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이었으니까,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여름 방학에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갔습니다. 오래된 큰 집이었습니다.
어느 날 낮잠에서 깨어나 보니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돌아다녀도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남겨진 모양입니다.
낮잠을 자고 있던 방으로 돌아왔는데, 천장에 매달려있는 큰 사다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걸 내리면 천장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의자에 올라가 사다리가 걸려있는 손잡이를 분리했습니다.
내려보니 그것은 사다리라기보다는, 수납식 계단같은 것이 었습니다.
손이 닿는 곳까지 계단을 올라가 천장을 밀어올리자, 그것은 의외로 쉽게 열렸습니다.
처음 올라간 천장은 어둑어둑했고, 작은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먼지가 소용돌이 치고있었습니다.
여기저기에 오래된 것 같은 상자나 선반같은 것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잠깐 동안 그 박스와 선반을 뒤져보다가, 금세 질려 버려서, 천장을 탐험하기로 했습니다.
상자와 선반이 있는 구획을 벗어나자, 보에 오려진 바닥이 없어졌고, 발밑은 곧바로 천장판이었습니다.
곳곳에 있는 틈새로 아래의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캄캄했습니다.
천장판은 얇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아서 보를 밟으며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판의 틈새로 아래를 엿보려고 했는데 너무 좁아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선반이 있던 곳까지 돌아가서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는, 판의 틈에 꽂았습니다.
쑤셔넣은 젓가락의 직경이 굵어지면서 틈새가 넓어져 아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방을 위에서부터 보면, 가구의 배치나 크기가 평소의 시선과는 달라 보였고, 사람이 있는 공간이 굉장히 좁아 보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재미있어서 보를 타고 여러 방을 들여다보며 돌았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들여다 보고있는 방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 수가 많았기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니 방향 감각을 잡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변은 깜깜.
조금 무서워졌기 때문에 슬슬 돌아가려고 생각하면서 희미하게 밝아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옆에 작은 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천장에 문?
묘한 느낌이 들어서, 무심코 문을 열었습니다.
스르륵 옆으로 밀고 들어간 그 곳은 다른 곳과 전혀 다르지 않은 천장의 광경이었습니다.
역시나 아래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주저되었지만, 젓가락으로 그 틈새를 크게 만들어 아래를 들여다봤습니다.
틈새가 좁아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꽤 넓은 방 같았습니다.
다만, 보이는 범위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어서, 몹시 살풍경한 방이었습니다.
창문이 작은 것인지,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입니다.
이상했던 것은 바닥 다다미 위에 뭔가를 적어놓은 종이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나 문자 등이 쓰여진 종이. 그 정도 밖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몇십 장이나 있었습니다.
또한 이상했던 점은, 다다미 위에 흰색 문자가 쓰여져 있던 것입니다.
특별히 규칙적이지는 않고, 어수선하게 쓰여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자였다고 기억 합니다만, 당시의 나는 의미를 알 수 없었습니다.
더 자세히 보려고 몸의 위치를 바꾼 다음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각도가 바뀐 것인지, 움직이다가 틈이 막혀 버렸는지도···
어쨌든 틈새를 넓히기 위해 대충 젓가락을 찔러넣었습니다.
순간 부드러운 찔리는 느낌이 손에 전해졌고, 바로 우당탕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아래의 방에서 우당탕 대는 진동이 전해져 왔습니다.
간헐적으로, 스윽스윽 다다미를 긁는 듯한 소리도 들려옵니다.
서있는 내 발밑의 천장을 아래에서 쿵쿵하고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천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차례로 위치를 바꾸며 뭔가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무서워진 나는 보 위를 달려서 처음의 계단이 있는 곳까지 도착, 황급히 아래로 내려가서 천장판을 닫고 계단을 되돌려 천장에 올려 두었습니다.
얼마동안 귀를 기울여 보았는데, 아까의 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과 여동생이 집에 돌아왔지만, 나는 꾸중을 들을까 두려워 그 사건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2번 정도 할아버지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의 태도에는 특별히 달라진 모습은 없었습니다.
역시 두려워하면서도 그 살풍경한 방을 찾으려고 돌아다녀봤지만, 이상하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몇 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잇따라 돌아가신 뒤에 집은 팔려고 내놓았고, 지금은 빈터가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577th] 공원의 여자아이 (0) | 2018.03.06 |
---|---|
[576th] 표정 (0) | 2018.03.05 |
[574th] 빨간 여자 (0) | 2018.03.03 |
[573rd] 진짜 이유 (0) | 2018.03.01 |
[572nd] 침실 (0) | 2018.03.01 |
- Total
- Today
- Yesterday
- 공포
- 교통사고
- 아르바이트
- 무서운이야기
- 장례식
- 여동생
- 어린이 괴담
- 저주
- 자살
- 행방불명
- 스승시리즈
- 체험담
- 실종
- 일본 괴담
- 공포 괴담
- 번역
- 일본
- 괴담
- 초등학생
- 사람이 무섭다
- 심령 스팟
- 담력시험
- 할머니
- 영능력자
- 초등학교
- 심령스팟
- 2ch 괴담
- 번역 괴담
- 2ch
- 무서운 이야기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