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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84th] 친구 A

레무이 2018. 3. 13. 01:06

내 휴대폰에 친구 A에게서 1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뭔가 상담해달라는 용건이었습니다.


솔직히 의문이었습니다. 다른 친구에게 전해들었는데, A는 정신적인 이유로 집에서 요양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업무 중이었기 때문에, 일이 끝난 후 어느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생각보다 길어져, 약속 시간에 늦어버렸습니다.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기에 일단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A는 없었습니다.


나는 배가 고파서 근처의 라면 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전화가 왔습니다.


그것은 A에게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나는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일단은 늦은 것을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A는 "이런, 기다리고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라? 약속 장소를 착각한건가? 생각하고 다시 약속 장소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A는 "그럼 너희 집쪽으로 갈게."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돌아가는 길에 막차에 늦을테니까, 차라리 내일 저녁에 만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너무 미적지근한 태도였지만, 양해해 준 것 같았습니다.





그날 새벽 2시경에 집 전화가 울렸습니다.


솔직히, 숙면을 방해당해서 조금 화가 났습니다.


나는 이름도 대지 않고 "누구십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아니라 중얼중얼대는 잘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비는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성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중얼 중얼···"


소리와 동시에, 뚜- 뚜- 전화가 끊겼습니다.


잘못 걸린 전화나 장난 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났습니다.


조금 기분이 더러웠지만 나는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기분좋게 자고 있었는데, 나는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잠든지 아직 30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자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복도에서 뭔가 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밤 중이라도 항상 사람의 출입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끄는 듯한 소리는 처음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즈윽~ 즈윽~하고 들리니까.


그리고 툭툭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도 들렸습니다.


게다가 그 소리는 점점 내 방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내 머리 속에서는 아까의 소름돋는 전화와 그 소리가 이어져 묘하게 무서워졌습니다.


나는 이불 속에서 숨을 죽이고 그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내 방 앞에 멈추었습니다.




문을 열고 확인할까.


나는 어떻게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과감하게 문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부엌에 나와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문으로 얼굴을 돌리는 순간, 방에서 뭔가 보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보자, 방 모서리의 거울이 놓여있는 곳에 사람 같은 것이 서 있었습니다.


착시라고 생각해서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역시 사람의 뒷모습입니다.


하체는 빛이 닿아 있기 때문에 보였지만 위쪽은 어둡고 희미하게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도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숨을 쉬는 것이 겨우입니다.


나는 이게 가위 눌림인가 생각했습니다.


뒷모습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이 계속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상대를 쏘아봤습니다.


그 상대는 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릎정도 길이의 불그스름한 스커트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정강이 아래 정도부터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피부가 하얗고, 보통보다 가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체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였고 젖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발은 어깨정도로 서서, 손은 아래쪽으로 떨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기질스럽다고 할까,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나는 그저 필사적으로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문득 깨달으면, 똑똑, 똑똑하고, 문을 누군가가 노크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도 움직일 수 없었지만, 부엌 창문을 곁눈질로 보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 노크하는 사람 그림자도 처음에는 무서웠습니다.


오랫동안 노크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움직일 때에 아차! 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사람의 발소리라는 기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동안 여자의 형체에서 눈을 떼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시선을 되돌렸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순간 다리가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그날은 꾀병을 부리고 일을 쉬었습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여전히 멍하니 있었습니다.



점심 무렵에 A와의 약속이 기억났습니다.


예정은 밤 이었지만, 지금 바로 누군가와 상담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A의 상담 내용도 궁금했고 병은 나았는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A는 집에서 요양 중이라는 소문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다는 모양이라서,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A의 휴대폰으로 걸었는데, A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A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충격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습니다.


A가 자살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전날 상담을 받기로 했었기에,


"지금바로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라고 요청했습니다.


A의 아버지는 조금 생각한 뒤에, 승낙해주셨습니다.



A의 집까지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나는 응접실로 안내되었습니다.


거기서 A의 어머니에게 이야기입니다만, 한밤 중에 혼자 나갔던 A는 4시 조금 전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침에 어머니가 A의 방을 들여다 보니, A는 피투성이가되어 쓰러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노크는 A 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A의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엔, 그날 밤의 여자에 대해서도 언급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멈추었습니다.



돌아갈 무렵, 계속 화장실에 가지 않았기도 하고, 역의 화장실까지 참기 힘들 것 같아서, A의 집의 화장실을 쓰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거실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미닫이가 열려 있는 방이 있었습니다.


10cm 쯤 열려 있을 정도였는데,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이를 들여다 봐버렸습니다.


역시 보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피가 주위에 튀어 있었습니다. A는 말 그대로 장렬하게 목숨을 끊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A의 성불을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묘하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A의 방 TV에 시선이 닿았을 때 꺼진 화면에 비쳐지는 방 안에, 부자연스러운 위치에 사람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눈의 착각인가 자세히 봐도 역시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스커트는 뚜렷하게 떠올랐습니다.


문득 나는 그날 밤의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면에는 뒷모습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당연히 TV의 직선상에 있었으니까, 보통 거기에 사람이 서있으면, TV전체가 보일리 없습니다.


하지만 화면에는 뒷모습이 비치고 있다···.


게다가 방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다.


나는 엉겹결에 응접실로 달렸습니다. A의 가족은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서둘러 A의 집을 뒤로 했습니다.





A의 장례식 날,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장례식에서 돌아 오는 길에 어느 선술집에 들렀습니다.


그래서 A와 가장 친했던 친구 B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약하면,


A는 여자에게 꼬임을 당해 물에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A는 도중에 무서워졌고 살아 남았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에게 구조되었습니다.


잠시 입원생활을 했는데, 그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살 시도로부터 2주 정도 지나고, 드디어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여자의 시신은 신원 불명에 아무것도 단서가 없었습니다.


A가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엉터리였던 것입니다.


그 시점부터 A의 태도가 이상해졌습니다.



···나는 직감이지만, 그 죽은 여자는 그날 밤의 여자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B와 다른 친구들에게 그날 밤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친구는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는데, B만은 달랐습니다.


B는 말했습니다.


"나도 그 녀석을 봤을지도 몰라."


B의 이야기로는 B는 A의 상담을 하기 위해, 심야에 둘이서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벽까지 이야기 했는데, 그동안 내내 점내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여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B는 껄끄러운 기분이 되었지만, A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을 때 B가 벽 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어이, 저 벽에 비치는 그림자는 뭐야?"



우리는 일제히 벽 쪽을 보았습니다.



나도 금방 확인할 수 있었지만, 모두들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그림자가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는데, 하나만 뚜렷한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 눈에 여자라고 할 수 있는 그림자였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제히 그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이미 그림자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저와 B는 할머니의 아는 영능력자에게 불제를 받았습니다.


더 이상 길어지면 좋지 않기 때문에 그 때의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그 여자를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만, 거울와 TV에 비치고 있던 여자는 이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뒷모습만 거울에 비치고 있었다는 것은···?


그리고 추측이지만, A는 이 여자를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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