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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80th] 욕실의 거울

레무이 2018. 3. 8. 11:30

11년 전에 잠깐 살았던 교토의 공동주택 이야기입니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조금 무리를 해서 욕실과 화장실이 붙은 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친구가 말하기를 "여자를 데리고 온다면 욕실,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곳은 안좋다구" 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사 온 첫날, 욕실에서 머리를 감다가 문득 거울을 보자, 거기에 여자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내 뒤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거울 너머로 내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돌아설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손을 뒤로 움직여보니 여자의 옷이 만져졌습니다.


분명히 실체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렇더라도 무서운건 변함이 없습니다.



이윽고 여자가 일어나서 문을 열고 욕실에서 나갔습니다.


욕실에서 나와서 현관 문을 조사했지만,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만 열려 있었을 뿐입니다.


방안도 찾아봤지만, 사람이 숨을 장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날은 만졌을 때의 느낌이나 나가는 때의 행동으로는 인간 같아서, 창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온 것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문과 창문을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어제처럼 잠시 이쪽을 응시 한 후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그동안 나는 역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황급히 욕실에서 나와 문단속을 확인 했습니다만, 문도 창문도 잠긴 상태입니다.


이번에도 무서움에 패닉이 되어 곧바로 주인 집에 전화했습니다.





집주인은 내 말을 듣고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는데···"라고 한 뒤에,


"그 방에 예전에 살던 주민이 자살한 일이 있었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이사온지 3개월 정도지나 학교 건물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듣고 혹시···라고 생각 했습니다만, 그 주민은 남자라고 합니다.


기분이 나쁘기 때문에 방을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1개월 이내에는 보증금은 전액 반환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방을 찾아, 1주일 후에는 방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방의 욕실에 들어가지 않은 탓인지 여자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사도 정해져, 짐 정리를 하고 (라고해도 대부분은 골판지 상자에 들어있는 그대로였지만)


벽장 하단에 키가 작은 장롱이 있다는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 장롱과 벽장의 천장 틈새에서 사진관 봉투가 나왔습니다.


안에는 사진이 25장과 부적이 1장.


사진은 모두 욕실 거울을 찍은 것이 었습니다.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은 찍혀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간부터 뒤에 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저 사진일 뿐이었는데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만약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자살한 예전 주민이라고 하면, 왜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 그가 찍으려고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런 것을 생각하다보니 불안해져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그 사진을 되돌려놓고 매우 황급하게 방을 나왔습니다.



이후로 오컬트적인 체험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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