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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중에 불제를 아르바이트로 하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연극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었고 연기가 능숙해서 언더그라운드 연극계에서는 적당히 유명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아 영능력자에게 고용되었다고한다.


물론 그 영능력자라는 사람은 진짜 영능력자는 아니고 사기의 일종이었던 것 같다.



제령을 부탁해온 사람을 그럴싸한 방 중앙에 앉히고 축사같은 것을 주창한다. 그리고 대충 끝나면 옆에 삼가 있던 알바생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알바는 미친 듯이 날뛰는 연기를 하고, "당신에게 붙어있던 저주는 이 사람에게 옮겼습니다. 여기에 있으면 다시 돌아와버리니까 빨리 돌아가세요." 라는 등, 마치 불제를 한 것처럼 보여주고는 돈을 벌고 있었다.


그 영능력자라는 사람은 자주 술자리에서 "일단 축사같은 것은 배웠지만··· 결국 저주나 유령 따위는 세상에 없고 제령같은 일을 하는 놈들만 배불리는거라니까?" 정도로 말했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년이 지난 무렵, 자신에게 붙은 영혼을 제령해 달라는 한 쌍의 모자가 찾아왔다.


어머니 쪽은 50세 정도의 꽤 단정하고 옷차림이 좋은사람 이었는데 얼굴은 수척하고 눈에는 큰 기미가 있었다고 한다. 아이쪽도 또한 초등학생이면서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는 지친 얼굴이었다.


그것을 본 영능력자는 돈이 될거라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제령해야 문제가 없으며, 생명에도 직결될 수 있다는 등, 평소보다 재빨리 판매 토크를 시작했다.


그 말에 여자는 끄덕이며 수긍했는데 적당히 설명을 듣고 나서는 한마디 하기를,


"아이에게 붙은 영혼이 날뛰어도 당신은 괜찮은겁니까?"


라고 했다.


당시의 친구는 전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괜찮다고 영능력자는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는 불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붙어있는 영혼은 무엇입니까? 수호령을 잘못 떼어내지 않도록 가르쳐주세요.' 라든지 그 영이 붙게 된 것은 언제쯤입니까? 라든지, 친구 메모를 작성하는 척을 하며 그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는 곧이곧대로 "머리가 긴 3등신 정도의 여자입니다" 또는 "3년 전쯤부터 입니다."라고 각각 답했다고 한다. 그동안 영능력자는 제령을 준비한다고 밖에 나가있었는데 뭐 실제로는 잠깐 담배를 태우고 있을 뿐이라고.


그래서 휴식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제령의식이라 이름붙인 광대놀음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모자를 방 중앙에 앉히고 정화의 소금라고 말하는 슈퍼에서 사온 소금을 뿌리고 영능력자는 축사를 제창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똑같았는데, 그리고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다.


예정으로는 처음에는 조용히 진행하다가 중반 무렵에는 큰 소리로 뭔가와 싸우는 것처럼, 막판의 클라이막스 쯤에서는 난동을 부리는 신호를 보내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그 때는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축사를 외우는 영능력자의 몸이 떨리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도 "돈이 좀 될 것 같으니 과장하고 있는건가?" 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이상했다.


영능력자는 흰자위를 보이며 같은 축사를 고장난 음악 플레이어처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친구가 움직인 것은, 잠시 후 영능력자가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유혈상황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이상함을 눈치챈 친구는 더 이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영능력자의 겨드랑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날뛰다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되었는데, 영능력자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것을 아무 말없이 가만히 응시하던 어머니.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친구는 "죄송하지만,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미안하지만 되돌아가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나직하게 말했다.


"역시 당신에겐 보이지 않나요? 지금 그에게 여자의 영혼이 달라붙어 있잖아요??"


라고···




그 뒤로, 그 친구는 영능력자 알바를 그만두고 평범하게 편의점 점원을 하고있다.


그때의 사건이 떠오르면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가까운 사람이 말했던 가장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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