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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21st] 검은 광고차량

레무이 2018. 4. 24. 08:00

내가 중학교 1학년때 겪은 이야기.


그 무렵의 나는, 모현 모시(서쪽)의 단지 4층에서 가족 4명(부모님과 동생까지)으로 살고있었다.


단지는 도시 한 귀퉁이의 산에 있었는데, 여기 단지는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으스스한 곳이었다.


낡았고, 더럽고, 입주자도 얼마 없는데 동 수가 유난히 많아서, 얼핏보기에 폐허같았다.


부지가 쓸데없이 넓은데다가 바로 뒤는 산, 앞은 을씨년한 주택가 였기 때문에, 밤이되면 유령 도시나 다를게 없었다.


여름 방학 동안에도 주변에 사는 녀석들이 담력 시험으로 사용할 정도.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가 사는 곳 같아-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뭐 그런 곳이라서 폐 건물 옥상에 그림자가 보이거나, 사람의 영혼이 배회한다거나,


그런 괴담은 차고 넘칠 정도였다.


그런거, 나는 결국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내가 이상한 체험을 한 것은 11월 초. 글을 쓰는 지금보다 조금 이른 시기였다.


그날 나는 감기에 걸려 학교를 쉬었다.


열는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상태가 좋지 않아서 무엇을 먹어도 토하고, 무엇을 마셔도 토하는 상태였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이명이 엄청나게 울렸다.


텔레비전 등으로 방송 금지 용어에 씌우는 "삐"하는 소리가 있는데, 그런 비슷한 것이 귀 안쪽에서 작은 소리로 계속 울리는 것이다.


이런 이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평일이었으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하러, 동생은 초등학교에 가서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나는 오전 중에 조용히 자고 있었는데···.


메스꺼움과 이명 이외의 몸의 이상은 없었고, 오후에는 심심해서 일어나 버렸다.


그래서, TV를 보거나 만화를 읽거나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딱 4시 40분 정도. 시간은 아마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동생이 올 시간인데 아직이라, "늦네···"라고 창가에 시계를 올려다 본 기억이 있으니까.


그래서 바깥 날씨도 분명히 기억한다. 기분 나쁠 정도로 석양이 눈부셨다.


혼자서 보내는 저녁은, 밤보다도 훨씬 조용한 것 같았다.


옛 사람들이 봉마의 시간(*)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생각했다··· 섬뜩한 공기가 감돌고 있다고 할까.


(* 봉마의 시간: 요괴나 귀신 등 수상한 것을 만나는 시간)


그 때도 동생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세가새턴 버추어 파이터를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텔레비전이 튀면서 노이즈 투성이가 되었다.


노이즈라면 보통 전체 화면이 지지직거려야 하는데, 이번 노이즈는 뭔가 이상했다.


텔레비전의 가운데에서 발생하여 동심원 모양으로 확산···같은 느낌.


잘은 설명하기 힘들지만,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파문이 확산되는 느낌과 비슷했다.


얼마 후에 잡음은 사라졌지만, 잠시 후 또다시 가운데 왜곡 ⇒ 노이즈가 외부로 향해 확산, 되는 것이 몇 번이나 이어졌다.



처음에는 텔레비전 고장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규칙적으로 계속되는 모양을 보니 뭔가 꺼림칙했다.


그래서 텔레비전 끄려고 했더니. 내가 만지기 전에 먼저 전원이 갑자기 꺼졌다.


이미 이 시점에서 울고싶었다.


그런데 전원이 꺼진 순간 이명소리가 갑자기 커졌는데, 무언가를 깨닫고는 소름이 끼쳤다···


이명의 소리가 바뀌었던 것이다.


"삐"하는 고음에서 "붕"이라는 저음으로.



어쨌든, 어린 마음에도 이건 위험하다는 생각에 텔레비전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그때, 창문너머 아래에 뭔가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거기는 단지와 단지사이에 끼워진 마당 같은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공원의 구석에 1대, 검은 색의 바보같이 커다란 차가 멈춰있었다.


가두 광고 차량과 흡사했던 것을 분명하게 기억하고있다.


그 군가같은 것을 마구 흘려대며 폭주하는 그것 말이다.


다만, 차체에 페인팅이나 일장기따위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저 새까만.


그것이 석앵 속에서 버려진 것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홀린 것 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것은 군가도 괴성도 아닌, 음침한 목소리였다.


"파파(아버지?)는··· ○○○, 마마(어머니?)는··· ○○○ (○는 의미 불명)"


같은 것을 중얼중얼 대고 있었다.


몇번이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말이 들렸기 때문에 같은 문구를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목소리가 워낙 작았고, 낮았기에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목소리와 연동하는 듯 이명도 점점 커지면서 마치 신음처럼 울려오고 있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인데,


견딜 수 없었던 내가 울면서 이불로 머리를 돌진해서, 귀를 막고 "아!!!" 고함을 쳤고, 이명을 없애며 잠시 견디고 있자 드디어 동생이 돌아왔다.


동생이 이불을 들췄을 때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지만.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명은 그쳐있었고, 창 밖을 봐도 가두 광고차량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동생에게 물어보아도 흔히있는 결말이지만, 그런 소리도 자동차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경험 한 내용입니다. 써놓고 보니, 별로 무섭지 않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결국 그 차가 무엇이었는지는 알지 못한 그대로지만, 지금도 가두 광고차량과 석양은 질색입니다.


단지에는 이미 아무도 살고 있지 않지만, 건물은 여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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