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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게는 무서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긴 글이지만 조금씩 써볼까 한다.
써보다가 영 안되겠다 싶으면 그만두지 뭐.
취업하고나서 촌동네를 벗어나 혼자 살기 시작한 때의 일이다.
회사의 신입사원 환영회때문에 자정을 지나 새벽 2시경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당시 살고 있었던 아파트는 주택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심야에는 어둡기도 하고 사람도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그런 시간이라 완전 쫄아서 혼자 집 근처까지 왔다.
겨우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이는곳 까지 와서야 안심했는데...
내가 걷는 길의 반대편 방향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 오고 있었다.
그 여자는 뭐랄까... 휘청 휘청 거린다는 느낌으로 매우 부자연스럽다? 같은 이상함을 느꼈다고 기억한다.
일단은 여자이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아서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 여자가 아파트 입구 근처에 주차되어있던 승합차에 부딪혀 쓰러지는게 보였다.
그때 다시보니 그 여자는 선글라스를 쓰고 흰색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앞이 안보이는 사람인가.
나는 황급히 달려가서
"괜찮아요?"
하고 부축해서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그 여자는 작게 우물우물하는 불분명한 목소리로
"괜찮아요"
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아직 20대 정도로 젊어보였는데, 역시 눈이 불편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이런 한밤에는 힘들거라 생각해,
"어디까지 가는거예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이 근처에 사는 친구의 아파트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못찾겠다."
정도의 내용을, 다시 우물우물대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어 버렸다.", "이 근처니까 괜찮다면 안내해달라." 라고 부탁해왔다.
나는 눈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좋아요." 라고 승낙했다.
"그럼, 팔짱을 낄테니 안내 부탁드릴게요."
갑자기 기운을 차린 그 여성과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어떤게 보이나요?"
라고 반복해서 물어왔다.
"그럼 왼쪽으로", "그 다음을 오른쪽으로"
이런 식으로 심야의 주택가를 팔짱껴진 채로 걷고 있었다.
그때 차가 정면에서 지나쳐 가며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진 순간...
그 여자가 분명 내 표정을 살피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느낌으로, 이쪽을 보고있는 눈이 선글라스 안쪽으로 보였다.
이런 상황이 되니, 내가 놓여있는 묘한 상황이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 여자에게 오른 팔을 양팔로 잡혀있다. 내 왼손에는 핸드백 들고 있고)
하지만, 정말 눈이 불편한 사람이라면 실례잖아... 하는 양심의 가책도 있었다.
두명이서 충분히 15분 정도는 걸었다.
또한 안내하는 와중에 그 여자와 대화한 내용은
"지금 찾아가는 친구는 나처럼 장애인이다"
"그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양팔을 잃었다."
"언제나 우울해하기 때문에 스웨터를 짜주려고 했는데, 팔 부분을 어떤 식으로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이런식의 섬뜩한 화제가 잔뜩.
나는 인생 최초로 느끼는 두려움에 눈물이 나오려는걸 참으며, 필사적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게다가 안내해 가는 곳은 점점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방향으로만....
이러다 머리속에서는 몸싸움까지 상상하느라 대화가 없어졌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이 근처 일거예요. 아파트 이름을 읽어주세요."
라고...
내가 ○○○ 아파트입니다. 라고 하니까.
"여기까지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시원스럽게 풀어줬다.
아차! 역시 내 착각일 뿐이었구나. 하고 부끄러워했지만, 점점 냉정해질수록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눈이 안 보이는데 자신이 길을 잘못 들었는지 분간할 수 있나? 등)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그 아파트가 보이는 모퉁이의 골목에 숨어서 입구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1분도 되지 않아 아까의 여성이 내려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계단을 타탓- 하고 사뿐사뿐히!!!
'역시 장난이었구나!!' 라고 생각해 앞으로 나가서 혼내주려고 하는데
그 순간, 또 다른 누군가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 남자는 20대 후반 정도로 엄청 뚱뚱하고
무려 두 팔이없는 사람이었다.
그 두 사람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두리번하고 뭔가 중얼 중얼 말하고있는 것 같지만 여기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그 여자가 갑자기 남자의 츄리닝을 찢듯이 벗기기 시작했다!!
양팔이 없는 남성은 어느정도 저항하는 것 같았지만, 깨끗하게 벗겨져버렸다.
멀리서 보이는 그 사람의 팔이 없는 어깨 단면, 너무나 갑작스러운 엄청난 광경.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하지만 필사적으로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달아나고 싶었지만,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들키면 쫓길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는 상반신 알몸이 되어 땅바닥을 구르면서 무언가 외치고 있었는데
그리고 여자는 가방에서 보온병(?) 같은 것을 꺼내서 남자에게 뭔가의 액체를 촥촥 뿌리기 시작했다.
김이 보였으므로 상당히 뜨거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또다시 절규하기 시작했는데도 주변에 그 어느집에서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공포를 견딜 수 없어서 달려 도망쳐 버렸다.
다행히 따라오지 않았고, 정신없이 나의 아파트까지 도망쳐왔다.
밤새도록 반쯤은 울면서 보냈다.
저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긴 글 미안합니다.
누군가 이런 같은 사람을 만난 분이 있을까요? 벌써 6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후일담도 붙어 있습니다. 보고 있나요?
후일담이지만,
이제 그 일이 있었던 후로 2년 정도 지났습니다.
그때의 공포를 완전히 잊어버릴 무렵,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있었습니다.
최상층을 향해던 도중의 중간 층에, 왠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있었습니다.
걸어가면서의 정말 한 순간이지만 그 사람의 실루엣을 보니
그 여자였습니다.
똑같은 복장에 선글라스. 틀림 없었습니다.
흰 지팡이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여성의 한쪽 팔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 여성은 나를 알아보는 기색 없이, 자신의 발밑만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유모차가 있었고, 그 안의 아기에게 이제 하나밖에 없는 팔로 뭔가 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엄마는 진열대쪽을 보고있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이 사진처럼 눈에 남아있어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달려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다시 울먹였습니다.
이제 그런 사람과는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습니다.
.
아기가 걱정이었지만, 이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또 어딘가에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합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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