 여동생
- 번역 괴담
- 초등학교
- 체험담
- 담력시험
- 괴담
- 교통사고
- 초등학생
- 실종
- 공포 괴담
- 심령스팟
- 심령 스팟
- 저주
- 자살
- 사람이 무섭다
- 2ch 괴담
- 할머니
- 무서운이야기
- 영능력자
- 일본
- 스승시리즈
- 공포
- 어린이 괴담
- 번역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