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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76th] 표정

레무이 2018. 3. 5. 21:33

일년 전, 직장인인 내가 출장으로 2주동안 다른 지방의 지사에 갔을 때의 이야기.


토요일 밤에 지사 선배들에게 이끌려 술집 ~ 간식 ~ 라면집까지 순회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은 무렵.


라면 집에서 택시를 두대 불러달라고 하고는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먼저 한대가 도착했고 선배들이 타고는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출장 중인 나는 지사의 기숙사 방에서 숙식을 했기 때문에 선배들과는 반대 방향.


잠시 후 두 번째 택시가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뒷좌석 (택시기사 바로 뒤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택시가 우연히 여기에서 손님을 내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뭐야 헷갈렸네···"라고 중얼거리는데 뒤쪽 문이 열리는 그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뒷좌석에 있어야 하는 여자가 없다니.


택시가 내 옆에 멈추어 왔을 때, 차창 너머로 타고 있는 모습을 분명히 봤는데.



늙은 택시기사가 창문을 열고


"전화 주신 분 맞죠?"


라고 물어왔고, 나는


"네? 아, 네··· "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택시기사가 의아한 얼굴로


"안타세요?"


라고 물어오는데


"저기··· 돈이 없는 걸 뒤늦게 알았네요··· 불러 놓고 죄송합니다"


라고 미안하지만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는 달려가는 택시의 회사 명, 번호를 스마트 폰에 저장하고 다른 택시를 찾아 기숙사에 돌아갔다.



다음날 함께 마신 선배들에게 그날 밤의 사건을 이야기 해 보았다. 그러자 선배들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그거 심령 택시"


라고 할 뿐.



회사 명과 번호도 알고 있고, 스마트 폰의 기록과 일치했다.



선배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 택시, 이 근처의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확산. 지금은 소문을 알고있는 이 지방 사람들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다행히 이곳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관광객 이용자가 많아 장사에 지장은 없는다는 모양이다.



그 여자의 영혼은 아마도 2년 전 60세를 앞두고 병사 한 택시기사의 부인의 영혼이라고 알려져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착한 여자 였다고 한다. 잉꼬 부부 였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꽤나 괜찮은 이야기였는데···.






하지만···



선배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지만, 그날 밤 내가 본 영혼은 빈말로라도 상냥한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리너머로 보였던 그 여자의 영혼은 무서운 표정으로 늙은 택시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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