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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산악부였다.
산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는 여러가지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나. 조금 길지만.
나보다 1살 위의, 산도 계곡도 강도 엄청나게 즐기는 선배가 있었는데, 유일한 동성 후배였던 나를 상당히 귀여워 했다. 그녀는 부모님도 산악부 출신이라는 혈통(?)이었다.
들어보니 부녀 가정인데 어머니는 그녀가 초등학교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사인은 목을 매어 자살.
초등학교에서 돌아온 선배가 최초 발견자가 되었다.
어머니 뿐만 아니라, 외할아버지도 어머니의 오빠도 목을 매어 자살로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선배는 밝은 사람이었는데, "우리집 [목매다는 가족]같은 거야~"라면서 술자리에서 웃고 있었다.
내가 3학년 때 (2014), 온타케 산에 갈 계획을 세웠다.
선배는 4학년이라 거의 은퇴였는데, 마침 취업 활동이 끝나서 천둥새를 보러 참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계획까지 1주일을 남기고 선배가 갑자기 연기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후배들도 있으니까 선배를 빼고···도 생각했는데, 막무가내로 연기하라고 한다. 동아리 선배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드문 일이라 결국 1주일 뒤로 미뤘다.
그 주말, 온타케 산이 분화했다.
확인해보니 폭발한 것은 처음 계획했던 등정 예정일이었다.
12시에 화구 부근에 머물 계획이었기 (분화 11:52) 때문에 계획대로라면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
그때는 등산 계획서를 가지고 혼자 부실에서 떨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의 얼마 후, 선배와 단둘이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취기도 올라온 즈음, "온타케 건은 선배 덕분에 살았네요~! 예언자처럼!"라고 감사를 드렸는데, 선배가 깊게 생각하는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뭔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시야의 윗부분에 흐릿하게 다리가 보여."
갑작스런 공포 전개에 나는 깜짝 놀라서,
"사람의 다리요?"
라고 대답했다.
"응. 중학교에서 좋아했던 선배가 고백해왔을 때 처음으로 봤어.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서 거절했는데. 그 녀석 고등학교 올라가서 마약 중독됐더라. 그 때 사귀던 여친도 약에 절었고 말이야. 잘못된 결정을 하려고 할 때만 보이는 것 같아."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항상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사라져버리지만, 고등학교 때 사라지지 않았던 적이 있어서 가만히 보고 있었어. 그랬더니 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고, 게다가 발가락이 아래로 늘어뜨려져고 있었어. 그래서 목 매단 사람의 다리라고 생각했어."
등골이 싸늘해져서. 나는 난방 온도를 올렸다.
"온타케 때도 지도를 보고 있는데 그 다리가 보였어. 게다가 이번에는 좌우로 흐느적흐느적 흔들리고 있어서, 더욱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던거야. 그래서 연기하라고 한거고."
"취업하고 있었던 때도 어떤 곳은 면접 중에 쭉 매달린 다리가 보이는 회사가 있어서··· 거기는 그만뒀어."
둘만의 원룸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져서, 나는 뭔가 재치있는 것이라도 말해야겠다고 입을 열었다.
"선배의 어머니가 선배를 지켜주는게 아닐까요? 나오는 방법은 좀 무섭지만 ㅋㅋ"
"그건 아니야~"
선배는 호로요이 캔을 비우고 한숨을 내쉬었다.
"깡마른 남자의 다리인데다가, 근거는 없지만 뭔가 감각적으로, 어쩐지 재미있어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
나는 또다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선택을 하면 너도 이렇게 될거야, 라고 조롱하고 있는게 아닐까."
나는 호로요이 캔을 기울였지만 이미 비어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알게된건데, 그 다리 점점 내려오고 있어. 처음봤을 때는 발목까지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릎이 전부 보이니까."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 발 녀석의 얼굴까지 보인다면."
선배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나도 목을 매달거라고 생각해."
선배는 등산 용품 메이커에 취직했다.
올해 온 연하장에 한마디
"드디어 배가 보였습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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